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효과’ 메이저리그행 붐으로 번질까
류현진 메이저리그 연착륙으로 한국 프로야구 관심 높아져
한국야구도 선수공급 시장가치 상승..섣부른 추진과 결정은 경계
'코리언 몬스터' 류현진(26·LA다저스)이 메이저리그 연착륙에 성공, 현지에서의 한국 프로야구 출신 스타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야구의 메이저리그행 붐은 이미 1990년대 시작됐다. 당시 1호 메이저리거였던 박찬호를 비롯해 김병현, 조진호, 서재응, 최희섭 등이 꿈의 무대인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가능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당시는 고교를 졸업한 유망주들이 국내 프로무대를 거치지 않고 미국으로 조기 진출, 마이너리그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메이저리그까지 올라가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미국 야구계에서 한국 프로무대의 수준을 낮게 봤던 데다 까다로운 FA제도 한계로 인해 국내 프로 선수들이 해외로 진출하기가 쉽지 않은 환경 탓도 있었다. 그나마 이상훈, 구대성 등은 일본 무대를 먼저 경유해 검증받은 뒤 진출했다.
류현진 활약으로 최근 미국야구계에 불고 있는 야구 한류는 박찬호 시대와는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류현진은 한국 프로야구 출신으로 일본야구나 미국 마이너리그를 거치지 않고 메이저리그에 직행한 1호 선수다.
류현진의 연착륙은 한국야구계에 ‘한국무대에서 최고수준의 기량을 선보인 선수는 메이저리그 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메이저리그에서는 그동안 아시아 야구하면 일본에 치우쳤다. 하지만 이젠 한국 야구도 새로운 선수수급 시장으로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류현진 효과’로 앞으로 제2의 류현진을 꿈꾸는 한국프로야구 출신 스타들의 메이저리그 도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가장 주목할 만한 선수는 역시 이대호(31·오릭스)와 오승환(31·삼성).
현재 한국 최고의 타자로 꼽히는 이대호는 2010년 한국무대에서 타격 7관왕이라는 전대미문의 위업을 달성한 데 이어 일본에서도 타점왕을 차지하는 등 국제적인 선수로 인정받고 있다. 추신수가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타자로서 메이저리그에 직행해 성공한 사례는 아직 없다. 파워와 정교함을 겸비한 데다 일본 무대에서도 검증이 끝난 이대호는 거포 보강을 꾀하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러브콜을 받을 만하다. 올해가 끝나면 FA 자격을 얻는다는 것도 유리한 부분이다.
국내 최고의 마무리로 꼽히는 오승환도 메이저리그에 도전할만한 기량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무대서도 대형 마무리 품귀현상인 데다 한국과 아시아 무대에서 인정받은 오승환의 ‘돌직구’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오승환이 그동안 일본진출에 더 무게를 뒀고, 일본 구단들도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 변수다.
이들 외에도 2011년 투수 4관왕에 빛나는 윤석민,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나타내고 있는 양현종(이상 KIA), 공격형 유격수 강정호(넥센) 등도 향후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해외진출 붐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한국 프로출신 스타들의 연이은 해외유출이 장기적으로 국내 프로야구 인기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우려다.
과거 2000년대 국내에서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던 선수들이 충분한 준비와 이해가 덜 된 상황에서 성급한 해외진출을 추진했다가 적응에 실패, 이후 하향세를 그리며 커리어까지 망치는 부작용을 잊어선 안 된다. 류현진이나 이대호 같은 선수들이 해외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특출한 재능 만큼이나 뛰어난 자기관리와 행운도 따랐다는 사실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릴 수 있을지, 그중에서도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확실한 것은 한국야구가 이제 세계무대에서도 인정받고 있으며 한국프로야구 출신 스타들이 메이저리그에서 선전하는 사례가 늘어날수록 한국야구의 국제적 위상과 시장가치는 급상승한다는 사실이다.
한편, 류현진은 8일 오전 11시10분(한국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서 열리는 애틀랜타전에 등판해 시즌 7승에 도전한다. 왼쪽 발등 부상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고 콜로라도전을 치르지 않았던 류현진은 ‘동부지구 1위’ 애틀랜타와 시즌 두 번째 대결을 가진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