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882억 규모 부당대출 적발
허위 보고는 물론 조직적 은폐 가담
"업계 표준 가이드라인 마련 추진"
금융당국의 은행권을 향한 엄중 경고에도 내부통제에 또 구멍이 뚫렸다.
IBK기업은행에서 전·현직 임직원이 연루된 882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이 적발됐다. 금감원은 기업은행이 비위 사실을 알고서도 조직적 은폐에 가담하는 등 내부통제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경고장을 날렸다.
금융감독원은 25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이해관계자 등과의 부당거래에 대한 최근 금감원 검사사례 관련 브리핑'을 진행했다.
금감원은 이날 IBK기업은행 내에서 882억원 규모의 부당대출 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882억원 중 785억원은 기업은행에서 14년간 근무한 퇴직 직원 A씨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배우자(당시 심사역)를 비롯한 현직 임직원들과 공모해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대출관련 증빙·자기자금 부담 여력 등을 허위로 작성하고 총 51건, 785억원 상당 부당대출을 받은 것으로 적발됐다.
이 과정에서 A씨는 골프 접대 등 임직원들과 친분을 쌓고 부당한 대출을 유도했다. 더 나아가 A씨는 자신이 보유한 부동산을 기업은행 점포 입점 후보지로 추천하는 등 만행을 일삼았다.
A씨는 다른 부동산 개발사와 손잡고 미분양 상가에 대한 부당 대출도 알선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의 배우자는 허위 증빙 등을 이용해 쪼개기 대출을 하는 등 자기자금 없이 대출금만으로도 토지를 구입할 수 있도록 64억원의 부당 대출을 취급·승인했다.
금감원은 2월 말 기준 기업은행의 부당 대출 잔액은 535억원이라며 이 중 17.8%인 95억원은 부실화가 됐다고 봤다.
이세훈 수석부원장은 "이번 부당대출 적발 이후 대출 돌려막기 등이 어려워짐에 따라 향후 부실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금감원은 기업은행이 사고를 인지했지만 은폐·축소를 시도하는 등 조직적으로 검사를 방해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8월 기업은행 비위행위 조사 담당 부서는 A씨 및 입행동기 등 관련 비위행위 제보를 받고 9월부터 10월 중 자체조사를 통해 다수 지점 및 임직원이 연루된 부당대출, 금품수수 등 금융사고를 인지했으나 금감원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금감원은 판단했다.
더 나아가 11월 기업은행은 별도 문건을 마련해 사고 은폐·축소를 시도했다. 12월 기업은행은 문건 내용을 실제 실행했으며 12월 말 쯤 금감원에 금융사고를 허위·축소·지연 보고 했다.
이 수석부원장은 "이번 기업은행의 부당대출 검사 과정에서 확인 된 사항을 살펴보면 기업은행 차원에서 조직적인 은폐에 가담했다"며 "기록삭제, 관련자 대화 등 현행법에서 허용하는 범위 이상의 조직적 은폐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 검사 기간 중에도 부서장 지시 등으로 직원 6명이 271개 파일 및 사내 메신저 기록을 삭제하는 등 조직적으로 검사를 방해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성태 기업은행장은 "이번 사건으로 고객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금감원 감사 결과를 철저한 반성의 기회로 삼아, 빈틈없는 후속조치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관련해서 기업은행은 업무 프로세스, 내부통제, 조직문화 전반에 걸친 강도 높은 쇄신책을 조만간 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은행 외 농협조합에서도 내부통제 문제점이 적발됐다. 10년 이상 농협조합 등기 업무를 담당한 법무사 사무장 B 씨는 조합 임직원과 인맥을 바탕으로 준공 전 30세대 미만 분양 계약은 실거래가 신고 의무가 없는 점을 악용해 매매 계약서 등을 변조하는 수법으로 392건, 1083억 원의 부당 대출이 실행했다.
해당 농협조합은 매매계약서 등기부등본상 이상 징후가 다수 존재했는데도, 대출심사시 계약서 원본, 영수증, 실거래가 등의 확인을 소홀히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를 통해 확인된 부당대출 등 위법사항에 대해서는 관련 법규와 절차에 따라 엄정 제재하겠다"며 "금융사의 자체 관리감독 강화를 위해 이해상충 방지 등 관련 업계 표준 가이드라인 마련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책무구조도 및 준법제보 활성화 등 그간 금융감독당국이 추진해 온 제도개선 사항의 조속한 정착을 통해 이해관계자 등과의 부당한 거래가 사전에 예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