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 타파’ 옥춘이 효과가 일으킨 롯데
롯데 옥스프링 5월 MVP 선정
4월 부진 털고 롯데 반등 주도
‘영웅은 난세에 등장한다’
프로야구 최고 인기구단 롯데의 난세는 바로 올해다.
재작년 이대호(오릭스)가 떠나고 올 시즌 김주찬(KIA)과 홍성흔(두산)이 떠났다. 사령탑도 김시진 감독으로 교체됐다. 벤치와 중심타자 모두 바뀐 롯데는 시즌 초 어떤 야구를 펼칠지 청사진도 제시하지 못했다.
뛰는 야구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중장거리포가 떠났으니 당연한 변신이었지만, 상대 내야를 뒤흔들 대도도 마땅히 눈에 띄지 않았다.
막강화력을 책임진 중심타자 3인방이 모두 떠난 뒤 롯데 타선은 팀의 리더가 없었다. 투타를 이끌 리더의 부재는 무엇보다 큰 문제다. 이 과정에서 손아섭이 타선의 핵으로 급성장, 구심점 역할을 충분히 했다. 하지만 4월 한 달 동안 롯데는 마운드의 핵이 공백이었다.
작년 에이스 역할을 해줬던 쉐인 유먼이 압도적이지 못했다. 토종 에이스 송승준마저 불운과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롯데 마운드는 에이스 부재와 불펜 난조의 악재가 겹치면서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때 영웅처럼 나타난 선수가 바로 크리스 옥스프링(35)이다.
스캇 리치몬드의 시즌 직전 부상으로 인해 긴급 수혈된 옥스프링에 대한 평가는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서른 중반을 훌쩍 넘은 나이에 빠르지 않은 구속은 우려의 근거였고, 한국 무대에 검증된 용병이라는 점과 2013 WBC 호주 대표팀으로 나서 네덜란드전에서 호투한 점은 기대의 근거였다.
뚜껑을 연 옥스프링의 평가는 처음엔 우려가, 최근엔 기대가 공존하는 독특한 상태다. 4월은 우려의 연속. 퇴출설까지 나돌았다. 개막 이후 3연패에 4월 성적은 1승3패, 평균자책은 무려 5.23이었다. 2008시즌 LG서 호투하던 옥스프링이 아닌 한 물 간 투수라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4월 마지막 주 SK전이 전환점이 됐다. 이때 옥스프링은 7이닝 5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시즌 첫 승을 거두면서 투구 감각을 찾기 시작했다. 이후 승승장구한 옥스프링은 5월에만 5승을 챙기고 6월에도 승리를 추가했다. 파죽의 7연승 행진이다.
옥스프링이 살아나면서 무기력하던 롯데도 상승 모드에 접어들었다. 손아섭이 이끄는 타선과 옥스프링의 마운드, 투타의 핵이 자리 잡으면서 탄탄해진 투타 안정감이 바로 롯데 상승세의 원동력이 된 셈.
옥스프링은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5월 MVP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5월 월간 성적은 완벽 그 자체. 5승 무패 41탈삼진 평균자책잠 2.72로 월간 다승, 탈삼진, 승률 부문 1위를 석권했다.
옥스프링은 LG시절부터 낙차 큰 커브와 포심 위주의 단조로운 패턴을 구사했다. 포심은 140km대 후반임에도 볼끝의 무브먼트가 좋다. 여기에 스트라이크존 내외곽을 정교하게 공략하는 로케이션도 뒷받침된다. 주무기 커브 역시 낙폭과 각도가 여전히 예리하다. 여기에 우타자를 상대로 한 컷패스트볼과 너클볼까지 장착했다. LG 시절에 비해 레파토리가 더 풍부하다.
무엇보다 옥스프링이 통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주자 출루 시와 주자 없을 때의 투구 편차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국내 무대를 처음 밟는 외국인 투수들의 경우, 발 빠른 주자의 주루 플레이에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 옥스프링은 주자 출루 시에도 구위 감소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 유형이다.
반면, 삼성의 특급용병 릭 밴덴헐크나 아네우리 로드리게스는 옥스프링보다 더 위력적인 구위를 지녔지만 출루 시 급격한 난조로 리그 적응에 애를 먹고 있다. 슬라이드 스텝이 느리고 주자 견제 능력이 떨어져 도루를 자주 허용하고 있다. 옥스프링은 정반대. 그가 한국형 용병이라는 평가를 받는 결정적인 이유다.
롯데는 원래 봄에 강한 팀이다. 강한 타선을 앞세워 화끈한 야구를 시범경기부터 봄부터 만개시키지만 여름에 접어들면서 장거리 이동으로 인한 체력저하로 성적이 떨어지는 사이클을 가진 팀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달라졌다. 봄엔 부진했고 오히려 날이 무더워진 5월 이후 치고 올라오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바로 옥스프링이 가져온 '옥춘이 효과'다.
옥스프링은 활약 기간에 비해 애칭이 많은 용병이다. 옥춘이와 옥수철이 그것. 옥스프링(OxSpring)의 성에서 스프링이란 단어의 다양한 접근 방법 덕이다. 스프링을 봄으로 해석하면 옥과 봄(春)을 결합해 옥춘이가 되고, 용수철이란 의미로 Spring을 해석하면 옥수철이 된다.
둘 다 분명 옥스프링으론 의미가 있는 닉네임이다. 롯데의 봄을 제대로 이끈 난세의 영웅이라는 점에서 옥춘이가 더 어울리지만 옥수철도 나쁘진 않다. 강하게 반등하는 용수철처럼 5월 성적도 위로 솟구쳤다. 게다가 커브는 떨어지는 용수철처럼 날카롭게 수직 낙하한다.
'봄봄봄 봄이 왔어요' 인기가요의 노랫말이다. 롯데의 봄을 몰고 온 전령사 옥스프링의 주제가처럼 들린다. 봄에 강한 롯데가 상승세를 여름까지 이어가기 위해선 옥스프링 호투가 지속돼야 한다는 전제조건은 불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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