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뽑은 이인찬 대표...뒤숭숭한 SK브로드밴드
삼성-CJ 경력직 30~40여명 충원 왜?
기존 SKB 직원 찬밥 신세 지적도...CJ헬로비전 화합 관건
미디어 전문 회사로 탈바꿈하기 위한 SK브로드밴드의 내부 진통이 상당하다. 미디어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외부 인력을 지속적으로 영입하면서, 기존 직원들과의 마찰이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CJ헬로비전 인수까지 이뤄지면서 향후 일정 수준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인찬 SK브로드밴드 대표가 체질 개선을 위해 칼은 뽑아들었으나 그만큼 그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는 미디어 사업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CJ그룹 출신의 경력직을 지속적으로 충원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 8월 윤상철 전 삼지애니메이션 부사장, 윤석암 TV 조선 본부장을 각각 영입에 이어 9월에는 '삼성맨'과 'CJ맨' 출신의 해당분야 경력자 30~40여명(차장급 이상)을 채용, 미디어 사업부 핵심 요직에 앉혔다.
현재도 신규 인력을 보강하기 위해 면접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출신 인력은 서비스 개발 및 기획 부문, CJ 출신들은 미디어나 콘텐츠 전문가로 전해졌다.
이들은 모두 이인찬 대표가 직접 수소문해서 데리고 왔다는 후문이다. SK브로드밴드를 미디어 회사로 체질 개선하기 위한 이 대표의 열망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향후 미래 신사업 분야 중 하나로 ‘플랫폼’ 사업을 꼽은 바 있다.
그러나 SK브로드밴드의 기존 직원들이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최근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해 SK브로드밴드와 합병을 결정한 가운데, 외부 신규 인력이 계속 충원된다면 그만큼 기존 인력이 나가는 것은 불보듯 뻔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유선 사업이나 경영지원 부서 등은 어수선한 분위기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미디어로 전사가 주력하는 것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도 환영하고 있지만 인력 충원에 대해선 위에서 쉬쉬하는 분위기"라며 "외부인력이 계속 들어오면 아무래도 누군가는 나가는 사람도 있지 않겠냐”며 우려했다.
여기에 내년 4월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이 종료 되면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양사는 인수합병을 내세우며 '고용승계'를 보장했지만, 일반적으로 합병한지 1~2년이 지나면 그 과정에서 일정 부분의 사업 및 인력 개편은 일어날 수 밖에 없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반기 및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2분기 기준 SK브로드밴드 전 임직원(비정규직 포함)은 1612명, CJ헬로비전은 1189명이다. 이 중 인수되지 않은 티빙 사업부 300여명을 제외하면, 합병 법인은 2501명이다. 이는 모회사 SK텔레콤 4140명의 절반을 넘는다. SK텔레콤 역시 통신 산업 성장세로 상시 인력 조정을 하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일단 기업들이 인수 합병을 하면 처음엔 모두 고용승계를 보장해주긴 한다"며 "그러나 몸집이 2배로 늘어난다고 해서 매출도 2배 늘어난다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과거 선례들을 고려하면, 결국 영업직이나 마케팅 등 사업이 겹치는 부서는 향후 정리되는 수순을 밟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만약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불가피한 구조조정이 있을시 SK브로드밴드 노동조합과의 강력 충돌도 예상된다. SK브로드밴드는 강성 노조로 직원들의 고용 안정을 위해 전방위적으로 행동을 취해왔다.
SK브로드밴드 노조는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 소식이 알려지자 “우리 조합원들의 고용안정문제는 노동조합이 적극 대응해 나가야 할 이슈”라며 “노조는 어떤 위협에도 조합원들을 완벽하게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따라 관련업계는 이 대표가 조직 내부의 불협화음을 잠재우고 SK브로드밴드를 미디어 대표 기업으로 키워낼 수 있을지 관심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미디어사업은 최태원 회장의 숙원 중 하나"라며 "선임된지 채 1년도 안된 이 대표가 내심 미디어 사업에 손대고 싶어하는 모회사 SK텔레콤을 적절히 견제함과 동시에 이같은 숙제들을 잘 풀어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고 말했다.
한편, SK브로드밴드측은 "신규 인력 충원은 사업 강화를 하기 위함"이라며 "구조조정은 계획은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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