기업대출 폭발적 증가하면서
이자조차 갚지 못한 차주 늘어
기준금리 인하에도 걱정 여전
국내 5대 은행들이 고객들에게 빌려준 돈에서 더 이상 이자를 거둘 수 없게 된 이른바 깡통 대출이 올해 들어 벌써 4조원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대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부실 기업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두 번 연속 인하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설상가상으로 정치적 불안도 겹치면서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무수익여신 잔액은 4조2773억원인 것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6% 급증했다. 같은 기간 이들 은행의 총여신이 1759조1847억원으로 7.8% 늘어나는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두드러지는 증가세다.
무수익여신이란 3개월 이상 연체되거나 법정관리 등으로 이자수입이 없는 대출을 뜻한다. 대출을 내주고도 이자조차 받지 못해 깡통대출이라 불린다.
은행별로 보면 농협은행의 무수익여신이 1조1005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62.3% 급증하며 조사 대상 은행들 중 최대를 나타냈다. 이어 국민은행이 9625억원으로 24.4% 늘었고, 하나은행이 9289억원으로 19.9% 증가했다. 신한은행 7145억원으로 1.4% 증가에 그쳤고, 우리은행은 5대 은행 중 유일하게 11.6% 감소하며 5709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고금리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기업대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기가 침체되면서 이자를 갚을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가 늘어난 것이다. 실제로 이들 은행의 기업대출 중 무수익여신 잔액은 3조597억원으로 조사 대상 기간 동안만 24.3% 증가했다.
이같은 상황이 개선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두 번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여전히 차주들에게는 이자에 대한 부담이 큰 상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업계에서는 정국 불안으로 인해 경기 침체가 장기화 될 거란 관측도 나온다. 정치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차주들이 기준금리 인하를 체감하기 어려울 뿐더러, 오히려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은행권 관계자는 "고금리에 경기까지 안 좋다 보니 부실이 많이 발생했다"며 "사전 모니터링을 강화해 대출 부실화를 방지하고, 새출발기금 등 은행권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적극 지원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