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최후항전지...20여분만에 화재 잡혀
인명피해는 없어...재산상 피해는 발생
안전진단 결과 따라 공사 재개 결정
광주 5·18 민주화운동 최후항전지인 옛 전남도청 복원공사 현장에서 불이 났다. 불은 20여분 만에 꺼졌지만 5·18 역사의 가치가 담긴 공간이 불에 타 소실될 뻔한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다.
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화재는 이날 오전 8시 41분께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경찰국 본관 3층에서 발생했다.
당시 공사장에 있던 작업자들은 불이 확산하기 전 대피해 인명피해로 이어지진 않았다. 다만 천장부 단열재가 타고 건물 내부가 그을리는 등 소방 추산 300여만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소방 당국은 20여분 만인 오전 9시 2분께 큰 불길을 잡았으며 용접 과정에서 불티가 번져 화재가 난 것으로 추정한다.
이날 불이 난 경찰국 본관 3층에서는 과거 리모델링 당시 설치한 철골 구조물을 철거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이날 합동 감식을 통해 자세한 화재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추진단 관계자는 "건물의 구조상 문제는 현재까지 없어 보이지만, 지어진 지 오래돼 (안전) 진단하기로 했다"며 "원형 보존이라는 최우선의 원칙대로 공사를 차질 없이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불이 난 옛 전남도청 경찰국은 5·18 당시 시민군이 항쟁의 거점으로 삼은 곳으로, 최후 항전을 벌인 14명이 사망한 장소다.
특히 불이 난 경찰국 본관 3층 중앙 계단실은 고등학생 시민군인 문재학·안종필 군이 숨진 채 발견된 곳으로, 문재학 열사는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주인공인 '동호'의 실제 인물이기도 하다.
5·18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 5·18 기념재단은 이날 입장문을 내 "5·18의 마지막 항쟁지이자 오월 정신이 깃든 역사적 성지에서 불이 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도청 복원은 단순한 복원 사업이 아니라 5·18 정신을 계승하고 후대에 전하는 상징적인 일"이라며 "이 사고를 계기로 원형이 손상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와 세심한 주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