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돌려막기 징계 마무리…대부분 ‘기관경고’
작년 고객 ·계약 건수 소폭 회복
“자산관리 수요 증가로 회복 기대감↑”
랩어카운트 시장에 큰 충격을 줬던 ‘채권 돌려막기’ 사태가 기대보다 낮은 징계 수위로 마무리된 가운데 증권사들이 다양한 랩 상품을 내놓으며 분위기 전환에 나서고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당국이 채권형 랩어카운트와 특정금전신탁 계좌 내 채권 돌려막기 관련 증권사에 대해 내린 징계 수위를 기존 결정 보다 내린 가운데 업계에서는 안도의 목소리가 나오는 등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 10일 금융위원회 안건 소위원회는 이와 관련해 교보증권에 대해서는 일부 영업정지 1개월의 중징계를 의결했고 KB·하나·미래에셋·유진투자·한국투자·유안타·NH투자증권 등 7개 증권사에 대해서는 기관경고를 결정했다. SK증권은 경징계에 해당하는 기관주의 결정을 내렸다
이는 지난해 6월 통보된 KB·하나·미래에셋·유진투자·한국투자·교보·유안타증권에 3~6개월 영업정지 조치, NH투자증권은 영업정지 1개월, SK증권은 기관경고 조치보다 크게 완화된 셈이다.
업계에서는 불확실성으로 자리했던 채권 돌려막기 징계가 마무리됨에 따라 침체일로를 겪던 랩어카운트 시장이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 일임형 랩어카운트 총 잔고는 지난해 말 84조698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1년 말 151억원 대를 기록했던 시장 규모는 2022년 10월 레고랜드 사태로 불리는 강원중도개발공사(GJC) 회생 신청 사건이 불거지면서 급격히 쪼그라든 가운데 2023년 5월부터 금융감독원이 랩·신탁 관행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서면서 상황이 더 악화됐다.
다만 작년 말 랩어카운트 고객 수와 계약 건수가 소폭 증가세를 보이는 가운데 증권사들도 다양한 랩어카운트를 출시하며 분위기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모양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일임형 랩어카운트 고객 수는 186만910명으로 2023년 말 184만6800명 대비 1만5000명 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계약건수도 202만 3961건에서 203만7640건으로 1만건 넘게 늘었다.
이날 DB금융투자는 자녀들에게 사전에 증여한 자산을 투자하는 랩어카운트 'DB W아들 딸 독립만세 증여랩 1호'를 출시했다. 사전 증여 솔루션을 통해 자녀에게 빠른 증여로 절세 효과를 증대시키고 전문가의 안정적인 투자관리를 통해 장기적으로 이익을 쌓아 가는 상품이다.
지난 18일 IBK투자증권은 ETF 특화 투자솔루션 기업인 EPI 어드바이저와 협업해 ‘IBKS EPI 글로벌자산배분 자문형 랩’을 내놓았다. 앞서 지난달에도 현대차증권(롱 온리 헤지 자문형 랩어카운트), 메리츠증권(메리츠글로벌 콴텍AI랩), 하나증권(하나더넥스트 랩 시리즈) 등을 출시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자산관리(WM) 사업이 증권가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랩어카운트는 증권사 상품 중 보수 등이 높은 편에 속해 안정적인 이익을 거둘 수 있어 시장 회복 시 이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랩어카운트의 경우 불건전 영업에 따른 신뢰 하락 후 정체를 보였다”라면서도 “자산관리 수요 증가에 힘입어 대형사를 중심으로 완만하게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