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작가의 작품관, 세계관을 이해하면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작가들은 매 작품에서 장르와 메시지, 이를 풀어가는 전개 방식 등 비슷한 색깔로 익숙함을 주기도 하지만, 적절한 변주를 통해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또 의외의 변신으로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현재 방영 중인 작품들의 작가 필모그래피를 파헤치며 더욱 깊은 이해를 도와드리겠습니다.
지난 2018년 OCN 드라마 ‘신의 퀴즈: 리부트’를 강은선 작가와 함께 집필했던 김선희 작가는 또 다른 의학 드라마 디즈니플러스 ‘하이퍼 나이프’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신의 퀴즈: 리부트’에서는 4년 만에 복귀한 천재 부검의 한진우 박사(류덕환 분)가 희귀병 뒤에 감춰진 비밀을 풀고 범죄의 진실을 해부하는 메디컬 범죄 수사극으로 복합 장르의 매력을 보여줬다면, 이번엔 사이코패스 의사 세옥(박은빈 분)과 그의 스승 덕희(설경구 분)의 대결로 색다른 의학 드라마를 완성하고 있다.
◆ 의학 드라마에 더하는 ‘스릴러’의 재미
‘신의 퀴즈: 리부트’는 OCN에서 꾸준히 방영되며 사랑을 받았던 ‘신의 퀴즈’ 시리즈 중 하나로, 당시 ‘신의 퀴즈4’ 이후 4년 만에 돌아오는 새 시즌으로 주목을 받았었다. 희귀병을 소재로 한진우의 활약을 돕는 큰 틀은 그대로였지만 잔혹함에 뛰어난 격투 실력, 최고의 브레인까지 갖춘 현상필(김재원 분)을 ‘빌런’으로 설정, 자연스럽게 세계관을 확장하며 호평을 받았다.
희귀병 관련 사건들의 진실을 파헤치는 한진우의 활약을 바탕으로, 현상필과 한우진이 왜 얽히게 됐는지, 현상필은 왜 잔혹한 살인마가 됐는지 등 ‘혁전복지원사건’을 둘러싼 비밀이 흥미진진하게 베일을 벗기 시작했던 것. 희귀병을 앓고 있는 재벌을 살리기 위해 감행된 생체 실험과 그 과정에서 일어난 살인과 은폐까지. ‘신의 퀴즈’ 시리즈만의 소재를 스릴러적으로 흥미롭게 풀어내며 4년만 귀환에도 ‘믿고 보는 ‘신의 퀴즈’ 시리즈’라는 호평을 끌어냈다.
당시 김재원이 이유 있는 악역 현상필 역을 맡아 연기 생활 17년 만에 처음으로 악역 연기를 선보였는데, 이것이 시청자들에게는 ‘신선한’ 재미가 된 것도 호평의 또 다른 이유였다.
‘하이퍼 나이프’에서도 의학 드라마와 스릴러의 흥미를 조화롭게 선보이며 긍정적인 평을 끌어내고 있다.
과거 촉망받는 천재 의사였던 세옥이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스승 덕희와 재회하며 펼치는 치열한 대립을 그리는 작품. 수술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보이다가 나락으로 떨어져 ‘섀도우 의사’로 활동하게 되는 세옥은 현실과는 동떨어졌지만, 그래서 ‘하이퍼 나이퍼’만의 개성이 되고 있다.
환자를 위한 희생이 아닌, 수술을 향한 삐뚤어진 욕망이 사람을 살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흥미를 유발하는 한편, 세옥과 덕희가 주도권을 쥐기 위해 엎치락뒤치락하는 과정이 흥미를 배가한다. 완성도 높게 구현이 된 수술 장면은 물론, 세옥이 범죄를 저지르고 은폐하는 과정에서 유발되는 장르적 재미 등 예상치 못한 전개가 이어지는 ‘하이퍼 나이프’의 특성상 호불호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하이퍼 나이프’가 ‘예상 밖’의 전개로 ‘메디컬 드라마’의 새 장을 열고 있다는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
총 8부작인 ‘하이퍼 나이프’는 4회까지 공개되며 반환점을 돌았다. 세옥과 덕희의 속내는 무엇인지 또 세옥에게 자신의 목숨줄을 맡기려는 덕희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부르게 될지, 남은 이야기가 많은 상황에서 ‘하이퍼 나이프’가 어떤 새로운 전개로 보는 이들을 사로잡을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