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한 스트라이크 판정 ‘류현진 길들이기?’
5회 결정적 위기서 잇따른 아쉬운 볼 판정
'루키 길들이기' 류현진의 반응은 덤덤
‘다저스 몬스터’ 류현진(26)이 시즌 3패째를 떠안으며 아쉽게 7승 달성에 실패했다.
류현진은 20일(이하 한국시각),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2013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와 더블헤더 1차전에 선발로 나서 6이닝동안 5피안타 3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투구 수 111개를 기록하는 동안 스트라이크는 67개에 그쳤으며, 직구 평균 구속이 80마일대 후반에 그칠 정도로 컨디션이 썩 좋지 못했다. 특히 일본 선수들과의 맞대결에서 패한 점이 아쉬웠다. 이날 양키스 선발 구로다 히로키는 빼어난 완급조절 능력을 선보이며 시즌 7승째를 거뒀고, 6번 타자로 출전한 스즈키 이치로는 류현진으로부터 홈런 1개 포함, 2개의 안타를 뽑아냈다.
이날 다저스 동료들은 여러모로 류현진을 도와주지 못했다. 야시엘 푸이그는 1회, 중전 안타를 터뜨린 뒤 무리하게 2루까지 뛰다 아웃되는가 하면, 2루수 스킵 슈마커의 아쉬운 수비는 2회 2실점의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또한 팀 타선은 류현진이 마운드에 있는 동안 득점을 뽑아내지 못했다.
이 가운데 눈길을 끈 대목은 주심의 스트라이크 판정과 류현진의 반응이었다.
이날 류현진은 5회말 1사 만루 상황을 맞으며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 첫 타자 크리스 스튜어트와의 승부부터 꼬였다. 류현진은 볼 카운트 1볼-2스트라이크에서 몸 쪽으로 바짝 붙이는 직구를 잇따라 꽂아 넣었지만 앤디 플레처 주심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결국 스튜어트는 볼넷으로 출루했다.
2사 만루에서 토마스 닐과의 승부도 고개를 갸우뚱하기에 충분했다. 또 다시 1볼-2스트라이크 상황. 류현진은 이날 가장 빠른 93마일(약 150km) 직구를 똑같은 몸 쪽 코스에 집어넣었고, 삼진을 확신한 엘리스 포수는 그대로 일어나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그러나 주심의 판정은 볼이었다.
다행히 7구째 승부 끝에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며 위기를 벗어났지만 주심의 모호한 볼 판정은 류현진의 투구 수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결국 5회까지 92개 공을 던졌던 류현진은 불어난 투구 수로 인해 많은 이닝 소화가 어려웠다.
사실 신인 선수들에 대한 야박한 볼 판정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실제로 지난 2003년 풀타임 1년차를 맞았던 서재응(당시 뉴욕 메츠)은 경기가 끝난 뒤 “컨트롤에 큰 문제는 없었다. 다만 구심의 스트라이크 판정이 오락가락했다”는 말을 한 바 있다. 당시 ‘뉴욕 타임즈’는 “서재응이 로진백을 패대기치는 등 은연중 심판에게 어필한 장면은 조심해야할 것”이라 충고했고, 아트 하우 감독이 진화에 나서며 일단락되기도 했다.
또한 시카고 컵스에서 뛰었던 최희섭 역시 주심의 볼 판정에 불만을 갖자 팀의 대선배였던 모이세스 알루로부터 “신인이 심판에게 찍히면 힘들다”는 충고를 듣기도 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다르빗슈 유(텍사스) 역시 시즌 초반 들쭉날쭉한 스트라이크존으로 인해 적응에 애를 먹은 케이스다.
결국 류현진에 대한 아쉬운 볼 판정은 주심의 ‘루키 길들이기’로 해석할 수 있다. 류현진은 이번 양키스전은 물론 올 시즌 유독 몸 쪽 공에 대해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결정구로 던진 공이 볼로 판정되자 투구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더욱 흥미로운 부분은 류현진의 반응이다. 류현진은 지금까지 주심의 볼 판정에 단 한 번도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다만 자신이 스트라이크라 생각했던 공이 외면 받았을 경우, 같은 코스로 한 번 더 던지는 것이 고작이다. ‘루키 길들이기’에 나선 메이저리그 심판들도 류현진의 자로 잰 듯한 제구력과 두둑한 배짱에 놀라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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