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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서장훈…안티많은 스타의 비애


입력 2007.02.06 11:29 수정         이준목 객원기자

서장훈에 대한 오해와 편견, 베테랑의 여유 아쉬워

프로농구 서울 삼성의 ‘국보급 센터’ 서장훈은 의심할 나위없는 국내 최고의 선수 가운데 하나다. 프로농구 출범 이래 두 차례의 정규시즌 MVP와 팀 우승, 토종 유일의 리바운드왕(98~99시즌), 통산 8천 득점-3천5백 리바운드 돌파 등 화려한 커리어에서 이미 프로무대에서 한국농구사에 한 획을 그었다.

하지만, 서장훈은 역대 한국농구 역사상 업적에 비해 팬들에게 가장 정당하지 못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선수 중 하나이기도하다. 국내 스포츠계에서 허재나 이천수, 이동국처럼 강한 개성으로 팬들에 따라 호불호가 엇갈리는 스타들은 예전에도 있었지만, 서장훈은 스타플레이어 가운데 보기 드물게 유독 ‘안티’가 많은 선수로 꼽힌다. 심지어는 홈에서도 가끔씩 서장훈에 야유가 쏟아지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거친 경기매너, 센터본능 상실한 플레이 빈축

데일리안 스포츠

이처럼 뛰어난 기량에도 불구하고 서장훈을 싫어하는 팬들이 많은 것은 우선 그의 경기매너를 꼽을 수 있다. 서장훈은 상대의 파울이나 심판 판정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로 유명하다. 상대가 거친 몸싸움을 걸어오거나 심판이 자신에 대한 파울을 적절히 잡아주지 못할 경우 곧잘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잦다.

지난 4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KTF와의 경기에서 서장훈은 몇 차례 모호한 판정에 쉽게 흥분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3쿼터에는 리바운드 다툼 도중 KTF 이한권과 몸싸움을 펼치다가 코트 바닥에 쓰러지면서 발로 이한권을 걷어차려는 듯 위협적인 동작을 취하기도 했다. 물론, 실질적인 충돌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대선배이자 리그를 대표하는 간판스타답지 못한 거친 행동은 아쉬움을 추기 충분했다.

팬들은 서장훈의 플레이스타일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센터 출신임에도 골밑플레이를 기피하고 해마다 외곽플레이의 비중이 높아지는 반면, 수비에 대한 근성이 부족하고 공수전환이 느린데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대학시절까지 한국농구 최고의 정통센터로 주가를 높였던 서장훈은 프로에 진출하면서 외국인선수들과의 맞대결에서 생존을 위해 몸싸움보다는 미들슛 중심의 플레이스타일로 색깔을 바꿨다. 지난 05~06시즌부터 삼성에는 올루미데 오예데지라는 확실한 정통센터가 합류하면서 서장훈은 예전처럼 골밑에서 힘든 몸싸움을 펼쳐야할 이유가 사라졌고, 외곽슛에 맛을 들여 완전히 장신슈터로 변모한 모습을 나타냈다.

올 시즌 4.94개에 그치고 있는 경기당 평균 리바운드는 서장훈의 역대 커리어 최악의 수치. ‘센터 본능’을 상실한 서장훈은 지난 12월 도하 AG에서도 김주성과 하승진에 밀려 벤치멤버로 전락하는 등 부진했다.

악의적인 수비, 외면하는 휘슬, 국보급센터는 외롭다

물론 서장훈에게도 할 말은 있다. 프로농구 출범 후 외국인선수들이 득세한 골밑에서 서장훈은 토종빅맨의 자존심을 지키며 분투해왔다. 하지만 매년 외인들의 수준은 점점 높아지고 토종정통센터들의 입지는 점점 축소되는 가운데, 서장훈의 플레이스타일 변화는 ‘도피’에 앞서 생존을 위한 어느 정도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또한, 서장훈은 데뷔 이래 가장 많은 악의적인 파울에 시달려온 선수이기도 하다. 서장훈은 아마 시절이던 지난 95년 농구대잔치와 프로농구 04~05시즌, 무려 두 차례에 걸쳐 선수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목 부상을 당한바 있다. 서장훈이 부상이 완쾌된 최근에도 경기마다 목 보호대를 차고나오는 것이나, 거친 파울을 제대로 잡아주지 않은 심판에 자주 항의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30대를 넘긴 지금도 1대1로 상대하기 어려운 뛰어난 기량을 갖춘 서장훈은 상대의 더블팀과 파울성 수비의 표적이 되는 대표적인 선수다. 거친 경기매너를 팬들은 지적하고 있지만, 정작 서장훈은 악의적인 파울에 대한 보복성 플레이로 상대 선수를 상하게 만든 경우는 거의 없다. 오히려 서장훈은 남들보다 눈에 띄는 덩치와 파워 때문에 작은 동작에도 상대의 ‘헐리웃 액션’으로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올 시즌 서장훈의 팀내 입지는 예전 같지 않다. 개인 성적과 팀 성적은 계속 엇박자를 내고 있고, 기록 면에서도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안팎으로 불안정한 입지 속에서 서장훈은 경기 중 웃음을 잃은 지 오래다.

그러나 역시 아쉬운 것은 이제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드는 베테랑다운 여유와 원숙함이다. 프로농구는 단순히 선수들만의 대결이기에 앞서 팬들을 위해 존재하는 서비스다. 서장훈이 놓인 환경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경기 중에 나타나는 성숙하지 못한 처신이나 신경질적인 반응은 프로농구를 대표한다는 톱스타다운 자세가 아니다.

서장훈은 이미 농구선수로서 많은 것을 이뤘다. 그러나 당대 최고의 스타가 정작 동시대 팬들로부터 사랑받지 못하고 있는 현재 상황은 한국농구에 있어 유감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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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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