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부동산 시장 얼어붙어
자금난 겪는 건설사 늘어난 영향
사업장 옥석가리기에 긴장감 고조
국내 시중은행들이 건설업체에 내준 대출금이 1년 사이 2조원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가 길어지면서 부동산 시장 수요가 줄어들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은 건설사들이 자금난을 겪고 있다.
본격적으로 금융당국이 부동산 PF 연착륙을 위해 구조조정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은행권의 긴장감 역시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7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개 은행이 보유한 건설업체 대상 대출채권은 총 19조90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2조6021억원) 증가했다.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이 건설업체에 내준 대출금이 4조8833억원으로 약 31.6% 늘면서 가장 큰 증가 폭을 보였다. 이어 국민은행은 4조5529억원으로 14.7% 증가했고 하나은행은 6조7865억원을 기록하며 10.5% 늘었다. 신한은행은 5.8% 증가하며 3조679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건설업체 대출금이 늘어난 건 그만큼 자금난을 겪는 건설사들이 많다는 얘기다. 고금리가 생각보다 길어지자 높은 금리에 부동산 시장 수요가 줄어들었고 이에 관련 업체들의 부담이 커졌다.
한국은행은 지난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일곱 번 연속 기준금리를 올렸다. 당시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지난 2008년 11월 4.00% 이후 최고 수준의 금리를 유지해왔다.
문제는 은행권이 건설사에 내준 대출이 증가한 만큼 은행권의 부담도 앞으로 더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부동산 PF 대출은 내재돼 있는 위험이 큰 대출이다. 경기 침체로 부동산 미분양이 늘어나면 부동산 PF 대출을 가지고 있는 은행 역시 건전성 관리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부동산 PF 부실 위험이 커지자 금융당국이 본격적으로 관리 압박을 시작하면서 은행권의 긴장감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부동산 PF 연착륙을 위해 부실 사업장에 대한 옥석 가리기에 착수한 분위기다. 부동산 PF 사업성에 대한 평가 기준이 강화되면서 부실 우려 등급 사업장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에서는 대형 시중은행의 경우 관련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입장이다. 제 1금융권의 부동산 PF는 대다수가 외부 기관의 보증 과정을 거쳐 선 순위 대출로 진행된 만큼 부실 위험이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은 제2금융권에 비해 위기 흡수 가능성이 높은 상태라 큰 우려는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1년 새 대출금이 늘어난 만큼 잠재 위험은 항상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