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해외로 뻗는 K-분유' 수요 확대에도 손 놓은 정부에 발목


입력 2025.03.27 16:16 수정 2025.03.27 16:38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침체된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영토 확장

인도네시아 기회의 땅이지만 수출 제한

양국 정부 간 '축산물 검역협정' 체결 필요

매일유업 중국에 수출하고 있는 앱솔루트 애사락 명작 제품 이미지.ⓒ매일유업

국내 유업계가 저출산으로 침체된 국내 분유 시장을 벗어나 수출국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해외 시장의 경우 연간 출생아 수가 한국보다 많은 데다, 갈수록 고가분유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다. 과학적으로 설계된 고품질 제품을 앞세워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기업들의 고군분투에도 규제 등으로 가로 막혀 시장 진입에 대한 한계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조제분유 수출액은 8034만 달러로 전년(7378만 달러) 대비 10%가량 늘었다. 특히 지난해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경로 국산 분유 수출액은 3067만 달러를 기록해 10년 만에 약 3배로 성장했다.


중국의 경우 프리미엄 수요가 증가했다. 중국 내 젊은 부모를 중심으로 수유의 질을 개선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유당불내증, 소화 흡수 장애 등에 적합한 특수 분유 수요가 늘고 있다.


특정 질환을 앓는 영유아를 위한 특수 분유의 경우 높은 재구매율이 특징이다. 중국이 수입산 분유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한 2016년을 기점으로 K-분유 수출 역시 중단되는 등 타격을 입었으나, 당국과의 꾸준한 소통을 통해 규제가 완화되면서 지난해부터 수출액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특수 분유를 제조하고 있는 매일유업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매일유업은 지난해 중국 알리바바그룹 헬스케어 자회사인 알리건강과 손잡고 선천성 대사이상 분유 공급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매일유업은 일찌감치 중국 시장에 깃발을 꽂았다. 지난 2007년 영유아 조제분유 ‘매일 금전명작’ 수출을 시작으로 현재는 ‘애사락명작·爱思诺名作’, ‘매일 궁每日宫’, ‘우향항렬’ 등 3개 브랜드와 무유당분유 ‘푸얼지아’와 조산아분유 ‘천얼후이’ 등 2종의 특수분유를 수출하고 있다.


베트남 역시 경제 성장으로 인해 전반적인 소득 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고품질의 프리미엄 분유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베트남 부모의 경우 분유에 있어 신뢰도와 안전을 가장 많이 고려하며 수입 브랜드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에서는 롯데웰푸드의 수출 성장세가 가파르다. 롯데웰푸드는 베트남 특화 분유 제품인 ‘뉴본’을 앞세워 현지 거래처와 관계를 강화해왔다. 뉴본은 영유아를 대상으로 성장 과정에 따른 단계별 제품을 제안하는 브랜드다.


현지 상황에 맞는 과학적 영양 설계가 바탕인 ‘뉴본 1, 2단계’와 어린이 체중 증가에 중점을 둔 ‘뉴본 플러스’ 등 다양한 라인업이 지속적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앞으로 뉴본 유통망을 말레이시아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향후 베트남 정부가 인증하는 베트남 최대 규모의 국제 식품 박람회에 참가해 롯데웰푸드 제품의 우수성을 알릴 예정”이라며 “지속적으로 현지 맞춤형 고품질 영유아식 제품을 개발하고 소개해 베트남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캄보디아 현지 마케팅 활동 이미지.ⓒ남양유업

최근 들어서는 캄보디아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캄보디아의 지난해 출산율은 2.26명으로 한국 출산율(0.72명)보다 3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분유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내 우유업계로선 공략할 지점이 많다.


캄보디아에선 국내 업계 중 남양유업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남양유업은 2007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캄보디아 분유 시장에 진출해 현재 점유율을 20%까지 끌어 올렸고 점유율 1, 2위를 다투고 있다. 한국산 분유가 안전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면서다.


동남아시아 전반에 불고 있는 한류 열풍에 힘입어 K분유의 인지도도 높였다.


라디오, 예능 프로그램 등에 스폰서십을 통해 남양유업 분유를 노출했고 국내 분유 '임페리얼 XO'와 현지화한 제품으로 이원화해 판매하고 있다.


다만 K-분유 성장과 영토 확장에 다양한 한계가 뒤따른다.


기업 차원에서 여러 국가에 대해 다양한 진출 가능성을 열어두고 적극 검토해 나가고 있지만, 각기 다른 시장 상황과 규제 등으로 진입이 어려운 국가들이 많아 정부와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대표적인 곳이 인도네시아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4위의 인구 대국(2억8000만명)이자 동남아시아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큰 국가라는 점에서 한국 식품 기업에게 더 없는 기회의 땅이라는 게 업계 전반의 평가다. 또 높은 출산율과 성장하는 중산층으로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진출을 위한 절차가 복잡하다. 수입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농업부와 무역부의 승인을 비롯해 현지 실사와 검역, 위생조건 체결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 기업들이 현지에 분유를 수출하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와 인도네시아 정부 간 축산물 검역협정(SPS 협정 등) 등이 우선돼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네시아가 기회의 땅인 것은 사실이지만, 인도네시아 분유 시장 개척을 위해서는 양국 축산물 검역협정 타결 선제돼야 한다는 점에서 인도네시아 수출 건에 대해서는 다들 회의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우리나라가 현재 구제역 청정국이 아니기 때문에 인도네시아 정부와 우리 정부가 국가 간 검역협정을 체결해야 하는데, 현재는 체결되지 않아 모든 유제품을 수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