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니 험난했던 월드컵 도전사 ‘좌절 없었다''
최강희호, 우즈벡-이란과 운명 건 2연전
위기에 더 빛났던 한국축구 좌절은 없어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우즈베키스탄(이하 우즈벡), 이란과의 벼랑 끝 2연전을 앞두고 있다.
일정상 홈경기지만 상대가 모두 월드컵 진출을 노리는 조별리그 최강자들이라 부담이 크다. 한국은 원정에서 두 팀을 상대로 1무(우즈벡)-1패(이란)에 그치며 승리를 맛보지 못했다. 우즈벡에는 골득실로, 이란에는 승점1 차이로 근소하게 앞서있다. 더구나 두 팀은 이미 월드컵 탈락이 확정된 카타르-레바논과의 홈경기를 남겨두고 있어 앞으로 최소한 승점3 이상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원정에서 비기기만 해도 기회가 있는 두 팀에 비해 한국은 안방에서 우즈벡과 이란을 반드시 이겨야만 자력으로 월드컵행 티켓을 쥘 수 있는 상황이라 심적으로 더 쫓기는 것이 사실이다. 당연할 것만 같던 월드컵 본선진출이 이젠 장담할 수 없는 위기상황으로 내몰리며 실망과 우려를 표하는 축구팬들이 많다. 하지만 돌아보면 언제나 한국의 월드컵 도전사에서 위기가 없었던 적은 없다. 수많은 벼랑 끝 위기를 딛고 언제나 한국축구는 더욱 강하게 단련돼 다시 일어섰다.
1993년 미국월드컵 최종예선은 한국의 월드컵 도전사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으로 기억된다. 당시 한국은 일본에 0-1로 패해 조 3위로 떨어진 한국은 최종전을 앞두고 자력 진출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2위까지 주어지는 월드컵 본선티켓을 따내려면 최종전을 이기고도 상대의 경기결과를 기다려야했다.
벼랑 끝에 몰린 한국은 마지막 경기에서 투혼을 불사르며 북한을 3-0 완파하고 일본-이라크전 결과를 기다렸다. 포기하지 않았던 한국에 기적이 찾아왔다. 경기 내내 앞서고 있던 일본이 종료직전 이라크에 동점골을 허용하며 2-2 무승부에 그쳤다. 한국이 승점1 차로 극적인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도하의 기적'으로 불리는 이 명승부는 이라크의 도움이 있기는 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집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005년 독일월드컵 최종예선은 모든 면에서 최근의 대표팀 상황과도 흡사하다. 홈에서 개최했던 2002 한일월드컵 4강신화의 달콤함에 도취돼 한국축구가 후유증에 시달리던 시기였다. 월드컵 예선에 돌입해 움베르투 쿠엘류 감독이 성적부진으로 경질되고 본프레레 감독이 지휘봉을 물려받았지만 팀 분위기는 여전히 어수선했다.
2005년 3월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 최종예선 3차전 원정에서는 무기력한 경기 끝에 0-2 완패하며 최대 고비를 맞기도 했다. 4차전 우즈베키스탄 원정에게는 경기 내내 0-1로 끌려가며 패색이 짙었지만 종료 직전 박주영의 극적인 동점골로 위기를 탈출했다. 그리고 5차전 쿠웨이트와의 원정경기에서 4-0 대승을 이끌며 조 2위로 월드컵 진출을 확정지었다.
2010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도 초반은 순탄하지 않았다. 비록 패배는 없었지만 고질적인 골 결정력 난조와 단조로운 무승부 축구로 우려를 낳은 데 이어 최종예선에서는 사우디-이란 등 중동세에 둘러싸이는 죽음의 조에 배정됐다. 2008년 9월 열린 최종예선 1차전에서는 북한과 졸전 끝에 1-1로 간신히 비기며 고비를 맞았다. 사령탑인 허정무 감독에 대한 불신과 경질론이 들끓었다.
허정무 감독은 최대 고비에서 기성용, 이청용, 이근호 등 소위 베이징올림픽 세대와 K리거들을 중심으로 과감한 세대교체에 돌입했고 박지성을 주장으로 선임하는 등 전면적인 혁신으로 팀 분위기를 쇄신했다.
결국, 최종예선 2차전부터 투톱으로의 전술 변화를 단행하며 아랍에미리트을 4-1 대승을 이끌고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이후 지옥의 중동원정에서 사우디아라비아(2-0)에 20년만의 원정 승리를 거뒀고, 이란을 상대로도 두 번다 극적인 무승부를 기록하며 결국 월드컵 예선을 조 1위-무패 행진으로 통과하는 기염을 토했다.
역사에서 돌아보듯, 태극전사들의 집중력은 항상 위기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극한 상황에 내몰릴 때 사람의 잠재력도 무한대로 발휘된다. 진정한 위기는 스스로의 역량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다. 한국축구는 아직 월드컵에 탈락하지도 않았고, 경쟁 팀들보다 더 불리한 상황에 몰린 것도 아니다. 이젠 인내심과 믿음을 가지고 지켜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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