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임 예술 인력 양성 명목으로 국가보조금 수령
월 200만원 안되는 급여…'펀드레이징' 지원 맡겨
국민세금 34억 수령했는데…금융 손실 불어나
환수위 "아트센터 나비, 보조금 부정 수령·횡령 의혹…감사 받아야"
노소영 관장의 아트센터 나비가 매년 막대한 정부보조금을 받고도 전시· 예술활동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예술 인력 양성 명목으로 수령한 보조금을 '해외 금융 투자' 등 다른 목적에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보내고 있다.
7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문화예술 연수단원 지원 사업에 아트센터 나비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사업은 청년층의 예술분야 신규 채용을 촉진하기 위해 미술관 등 예술 단체에서 초임 인력이 근무할 수 있도록 10개월 간 2100만원을 정부보조금으로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하지만 아트센터 나비는 사립미술관으로는 이미 직원 규모가 큰 20명(이사진 포함)수준이고 올해 전시를 한 번도 하지 않아 인력을 추가 선발할 필요가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아트센터 나비는 직전 5년간(2019~2023) 약 34억원, 연 평균 7억원에 달하는 정부보조금을 받아왔지만 같은 기간 전시일수는 연 평균 46일에 불과했다. 코로나 영향을 고려하더라도, 전시 하루당 정부보조금이 약 1500만원이나 들어간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반면 이같은 정부보조금에도 아트센터 나비의 5년간 누적 적자는 48억원에 달했다. 2019년 200억원에 달했던 자산은 2023년 말 145억원으로 큰 폭으로 줄었다. 눈에 띄는 건 금융평가손실 및 외환차손익이다. 2022년 약 8억원, 2023년 10억원이 손실이다. 정부보조금 만큼 투자 손실을 봤다는 의미다.
경력자도 힘든 '펀드레이징'을 예술 단원에게?
연수단원 채용 목적도 구설에 오르고 있다. 실제 아트센터 나비가 홈페이지에 올린 문화예술 연수단원 채용 공지에는 온라인 홍보 기획, 펀드레이징(자금모집)과 유관기관 커뮤니케이션 업무 지원 등을 담당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연수단원의 '자금모집'을 업무로 기입한 곳은 지원금을 받는 48개 문학·시각예술 단체 중 아트센터 나비가 유일하다.
실제 올해 아트센터 나비와 함께 예술단원 채용 지원을 받는 김유정문화촌, 토지문화재단, GS칼텍스 예울마루 등은 홍보·마케팅, 경영지원과 같이 초임 직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업무를 담당한다고 공지했다.
더욱이 지난 5년간 아트센터 나비는 모금 활동을 통한 수입이 없어 신규 채용자가 자체 역량으로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미술계 한 관계자는 "기존 모금 활동이나 기부자를 관리하는 일이라면 초임 직원도 충분히 할 수 있지만 새로운 자금을 끌어오는 건 관장도 어려운 과제"라며 "아트센터 나비가 실제 모금활동이 아니라 해외 투자를 관리할 직원을 정부보조금으로 뽑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커지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거액 횡령 사건·방만 경영에 대한 감사 필요
상황이 이렇자 아트센터 나비 이사진에도 따가운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국민혈세 논란, 비서의 거액 횡령 사건, 방만 경영에도 누구 하나 제대로 비판하거나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아트센터 나비의 이사는 총 6명으로 이중 노소영 관장 등 3명은 5년 이상 이사직을 맡고 있으며 2021년 선임된 3명도 그대로다. 사실상 노 관장의 거수기 역할만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주무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아트센터 나비에 대한 감사 등은 검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군사정권범죄수익국고환수추진위원회(환수위)는 지난해 문화관광체육부에 아트센터 나비의 이 같은 의혹을 조사해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제출한 바 있다. 환수위는 "아트센터 나비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음에도 이를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 않고 보조금을 집행한 관련 기관과 해당 책임자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해 국민 혈세 낭비의 실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적자에 허덕이는 미술관이 지원금으로 운영 목적에 맞지 않는 투기성 돈 굴리기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관계자는 "나비 미술관에 투입된 국민세금을 청년예술가들에게 300만원씩만 지원했다고 하더라도 1000명이상 수혜를 봤을 것"이라며 "자산이 충분한 미술관에 고액의 보조금이 수년 간 왜 들어갔는지 감사라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아트센터나비는 지난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인력지원사업 명목으로 4140만원의 보조금을 수령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정병국 전 문화체육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정 전 장관은 노소영 관장의 동생인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장과 '아시아리더스클럽' 회원으로 같이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