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최대 실적에도 의존 높다는 지적
보험사 인수에 비은행 강화 성공 달려
'소문난 승부사' 임종룡 행보 이목 집중
금융산업이 거센 변화의 물결에 직면했다. 급변하는 세계 정세 속에 대내외 악재가 거듭되면서 경제 상황은 매우 불안정해졌다. 금융사 CEO들의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가 매우 중요해진 시기다. 이에 금융사 CEO들의 지난 경영성과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계획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어떻게 마련할지 짚어본다. 또 깊어지는 '저성장 시대'의 늪, 그들의 시선을 통해 금융산업의 미래를 조망해 본다.[편집자주]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비은행 부문 강화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붙였다. 효자 노릇을 든든히 하고 있는 우리은행 뿐 아니라 증권, 보험, 카드 등 비은행 계열사의 규모를 키워 그룹을 성장시키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은행 의존도가 금융지주 중 가장 높은 만큼, 금리 인하기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은행 이자이익의 빈틈을 채울 수 있는 묘책이 필요하다. 보험사 인수를 통해 임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이뤄낼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우리은행, 지난해 역대 두 번째 호실적…은행 의존도는 98.5%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지난해 총 3조86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23.1% 성장한 규모로, 역대 두 번째 호실적으로 꼽힌다.
비이자이익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우리금융의 비이자이익은 1조5540억원으로 전년보다 41.9% 증가했다. 반면 이자이익은 8조8860억원으로 1.6% 증가에 그쳤다.
계열사 중 가장 규모가 큰 우리은행 역시 21.2% 증가하며 실적 '청신호'를 켰다. 지난해 우리은행 당기순이익은 3조470억원을 기록했다. 이자이익이 8조5660억원, 비이자이익은 1조710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1.7%, 58.9% 늘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비이자이익이다. 비이자이익은 펀드, 방카슈랑스, 외환 거래 등 대출을 제외한 상품 판매 과정에서 발생한 이익이다. 우리은행의 지난해 비이자이익은 4대 시중은행 중 국민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문제는 지주 전체 실적에서의 은행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점이다. 우리은행 실적이 전체의 98.5%를 차지하면서, 우리카드, 우리금융캐피탈 등의 계열사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다른 금융지주와 비교해도 우리금융의 은행 의존도는 눈에 띄게 높은 수준이다. 국민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3조 2520억원으로 KB금융 전체 실적 중 은행 비중이 64%에 그쳤다. 신한금융에서의 신한은행 비중은 81.8%, 하나금융의 하나은행은 89.8%, NH농협금융의 NH농협은행은 73.6% 등이다.
은행만으로는 먹고 살기 어렵다…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필수
임 회장이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에 방점을 찍은 것은 이같은 이유에서다. 업계에 따르면 지주의 규모를 확연하게 늘리기 위해서는 비은행 계열사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실제 국내 금융지주의 실적 차이는 주로 비은행 계열사에서 벌어졌다.
임 회장은 우리금융의 근본적 성장 화력을 비은행 계열사에서 찾기로 했다. 임 회장은 지난 2023년 취임 후 인수합병을 통한 비은행 계열사 추가를 최우선 과제로 강조한 바 있다.
그는 "계열사 간 융합·시너지를 통해 미래 성장기반을 확보할 것"이라고 발표하며 비은행 계열사 인수 의지를 내보였다. 특히 그는 농협금융지주 회장 시절에도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해 NH투자증권으로 성장시킨 경험도 갖고 있다.
실제 그는 지난해 5월 한국포스증권을 인수하고 우리종합금융과 합병했고, 8월 정식으로 우리투자증권이 출범했다. 이후 내부통제 관련 이슈가 터지며 잠시 제동이 걸렸지만, 반년이 흐른 지난 19일 우리투자증권은 투자매매업 본인가를 받으며, 정식으로 증권사로서의 역할을 시작했다.
임종룡 회장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 '보험사 인수'
증권사 인수 과제를 마친 임 회장의 마지막 목표는 보험사 인수다. 그는 지난해 6월 동양·ABL생명 인수를 위해 대주주인 중국 다자보험그룹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임 회장에게 보험사 인수가 절실한 이유는 기존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후퇴 없이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보강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그는 순자산 가치 대비 낮은 가격으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보통주자본비율이 대폭 감소될 위험을 감수해야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다.
변수는 우리금융의 경영실태평가가 미칠 영향이다. 금융감독원은 내부통제, 리스크관리 측면 등을 이유로 우리금융에 대한 평가를 기존 2등급에서 3등급으로 하향조정했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에 규정된 자회사 편입승인 요건에 따르면, 금융지주사의 경영실태 평가결과 종합평가등급은 2등급 이상(총 5등급)이어야 한다. 편입하려는 회사 역시 종합평가등급이 3등급 이상이어야 한다.
업계에서는 3등급 평과와 무관하게 보험사 인수 승인을 받을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금융당국 판단에 따라 보험사 인수 '조건부 승인'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특히 최종 승인은 금융위원회 손에 달려 있다. 금융위가 인수에 필요한 경영상태를 건전한 것으로 볼 경우 승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임 회장은 소문난 승부사로 알려져 있다. 비이자이익 부문의 성장도 성공적으로 이끈 데에 이어, 비은행 계열사 확장이라는 과제도 무사히 완수할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