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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업계, ‘세척수 혼입’ 부정이슈에 소비감소로 이어질까 우울


입력 2024.12.18 07:12 수정 2024.12.18 07:12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가뜩이나 업황 어려운데…안타까운 마음”

매일유업 “최고 수준 전문기업과 품질 안전관리 강화”

매일유업 사과문.ⓒ매일유업

국내 우유 소비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유업계가 최근 벌어진 부정이슈로 걱정에 떨고 있다. 가뜩이나 업황 악화에 따른 위기감이 높은 상황에서 위생이슈까지 겹치면서 소비자들이 이 시장을 외면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까 하는 우려에서다.


지난 14일 국내 유업계 3대 회사 중 하나인 매일유업은 제조 과정에서 세척수가 혼입된 자사의 오리지널 매일우유 멸균 200㎖ 제품을 1만 개 이상 자진 회수한다고 밝혔다. 회수 대상은 9월 19일 광주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으로 소비기한이 내년 2월 16일로 기재돼 있다.


매일유업에 따르면 해당 제품은 생산 작업 중 밸브 작동 오류로 세척액이 약 1초간 혼입됐다. 이때 생산된 제품은 약 50개로 고객사 1곳에 납품됐다. 매일유업은 해당 제품을 제외한 모든 제품에는 안전에 문제가 없고, 생산 공정을 철저히 점검하고 확인했다고 전했다.


해당 논란은 앞서 지난 13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한 누리꾼이 “현대자동차 남양주연구소 직원이 급식으로 나온 매일우유 200㎖를 먹고 피 토하며 병원에 실려 갔다”고 쓴 글이 올라오며 불거졌다.


이 누리꾼은 “매일유업 측은 입안을 1초 만에 헐게 해 피 토하게 할 정도의 락스 원액으로 추정되는 강염기성 액체를 단순 세척수라고 축소해서 논란 중”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갈색 용액이 검출된 우유 사진’을 함께 첨부했다.


다만 이 주장은 일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유업 측은 “세척수가 혼입된 제품의 경우 붉은색으로 변색되다 보니 피라고 착각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해당 직원은 병원을 찾았지만 건강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매일유업은 곧바로 사과문을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매일유업은 “일부 제품에서 정확한 품질 이상이 발견됐다”며 “정확한 원인 파악을 위해 설비·공정 등 다각도로 점검했고 설비 세척 중 작업 실수로 극소량의 제품에 세척수가 혼입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유제품의 모습.ⓒ뉴시스

그럼에도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관련 글과 영상이 확산되며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회수 조치 이후 사실이 아닌 내용까지 퍼지며 소비자들의 공포감을 조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음용 후 피를 토했다”, “락스 원액 수준의 강염기성 액체” 등의 내용이 대표적이다.


업계는 소비감소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우유 포비아’ 마저 고개를 들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한 동안 우유를 마시지 않겠다고 선언한 소비자까지 생겨나면서 우려가 더 깊어졌다. 가뜩이나 인구 절벽으로 시장 자체가 쪼그라들고 있는데 겹악재라는 하소연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유업계 관계자는 “부정 이슈가 터지면 반사이익을 보기보다는 대부분 아예 소비를 안 하는 쪽으로 돌아서기도 한다”면서 “힘들게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가 하루아침에 실추됐다는 점과 상당 기간 부정이슈가 따라다닐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특히 매일유업이 사회공헌 활동을 꾸준히 해왔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이 크다. 매일유업은 선천성 대사이상 환아들을 위한 특수 유아식을 개발해 20년 넘게 생산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존 공정 전체를 멈추고 생산 설비를 정밀 세척해야 하는데, 이로 인한 적자도 감내하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식음료 업계는 유독 품질 이슈에 따른 타격이 크다. 특히 매일유업의 이번 세척액 혼입 이슈는 관련 영상과 팩트와 어긋나는 사실이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했다는 점에서 더 뼈 아프다. 그만큼 신뢰도를 빠르게 올릴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식약처는 문제가 된 매일우유 멸균 제품에 대한 현장 검사를 지난 16일부터 진행하고 있다. 이번 매일유업 회수 건과 관련해 (관할 지자체인) 광주시에서 현장에 가서 수거 검사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동일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즉시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개선했고, 국내외 최고 수준 설비 전문기업과 지속적으로 품질 안전관리체계를 강화하겠다”며 “모든 고객들이 안심하고 드실 수 있는 제품 생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유제품의 모습.ⓒ뉴시스

최근 유업계는 업황 악화에 따른 위기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시장조사 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0년 1조7529억원이던 국내 흰 우유 시장은 매년 위축돼 지난해 1조6591억원으로 줄었다. 내년에는 1조6000억원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유 소비 감소에도 외국산 우유 수입은 급증하는 추세다. 관세청에 따르면 외국산 우유 수입량은 2020년 1만1476톤에서 작년 3만7407톤으로 3년 새 226% 늘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2만6700톤을 기록해 처음으로 연간 기준 5만톤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유업계에서는 2026년 미국·유럽산 유제품에 대한 관세가 철폐될 경우 유업계가 막대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미국산·유럽산 우유, 치즈 등에 대한 관세율은 11~13% 수준으로 매년 단계적으로 하락해 2026년 이후에는 0%가 된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최근 식품 기업들이 미래먹거리로 사업으로 대체우유까지 개발하고 나선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신세계푸드는 최근 콩, 귀리, 아몬드 등 식물성 원료로 만든 음료로 우유를 대신하는 식물성 ‘대체유(乳)’ 시장에 쌀로 만든 대체유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유업계 관계자는 “저출산 현상과 1인 우유 소비량 지속 감소 등 국내 유업체 시장이 어려운 가운데 이번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며 “모쪼록 잘 해결이 되어 전체적인 우유 소비가 늘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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