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호 엉망진창…되풀이된 ‘졸전 공식’
승부조작 파문 속 급조된 레바논과 1-1
알고 있는 문제, 해답·희망 찾을 수 없어
공격, 수비, 정신력, 조직력 등 모든 면에서 엉망진창 그 자체였다.
간신히 패배를 면했다고 위안하기도 민망할 만큼 기대 이하의 경기력이었다. '월드컵에 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보다 '이런 팀으로 월드컵에 나갈 자격이 있을까'하는 생각이 먼저 들 정도였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5일(이하 한국시각) 베이루트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6차전에서 레바논과 1-1 무승부를 거뒀다. 전반 12분 하산 마투크에게 선제골을 얻어맞고 시종일관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후반 추가시간 터진 김치우 골로 패배를 면했다.
최강희호의 '졸전 공식'에서 1%도 벗어나지 못한 경기였다.
원정에서 어이없는 수비 조직력 난조로 선제 실점, 세트피스에서의 집중력 부재, 경기 내내 미드필드 플레이가 실종된 단조로운 뻥축구와 골 결정력 난조, 부정확한 패스 실책 등 최강희호 출범이후 1년 넘게 거론되고 있는 문제들이 여전히 반복됐다. 문제는 모두가 알고 있지만 해답도 희망은 여전히 찾을 수가 없었다.
이날 상대한 레바논은 한국 입장에서는 반드시 잡아야 했던, 그리고 충분히 잡을 수 있는 상대였다. 레바논은 정세 불안으로 선수들이 제대로 된 훈련도 소화하지 못할 정도였고, 승부조작 파문까지 겹쳐 국가대표 주력 선수 상당수가 제명된 상태다. 이번 한국전에 나선 대표팀은 사실상 몇 주 사이 급조된 팀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팀을 상대로도 최강희호는 경기 내내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레바논의 위협적인 역습과 세트피스, 그리고 악명 높은 침대축구에 끌려다니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최강희호 출범도 벌써 1년 반이 넘었다. 어느 정도 주전멤버들이 안정되고 조직력을 다졌어야 할 시기다. 하지만 반드시 이겨야 했던 레바논전을 앞두고도 수비와 미드필드 라인이 대폭 물갈이되는 모험을 단행했고, 이는 당연히 대표팀의 조직력에도 악재로 작용했다. 믿었던 '중동킬러' 이동국도 실망만 안겼다.
최강희 감독은 3차 예선에서 성적 부진으로 경질된 조광래 감독 뒤를 이어 대표팀의 구원투수로 활약 중이다. 본인이 원치 않았던 자리라는 것도 알고 있고, 이제 최종예선 2경기만 더 마치면 소속팀 전북으로 돌아가는 것도 기정사실이다. 하지만 대표팀 감독을 맡았으면 마지막 순간까지 최대한의 성과를 내야한다.
물론 최강희 감독의 가장 큰 임무는 월드컵 본선진출이다. 그동안은 최강희호가 처한 특수한 상황 때문에 대표팀의 경기력과 선수선발을 둘러싼 숱한 논란이 있었을 때도 '과정'은 어느 정도 면죄부를 받은 면이 있다. 하지만 1년이 지나도 발전의 흔적을 찾을 수 없는 경기력은 대표팀의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마저도 암울하게 만든다.
최강희 감독은 2경기만 더 마치면 자유의 몸이 될지 몰라도 대표팀은 이후에도 계속 돼야만 한다. 대표팀 감독은 당장의 성과도 중요하지만 결국 한국축구가 나아가야할 흐름을 제시하는 자리다. 월드컵 본선 여부와 별개로, 날이 갈수록 대표팀의 축구가 구시대로 퇴행하고 있다는 현실을 무겁게 인지하고 책임감을 느껴야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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