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 주주총회 개최
김재교 한미사이언스 부회장 이사회 진입
송영숙 회장 지주사 대표직 사임
경영과 대주주가 분리된 ‘머크’ 경영 방식 도입
1년 가까이 이어오던 경영권 분쟁을 끝낸 한미약품그룹이 새로운 출발을 예고하고 나섰다.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사이언스는 지배구조 정비를 통해 경영과 대주주가 분리된 ‘선진 거버넌스 체제’를 본격적으로 도입한다.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은 26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이사진 재편을 의결했다.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하며 본격적인 경영과 지배 구조 분리에 나섰다. 한미사이언스는 사내이사로 임주현 부회장을 비롯, 김재교 부회장과 심병화 재경관리본부 CFO 부사장, 김성훈 전략기획실 상무이사를 신규 선임했다.
한미사이언스 사외이사로는 최현만 전 미래에셋증권 대표, 김영훈 전 고등법원 고법판사, 신용삼 서울성모병원 교수 등이 새롭게 합류했다.
이날 송영숙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 입장문을 통해 “한국의 기업 환경에서는 볼 수 없었던 선진적 전문 경영인 체제를 도입하고 대주주는 이사회 구성원으로 이들을 물심양면 지원하고 관리·감독하는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겠다”며 “보다 높은 주주가치로 주주들의 성원에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한미약품은 김재교 한미사이언스 부회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최인영 한미약품 R&D 센터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이영구 대륙아주 대표 변호사는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앞서 한미약품그룹은 고(故) 임성기 회장의 별세 이후 경영권 분쟁에 시달렸다. 송영숙, 임주현 모녀 측으로 대표되는 4자 연합은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이사, 임종훈 전 한미사이언스 대표로 이뤄진 형제 측과 약 1년간 대립 양상을 보여왔다.
그러나 올해 1월 임종윤 이사가 보유한 지분 일부를 4자 연합에 매각하며 경영권 분쟁 종식의 막이 올랐다. 형인 임종윤 이사의 지분 매각으로 임종훈 전 대표도 올해 2월 대표직 사임을 알렸다. 한미약품그룹은 오랫동안 이어진 분쟁을 마무리하고 경영 정상화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는 전문 경영인과 대주주간 조화에 방점이 찍혔다. 앞서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은 글로벌 제약사 ‘머크’ 경영 방식을 본받아 전문 경영인이 한미를 이끌고 대주주는 이사회에서 한미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머크는 가족 위원회와 파트너 위원회 등 2개 위원회를 운영한다. 가족 위원회는 머크 가문 일원과 머크 사업 분야에 정통한 외부 전문가로 혼합해 파트너 위원회 구성원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이번 전문 경영인 체제 변화 중심에는 한미약품 기타비상무이사와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로 선임된 김재교 부회장이 있다. 김재교 부회장은 송영숙 회장의 뒤를 이어 한미사이언스의 대표이사를 맡고, 경영 전반을 책임질 전망이다.
김재교 부회장은 과거 메리츠증권에서 제약·바이오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IND 본부를 이끌었다. 김재교 부회장은 과거 전문성을 기반으로 경영 및 투자 전략을 구축하는데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재교 부회장은 주주총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불안했던 체제를 안정시키는 것이 주요 과제라고 생각한다”며 “R&D를 기반으로 선대 회장인 임성기 회장의 도전과 혁신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