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후반부터 1980년까지 태어난 이들을 지칭하는 X세대는 ‘절약’이 모토인 기존 세대와 달리 ‘소비’를 적극적으로 한 최초의 세대로 분석됩니다. 경제적 풍요 속에서 자라나면서 개성이 강한 이들은 ‘디지털 이주민’이라는 이름처럼 아날로그 시대에 성장해 디지털 시대에 적응한 세대이기도 하죠. 그만큼 수용할 수 있는 문화의 폭도 넓어 대중음악 시장의 다양성을 이끌었던 주역으로 꼽히는데, 이들이 향유했던 음악을 ‘가요톱10’의 90년대 자료를 바탕으로 Z세대에게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가요톱10’ 1995년 4월 1주 : 김건모 ‘잘못된 만남’
◆가수 김건모는,
1968년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 신월초등학교와 화곡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1986년 서울예술대학에 입학해 국악을 전공했다. 소위 ‘젓가락질을 제대로 하기 전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일찍이 음악에 재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 홍보단에서 근무한 김건모는 군 전역 후 1991년 록 밴드 평균율의 키보디스트로 영입되면서 가요계에 발을 들였다. 이듬해인 1992년 댄스 음악 그룹 노이즈의 1집 편곡을 담당한데 이어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를 타이틀로 한 정규 앨범을 발표하며 솔로 가수로 정식 데뷔했다.
김건모는 1990년대 이후 수많은 히트곡을 내며 전국민적 사랑을 받았다. 국내 가요계 역사상 가장 성공한 아티스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독특한 음색과 음악적 역량은 시대를 뛰어넘는 인기의 이유다. 작곡, 편곡, 피아노 등 다방면의 재능과 함께 하이톤의 까랑까랑하면서도 부드럽게 울리는 보이스는 데뷔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한 가지 ‘웃픈’ 에피소드도 있는데 1집 발매 이후 무섭게 증가하던 음반 판매량이 그의 방송 출연 이후 갑자기 수직하락한 사건이다. 가창력과 음색에 비례하는 외모를 상상했던 대중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까무잡잡한 피부와 상대적으로 못생긴 얼굴 때문이라는 분석이었다. 김건모 역시 여러 예능에 출연해 이에 대해 언급하면서 웃어 보이기도 했다.
◆‘잘못된 만남’은,
1995년 발매된 정규 3집 앨범의 타이틀곡이다. 애당초 이 앨범의 수록곡 ‘아름다운 이별’이 타이틀곡으로 쓰일 예정이었으나 김창환이 작사, 작곡한 ‘질못된 만남’이 큰 인기를 끌면서 타이틀곡이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곡은 명실상부 1995년 최대 히트곡인 동시에, 1990년대 대중음악을 대표하는 히트곡 중 하나다. 김건모를 떠올리는 상징적인 곡이기도 하다. 실제 ‘가요톱10’에서 골든컵을 수상했고 이밖에도 ‘쇼! 뮤직탱크’ ‘인기가요 베스트50’ ‘TV 가요 20’ 등 음악방송 합산 18회 1위를 차지한 곡이다. 무려 330만장의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당시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음반, 단일 앨범 국내 최댄기간 최다 음반 판매량 1위로 기네스북에도 등재됐다. 이 기록은 무려 24년 뒤인 2019년 방탄소년단(BTS)의 ‘맵 오브 더 솔 : 페르소나’(Map of the Soul: Persona)가 깼다.
이 곡은 김건모의 실제 경험담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김건모는 한 방송에서 “당시 대학교 1학년이던 친구를 유영석을 3층 집에 데려간 게 화근이었다. 나는 피아노도 코드만 짚는 수준이고 형은 피아노를 잘 친다”며 “난 술도 잘 못 마셔서 맥주 2잔을 마시고 잠이 들어버렸다. 잠든 사이 유영석이 피아노로 작업한 것”이라며 이 곡의 탄생 비화를 밝혔다.
유영석은 “‘잘못된 만남’의 인기는 대단했다. 미용실에 가도 다들 김건모 얘기만 했다”며 “나는 나이트클럽에 가면 룸에만 있는데 ‘잘못된 만남’이 나오면 나가고 싶은데 참느라 힘들었다”고 당시 ‘잘못된 만남’의 인기를 대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