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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급도 정규직 전환?”…조선·철강, 경쟁력 약화 우려


입력 2017.06.14 06:00 수정 2017.06.14 08:28        이광영 기자

비정규직에 하도급 포함 시 비정규직 비율 절반 이상 차지

인건비 부담에 제조업황 회복 ‘요원’ 가능성…업계, 명확한 지침 요청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도크 전경(왼쪽),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 빌딩 전경.ⓒ현대중공업·포스코

비정규직에 하도급 포함 시 비정규직 비율 절반 이상 차지
인건비 부담에 제조업황 회복 ‘요원’ 가능성…업계, 명확한 지침 요청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가운데 조선·철강업계가 이에 따른 산업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정규직 전환을 공공부문에서 시작해 민간부문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시정 연설을 통해 “근본적인 일자리 정책은 민간과 정부가 함께 추진해야 할 국가적 과제”라며 민간기업의 일자리 및 정규직 확대를 에둘러 강조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조선·철강 등 업종 기업들은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내하도급 근로자가 비정규직에 포함될 경우 업황이 회복되기도 전에 인건비 증가에 따른 경쟁력 하락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의 전체 직원 대비 비정규직인 사내 기간제 근로자 비율은 4.97%다. 철강업계 역시 포스코는 1.8%, 현대제철도 1.7%에 불과하다.

그러나 사내하도급 직원을 비정규직으로 분류하면 이 비율은 대폭 상승한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7월 공시한 최신 고용형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현대중공업에는 협력업체 직원은 4만4652명으로 비정규직 비율이 65%에 달한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도 공시에 나와 있지 않은 협력업체 직원들이 각각 2만5000여명에 달해 비정규직 비율이 절반을 뛰어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의 경우 일감이 몰릴 때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편차가 크다. 대규모 프로젝트 건조를 진행할 때마다 협력업체를 통한 하도급 시스템이 활용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소 사내협력사 업무는 대체로 단순 반복 또는 높은 기량을 필요로 하지 않아 계약을 통해 일감을 따내는 구조”라며 “정규직 보다 훨씬 많은 규모의 협력업체 직원 모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조선사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선사들은 최근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인건비 부담을 최소화하는 상황”이라며 “무분별한 정규직화로 외려 인건비를 늘리는 것은 중국과 일본의 추격을 받고 있는 우리 조선업의 경쟁력을 약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철강업계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협력업체 직원이 각각 1만8247명, 1만1018명이다. 포스코의 정규직이 1만6345명이고 현대제철이 1만1057명으로 협력업체 직원 수와 정규직 직원 수의 숫자가 비슷한 수준이다.

철강업종 특성상 고로 운영 핵심 인력은 직접 고용하지만 설비 유지 보수 인력은 대부분 하청업체를 활용한다. 이 때문에 직접 고용에 나서야하는 조업 관련 직무 범위가 모호한 측면이 있다. 비정규직의 최종 기준을 정하는 데 적잖은 진통이 예고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의 대상을 정하고 어떤 방식으로 추진할지에 대해 정해진 게 없다”면서 “협력업체 직원을 모두 고용하게 된다면 포스코, 현대제철의 부담이 커지는 것은 물론 협력업체의 생존도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인 지침이 없는 가운데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비정규직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요구하고 나섰다.

권 회장은 지난 9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철의 날 행사 뒤 기자들과 만나 “정규직 전환은 철강뿐만 아니라 모든 사업장에서 신경 쓰고 있는 이슈”라며 “비정규직에 대한 정의를 정부가 명확히 해주는 대로 대응해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권 회장의 이날 발언은 비정규직에 대한 정의가 모호한 상황에서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나온 후에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편 조선·철강업계서는 정규직 전환 후에 이들 제조기업의 특성상 외주업체를 통한 파견업무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업파견 고용 형태는 노동시장 유연화와 글로벌 경쟁력 향상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며 “업황 회복까지는 제조업 파견 근로자의 근로 조건을 향상시키는 방안과 함께 다양한 고용형태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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