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검은 수녀들' 관객 수 151만 동원
배우 송혜교가 영화 '검은 수녀들'을 통해 한층 강렬한 변신을 마쳤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이후 다시 한번 장르물에 도전한 그는 이번 작품에서 구마 의식을 행하는 수녀 유니아로 분해, 기존의 수녀 캐릭터와는 전혀 다른 결을 만들어냈다. 유니아는 구원을 위해 금기를 넘어서야 하는 운명을 지닌 존재다. 타고난 강인함과 믿음으로 유니아는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뚝심 있게 끌고 나간다. 결단이 필요할 때 머뭇거리지 않고 어둠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데뷔 28년 차가 된 송혜교는 주로 멜로 장르 안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왔다. 하지만 '더 글로리' 이후 장르물에 눈을 떴고, 새로운 자신의 모습이 퍽 마음에 들었다. 여전히 멜로를 좋아하고, 다시 사랑에 빠진 여자를 연기하겠지만 그게 지금은 아니었다. 그러던 차에 만난 작품이 영화 '검은 수녀들'이다.
"전 실화를 좋아해요. SF 장르에 흥미를 잘 못 느끼는 사람이죠. 그런데 어느 날 상상이 되는 이야기가 재미있더라고요. '검은 수녀들'은 내가 수녀가 돼 구마하면 어떤 모습일까 궁금증이 생긴 작품이었어요. 또 오컬트 영화지만 드라마적인 부분도 강하고 여성의 강한 연대가 마음에 들기도 했고요."
유니아는 희준(문우진 분)을 구하기 위해 불구덩이 속으로도 걸어갈 준비가 된 인물이다. 실제로 수녀는 구마가 금지됐지만 영화 속에서는 유니아가 주체가 돼 구마 의식을 진행한다. 누구도 유니아의 신념을 꺾지 못한다.
"유니아는 트라우마가 있지만 일찍 그걸 받아들이고 인정한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인정했기 때문에 지금 단단한 삶을 살고 있고 악령도 두렵지 않은 거죠. 그런 인물이라 희준 몸에 들어온 악령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아요. 그래서 연기할 때 덤덤하고 악령을 약올리기까지 하는 유니아의 모습을 보여주려 했죠."
송혜교는 '검은 수녀들'에서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구마신은 능숙하게 소화해야 했으며, 담배를 물고 욕도 적당히 뱉어가며 기존의 수녀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내야 했다. 걱정도 됐지만 수녀복을 입는 순간 송혜교는 유니아가 됐다.
"흡연 신은 빼달라고 할까 고민도 했었는데, 그 장면이 빠지면 유니아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 많이 아쉬운 부분이 많을 것 같았어요. 유니아는 우리가 늘 봐왔던 수녀와는 다른, 자유로운 영혼이거든요. 교단에서 하지 말라는 것만 골라 하죠. 하지만 그것이 나쁜 게 아니라, 아이를 살리기 위해 부딪치는 과정이에요. 그런 유니아의 성격을 보여줄 수 있는 한 부분이 담배 피우는 장면이었어요. 연기할 때도 첫 신부터 대놓고 담배를 피우는데, 가짜로 하면 유니아 자체가 가짜가 될 것 같았어요. 흡연하시는 분들은 진짜로 폈는지 안 폈는지 아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하기로 마음먹었으니 제대로 해야지'라고 생각했어요. 구마 하는 장면에서도 우진이를 육체적으로 힘을 주며 기도문을 읊고 감정연기까지 하다 보니 경직이 올 정도였어요. 힘이 들기도 했지만 수녀복을 입고 베일을 쓰는 순간, 내가 아닌 유니아가 된 기분이었어요. "
'검은 수녀들'은 2015년 개봉해 오컬트 장르의 새 장을 연 '검은 사제들'의 후속작이다.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다만 의식하지 않았다.
"'검은 사제들'은 팬도 많고 워낙 잘 된 작품이었잖아요. 그런데 연기할 때도 '검은 사제들'을 떠올리면서 연기하지 않았어요. 그저 미카엘라(전여빈 분)과 나, 우리 드라마에만 몰입하며 살았어요. 내용도, 표현 방식도 다르기 때문에 정해진 선을 따라갈 필요도 없고요. 김윤석 선배님이 만든 캐릭터와는 다르게 만들어가고 싶었거든요."
송혜교는 작품 속에서 캐릭터가 잘 보이는 걸 최우선으로 둔다. 얼굴이 예쁘게 나올지 계산은 촬영 중에 하지 않는다. '검은 수녀들'의 건조하고 거친 유니아가 나올 수 있었던 이유다.
"모든 작품에서 얼굴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아요. 멜로드라마 찍을 때는 그런 게 필요할 때도 있는데 이 작품은 거칠게 나오는 게 캐릭터에 더 맞잖아요. 외적인 욕심은 없어요. 행사 갈 때는 예뻐 보이고 싶어서 꾸미긴 해지만요.(웃음)"
연기할 때마다 상대 배우에 따라 연기 스타일이 바뀐다는 송혜교는 전여빈, 문우진과 함께 할 수 있었기에 유니아에게 더 집중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전) 여빈과는 늘 대화가 잘 됐어요. 그래서 현장이 수월했고요. (문) 우진도 연기를 너무 완벽하게 잘해줘서 자연스럽게 연기에 빠질 수 있었어요. 그래서 너무 고마웠죠. 그들이 너무 잘해줘서 제가 그 느낌을 받고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서로 모두 호흡이 잘 맞았어요."
송혜교는 연기의 핵심을 '진심'이라고 믿는다. 그의 신념은, 작품을 대하는 태도에서부터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방식까지 일관되게 드러난다. 캐릭터 감정이 잘 잡히지 않을 때는 음악의 힘을 빌리기도 한다. 배우 생활을 하며 진심과 꾸준함은 언제나 통한다는 걸 알게 됐다.
"진심으로 인물에 빠져 연기하지 않으면 금방 들통나더라고요. 저는 줄곧 그 인물을 생각하며 지내야 그걸 표현할 수 있더라고요. 저의 개인적인 걸 가져와서 대입시키면 그건 캐릭터가 아니라 그냥 송혜교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