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리뷰] 차지연·옥주현, 두 단계 뛰어넘은 '마타하리'
스파이 대신 여자에 방점, 확 달라진 재연
음악 추가 효과적, 무대 미학의 절정 선보여
전쟁의 비극 속에서 죽음을 불사한 강렬하고 아련한 러브 스토리를 담았다.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극의 흐름을 조율하는 드라마트루기(Dramaturgy)적 감각을 인정받아 온 베테랑 연출가인 스티븐 레인(Stephen Rayne)은 리얼리티를 부여하는데 초점을 맞춰 작품을 한층 업그레이드시켰다.
특히 초연에 비해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위험하고 참혹한 시대적 배경을 드라마적으로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에 따라 마타하리가 왜 스파이가 되었는지, 그녀가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살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명확해졌다.
또 마타하리와 아르망, 라두 세 사람간의 삼각관계를 긴장감 있게 그려내 스토리가 더욱 탄탄해진 느낌이다.
초연의 플래쉬백과 극중극 형식을 과감히 걷어냈고 극의 해설자였던 엠씨 캐릭터가 사라졌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극을 전개하며 시대적 배경을 보다 리얼하게 묘사함으로써 관객들은 제1차 세계대전 속 위험하고 참혹했던 시대상을 더욱 진하게 느낄 수 있게 됐다.
아르망은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로맨티스트에서 강인하고 거침없는 반항아적 성격을 지닌 인물로 변하며 라두 대령은 프랑스의 승리를 위해 국가에 충성하며 자신의 감정을 철저히 감추는 냉정하고 완벽한 군인으로 그려졌다.
두 대립되는 캐릭터가 팽팽한 긴장감은 물론, 마타하리와의 미묘한 삼각관계를 부각시키는데 큰 효과를 발휘한 느낌이다. 이처럼 초연 당시 다소 늘어지는 듯한 느낌을 준 부분이 대폭 보완되면서 165분간의 공연이 꽉 찬 느낌을 준다.
극의 흐름에 따라 새롭게 배치된 넘버들도 기대 이상이었다. 특히 마타하리의 감정이 터저 나오는 클라이막스에서는 차지연의 폭발적인 성량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마타하리의 솔로곡었던 '노래는 기억해(Song Remember)'는 아르망과 듀엣 곡 '인생이란(C'est La vie)'으로 재탄생해 두 주인공의 미묘한 감정선이 섬세하게 묘사됐다.
스펙터클한 스케일과 아름다운 색감으로 장식된 무대 또한 기대 이상이었다. 지난해 초연된 창작 뮤지컬이라는 사실을 믿기 힘들 만큼, '마타하리'는 빠르게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는 모습이다. 이번 공연보다 다음 공연이 벌써부터 기대되는 이유다.
배우들의 힘을 빼놓을 순 없다. 초연의 성공을 이끈 옥주현에 이어 새로운 마타하리로 탄생한 차지연은 덤덤하면서도 슬픔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마타하리의 감정을 극적으로 표현했다. 김준현, 엄기준, 민영기 등 가창력과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도 관객들의 기대에 부족함이 없다.
한편, EMK뮤지컬컴퍼니의 첫 번째 창작 프로젝트인 뮤지컬 '마타하리'는 2016년 초연 당시 개막 8주 만에 10만 관객 돌파라는 경이로운 흥행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특히 제1회 한국뮤지컬어워즈 2개 부문(프로듀서상, 무대예술상)과 제5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 3개 부문(올해의 뮤지컬상, 무대예술상, 여자인기상)을 석권했으며 제12회 골든티켓어워즈 골든티켓 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뤄내 창작뮤지컬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이번 공연 역시 개막과 동시에 인터파크 티켓 예매율 1위를 질주하며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2018년에는 일본의 도쿄포럼C홀에서 첫 해외 진출의 서막을 열며, 2019년에는 최초로 유럽 독일에서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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