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 "소수 비전문가 속전속결 주물러"
"대선 캠프에서 공약 수립했던 환경단체 출신 중심"
청와대 "실제 생활하는 국민 뜻 제대로 파악 의도"
청와대가 올해 말까지 ‘제8차 전력수급계획’을 확정해 국회에 보고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학계를 중심으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정책 기조를 전문적으로 주도할 컨트롤타워가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가 나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8일 기자들과 만나 신고리원전 5·6호기 공사 일시중단 및 공론화 절차 착수 방침을 재강조하며 "2031년까지의 계획안이 연말에 나온다. 몇 달 안에 정부의 탈원전 정책방향이 어떻게 반영되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론화를 위해 위원회를 구성하고, 최장 3개월 간 여론수렴을 거쳐 시민배심원단이 건설 여부를 판단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2030년까지 원전 비중을 30%에서 18%로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대신 LNG(친환경 액화천연가스)를 20%에서 37%로, 신재생에너지를 5%에서 20%로 높이는 등 친환경 발전 비중을 늘리겠다고 했다. 과거 정부가 원자력·석탄 화력을 무분별하게 늘렸으나, 최근 기후 변화 등 환경 문제 및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만큼, 이에 발맞춰 친환경 에너지원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실행을 시작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다만 일각에선 전력수급 불안과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우려도 적잖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까지 계획된 원전 11기 가운데 8기의 추진 여부가 불투명해져 전력난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고, 발전비용이 상승하면 덩달아 전기요금 인상이 뒤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해당 사안을 다룰 만한 원자력 및 에너지 전문가가 없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청와대가 전문가 그룹보다는 대선 캠프에서 에너지 공약을 수립했던 환경단체 및 시민단체 출신들을 중심으로, 에너지 정책을 다소 급하게 추진한다는 것이다.
에너지 관련 전공 대학교수 230명으로 구성된 ‘책임성 있는 에너지 정책 수립을 촉구하는 교수 일동’은 최근 공동 성명을 내고 "소수의 비전문가가 속전속결하듯 에너지 정책을 주무르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문제를 전문가 그룹 없이 정부가 급히 추진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 문 대통령의 공약 이행 시 향후 전기요금 인상률이 36~40%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반면 청와대 측은 ‘전력수급 충족’이 모든 결정의 전제 조건이라며, 전력난에 대한 걱정은 ‘기우’라고 못 박았다. 또 구체적·실무적인 진행은 국무조정실과 산업통상자원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계획이며, 향후 몇 달 내 언론의 궁금증이 해소되고 사회적 합의 과정도 거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당연히 전문가들과 전문적 방식으로 추진할 것”이라면서도 “기존 전문가들의 결정에 따라 하다 보니 현재처럼 가장 좁은 지역에 가장 많은 인구와 원전이 밀집한 상황까지 왔다. 비전문가들에게 맡기자는 게 아니라, 실제 이곳에서 생활하는 국민들의 뜻을 제대로 파악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리부터 전력수급이 부족하다는 등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은 오히려 다른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원을 찾으려는 사회적 공론화를 하지 않으려는 의사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걱정이 든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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