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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싹 속았수다’ 박해준, ‘국민 남편·아버지’가 되기까지 [D:인터뷰]


입력 2025.04.14 03:18 수정 2025.04.14 09:38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촌스럽고 어설픈 면 있어…드라마 자체가 탄탄해 잘 넘어간 것 같아 감사하다. ”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를 외치며 모두의 공분을 샀던 배우 박해준이 국민 남편, 국민 아버지 ‘관식이’가 됐다. 한 번 만나기도 힘든 ‘인생 캐릭터’를 거듭 경신 중인 박해준은 “사실 내가 한 것은 없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배우 박해준도 ‘관식이’처럼 정직하고, 성실하게 필모그래피를 써 내려가고 있었다.


박해준은 제주에서 태어난 ‘요망진 반항아’ 애순이와 ‘팔불출 무쇠’ 관식이의 모험 가득한 일생을 사계절로 풀어낸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에서 중년 관식을 연기했다.


애순을 향한 맹목적인 사랑은 물론, 딸 금명과 아들 은명을 향한 헌신적인 부성애까지.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기며 국민 남편, 아버지로 거듭났다. 박해준도 시청자들처럼 때로는 공감하고, 때로는 감동하며 ‘폭싹 속았수다’를 시청했다.


“울 수밖에 없는 장면들이 많았다. 나도 울다 웃었던 것 같다. 보면서 눈물이 주르륵 흐르를 때도 있었다. 특히 극 초반 그랬었다. 대사나 내레이션도 너무 아름다웠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도 생기겼다. 다큐멘터리를 보면 아주 성실하고 예쁘게 사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받지 않나. 욕심을 안 가지고 성실하게 자신의 일과 가정을 지키는 이야기를 볼 때 나도 모르게 벅찰 때가 있다. 우리 드라마가 그랬던 것 같다. 나에 대한 죄책감도 느끼게 만들면서, 공감도 되고 그렇더라.”


‘부부의 세계’에서는 불륜을 저지르고도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라고 외쳐 모두를 분노케 했었다. 지금은 ‘좋은’ 남편, 아버지의 대명사가 된 것에 대해 “‘부부의 세계’ 이야기는 빠질 수 없다”고 웃으며 “선역도, 악역도 신나게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다만 관식이를 연기하면서는, 현실 속 배우 박해준 또한 배우고, 변할 수 있어 감사했다.


“역할에 상관없이, 푹 빠져서 힘들어하는 편은 아니다. 악역, 선역 모두 장, 단점이 있다. ‘부부의 세계’를 할 땐 시원하고 통쾌한 맛이 있었다. 불륜을 저지르고 뻔뻔한 행동을 하는, 현실에선 가능하지 않은 것들을 연기하는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관식을 연기하며 더 힘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나를 대입하기도 하고, 또 내 가족을 대입해 보면서 관식을 연기하는 게 미안하고 민망하기도 했다. 내가 그런 역할을 해도 될 자격이 있나 싶더라. 집에 와서 와이프를 보면서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관식을 연기하며) 현실의 나도 바뀌는 게 있더라.”


‘폭싹 속았수다’의 원동력은 ‘공감’이었다. 누군가는 철없던 나의 모습을 떠올리며 반성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무한한 애정을 쏟았던 부모의 마음을 되새기며 감동을 받기도 한다. 박해준 또한 관식을 통해 아버지를 떠올리며 ‘폭싹 속았수다’에 더 깊게 몰입했다.


“노역 분장을 하는데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나더라. 아버지께서 실제로 암 투병을 하시고, 수술도 여러 번 하셨었다. 못 드시다 보니 정말 마르셨는데, 그 얼굴이 내게서 보이니까 느낌이 이상하더라. 아버지한테 ‘저 아빠 아들이 맞나 봐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관식의 투병 장면을 찍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그의 마른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극단적인 다이어트까지 시도하며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애썼다. 후반부 관식이 남긴 울림의 배경에는 이 같은 치열한 노력이 있었던 것이다.


“단기간에 핼쑥한 한 모습을 보여주기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노력을 좀 했다. 시합 전 운동선수들이 땀을 빼며 수분 조절을 하시지 않나. 그걸 그대로 따라 했다. 한 2주 정도 잡고 루틴을 따라갔다. 처음엔 밥을 먹으면서 물을 엄청 먹는다. 그러다가 일주일 전에는 하루에 물 섭취량을 확 줄인다. 그러면서 반신욕도 하고, 유산소 운동도 해주니까 촬영 날 힘이 다 빠지더라. 촬영 전날엔 물을 아예 안 마셨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살이 쏙 빠져있더라. 일주일 만에 7kg 정도가 빠졌다. 성과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한 번 하고 나서 감독님께 남은 이틀 분량을 하루로 해주시면 좋겠다고 건의를 했다. 감독님도 (체중 조절 후) 모습이 좋으니까 일정을 맞춰주셨다.”


그럼에도 박해준은 ‘폭싹 속았수다’로 남긴 존재감에 대해 “나는 한 게 없다”고 말했다. 김원석 감독의 “착한 배우”라는 호평에 대해서도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인 박해준은 관식처럼 정직하고, 우직하게 나아가고 있었다.


“저는 사실 촌스럽고 어설픈 면이 있다. 헐렁헐렁하고 그렇다. 여우 같지 않고 ‘이래도 되고, 저래도 되는’ 타입이다. 감독님이 그런 걸 좋게 봐주셨나. 감독님은 착한 사람이라 저를 캐스팅했다고 하는데, 그렇게 말씀을 해 주신 건 감사하다. 그러나 심정적으론 관식 역할이 잘 맞는데 연기하면서는 폐가 되지 않을까 고민도 많았다. 나이 든 연기까지 소화하다 보니 걱정이 컸다. 연륜을 따라갈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분장을 너무 잘해주셨지만, 한편으론 ‘저게 맞나’ 싶을 수도 있다. 다만 드라마 자체가 너무 탄탄해서 잘 넘어가진 것 같아 감사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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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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