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해소' 손연재 마이웨이 비로소 시작
톱클래스 선수들과 17-18점대 받아
다이어트 등 스트레스 털고 동력 찾아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19·연세대)가 올 시즌 첫 공식대회인 리스본 월드컵에서 개인종합 9위에 올랐다.
손연재는 대회 첫 날인 지난 6일(한국시각) 후프에서 16.900점(난도 8.200, 실시 8.700)으로 7위, 볼에서 17.200점(난도 8.550, 실시 8.650)으로 4위에 올랐다. 둘째 날인 7일 곤봉에서 15.000점(난도 7.400, 실시 7.600)으로 26위, 리본에서 17.100점(난도 8.500, 실시 8.600)으로 5위에 올랐다.
개인종합에서 총점 66.200점으로 전체 참가선수 33명 중 9위에 이름을 올렸다. 곤봉을 제외한 나머지 세 종목에서 상위 8위까지 출전하는 종목별 결선에 진출했다. 지난해 11월 새 프로그램을 준비한 이후 손연재가 올해 시즌 처음으로 출전한 국제대회인 지난달 초 가즈프롬 리듬체조 그랑프리(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받았던 종목별 점수(종목별 결선 포함)는 곤봉 16.533점, 볼 15.416점, 후프 15.166점, 리본 16.233점.
당시와 비교하면 리스본 그랑프리서 손연재는 여러 차례 수구를 놓치는 실수를 범하며 26위에 머문 곤봉을 제외한 리본·볼·후프 등 나머지 3개 종목에서 점수를 끌어올렸다. 특히, 리듬체조 채점방식이 30점 만점에서 20점 만점으로 바뀌면서 세계 톱클래스 선수들은 종목별로 고루 17-18점을 받고 있음이 확인됐다. 따라서 손연재가 후프와 리본에서 17점대를 받은 것은 자신의 클래스가 세계 정상권에 있음을 입증한 것으로 매우 의미 있는 성과다.
아직 새 프로그램에 대한 숙련도와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는 과정임을 감안했을 때, 손연재가 앞으로 출전할 몇 차례 월드컵 시리즈를 통해 충실한 준비만 이루어진다면 손연재에게 올 시즌 ‘메인이벤트’라고 할 수 있는 6월 아시아 선수권, 7월 하계 유니버시아드, 8월 세계선수권에서 설정하고 있는 목표에 도달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리스본 월드컵은 이전에 출전했던 어떤 대회보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대회다. 그만큼 이번 대회에서 거둔 호성적은 손연재에게 시즌 전체를 통틀어 봤을 때 가장 어려운 고비를 넘은 것이고, 시즌 종착역인 세계선수권까지 순항할 수 있는 본 궤도에 안착한 의미를 지닌다. 한국 리듬체조 올림픽 출전 역사상 최고 성적을 거둔 ‘2012 런던올림픽’ 이후 손연재에게는 국내외 각종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고, 이에 따라 손연재는 CF, 방송 출연, 갈라쇼 출연 등의 선수로서 훈련 외에 분주한 과외활동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이처럼 손연재가 유명세를 타는 과정에서 소속사와 체조협회와의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손연재의 이탈리아 초청대회 출전이 무산되고, 발가락 부상까지 겹치는 등 이런저런 마음고생을 겪어야 했다. 그러는 와중에 손연재 마음과 머릿속에는 자신도 모르게 스트레스가 쌓여갔고, 리듬체조 선수로서 숙명과도 같은 다이어트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었다. 손연재가 최근 한 TV프로그램에 출연해 세계적인 프리마발레리나 강수진과 대화를 나누던 중 다이어트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는 장면에서 그 일면을 엿볼 수 있었다.
리스본 월드컵 출전을 앞두고도 손연재는 힘겨운 다이어트와 강도 높은 훈련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감기몸살을 겪었는데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 건강악화설로 확대되면서 일각으로부터 ‘시즌 첫 공식대회 출전을 앞둔 선수가 프로답지 못하게 자기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뼈아프고 야속한 마음도 들 수 있는 말들이었지만 결코 틀린 말도 아니었다.
어쨌든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손연재가 리스본 월드컵에 출전할 수 없을 것이란 말들도 흘러나왔지만 손연재는 대회 출전을 감행했고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고된 훈련과 다이어트, 감기몸살로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이기는 하나 고국의 누리꾼들로부터 ‘쾌유를 바란다’거나 ‘힘내라’는 격려 대신 ‘자기관리 실패’라는 매정한 비판을 들어야 하는 상황은 가혹했지만 손연재는 결국 모든 어려움을 잘 극복했다.
시즌 첫 공식대회 출전이 삐걱거렸다면 손연재의 이번 시즌 전체 스케쥴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고, 새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이기에도 차질이 빚어졌을 것이다. 그런 과정이 이어지게 되면 세계 톱클래스 선수들과 대등한 위치에서 경쟁을 펼쳐야 하는 손연재의 전반적인 페이스도 늦어지고 쳐질 수 있었다. 하지만 컨디션 난조와 질시의 시선들을 뒤로 하고 출전한 이번 리스본 월드컵을 통해 손연재는 런던올림픽 직후 이런저런 일들로 인해 잃어버렸을 수 있는 선수로서의 리듬과 밸런스, 그리고 한 시즌을 온전히 치를 수 있는 동력을 되찾았다.
시즌 첫 월드컵 출전을 앞두고 겪은 여러 어려움들이 결과적으로 손연재에게는 성공적인 한 시즌을 약속하는 예방주사가 된 셈이다. 손연재의 ‘마이 웨이’가 비로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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