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송송’ 첼시, 어제와 다른 오늘
프리시즌 드러난 전력 기대 이하..모라타도 미미
맨유로 떠난 마티치 공백도 걱정 '얇은 선수층'
2016-17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 우승을 차지한 첼시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프리시즌과 지난 6일(한국시각) 커뮤니티 실드에서 보여준 경기력이 만족스럽지 않다. 탄탄한 스리백 수비와 에당 아자르, 디에고 코스타를 앞세운 화끈한 화력이 빛을 발하며 단일 시즌 최다인 13연승을 질주하던 지난 시즌과는 확연히 다르다.
최전방에 문제가 생겼다. 2016-17시즌 EPL 35경기 20골을 몰아넣었던 ‘주포’ 코스타가 안토니오 콘테 감독과 불화로 인해 팀을 떠날 것이 확실하다. 변호사까지 선임하며 첼시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시즌 코스타의 백업 역할을 맡았던 미치 바추아이는 EPL 5골, 컵대회 4골을 기록, 무게감이 떨어진다. ‘FIFA(국제축구연맹)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최우수선수이자 잉글랜드의 희망으로 떠오른 도미닉 솔란케도 리버풀로 떠났고, 베르트랑 트라오레도 올림피크 리옹으로 둥지를 옮겼다.
첼시가 코스타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872억 원의 거금을 들여 영입한 알바로 모라타도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 모라타는 프리시즌과 커뮤니티 실드에 출전했지만 코스타의 그림자를 지우지 못했다.
프로 무대에 데뷔한 이후 주전으로 한 시즌을 보낸 적도 없다. 지난 시즌 레알 마드리드 소속으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26경기에 나섰지만, 6위권 내 팀과 경기에서는 2골밖에 넣지 못했다. 모라타가 기록한 15골 중 11골이 2골 차 이상으로 대승을 거둔 상황에서 나왔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떠난 네마냐 마티치의 공백도 문제다. 지난 시즌 마티치는 첼시 중원의 핵심이었다. 35경기에 나서 수비 안정에 공헌했고,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해내며 팀 우승에 앞장섰다. 1골 7도움으로 공격 포인트 생산 능력도 뽐냈다.
첼시는 마티치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AS 모나코에서 티에무에 바카요코를 영입했지만, 부상으로 인해 시즌 초반 결장이 유력하다. 프랑스를 떠난 적 없었던 바카요코가 EPL의 거칠고 빠른 경기 속도에 쉽게 적응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캉테의 짝으로 세스크 파브레가스라는 월드클래스 미드필더가 존재하지만, 공격적인 성향이 뚜렷한 그가 콘테의 첼시에서 빛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파브레가스는 아스널과 커뮤니티 실드에도 선발 출전해 번뜩이는 패싱력을 선보였지만, 수비의 안정이나 공수 연결고리 역할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얇은 선수층도 걱정이다. 지난 시즌 첼시가 우승을 차지할 수 있던 배경에는 적은 경기 수가 있었다. 첼시는 직전 시즌 아쉬운 성적(10위)으로 인해 유럽 클럽대항전에 참가하지 못했다. EPL과 결승에 진출한 FA컵을 제외하면, 체력적인 부담을 더할 수 있는 경기가 없었고, 얇은 선수층에도 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었다.
새 시즌은 다르다. 스리백에서 윙백은 그 어떤 포지션보다 체력적인 부담이 크다. 빅터 모제스와 마르코스 알론소만으로는 리그와 UEFA 챔피언스리그(이하 UCL)를 비롯한 여러 대회를 소화할 수 없다.
오른쪽 윙백 모제스는 공격수 출신답게 공격력은 우수하지만, 수비력에 여러 차례 약점을 드러냈었다. 늘어난 경기 수로 일찍이 체력적인 문제가 생긴다면, 약점이 두드러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확실한 골게터의 부재, ‘에이스’ 아자르에 대한 의존도, 안토니오 뤼디거 외에 보강이 없는 중앙 수비 등 첼시의 얇은 선수층은 리그는 물론 UCL에서도 좋지 않은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디펜딩 챔피언’의 저력을 앞세워 새 시즌 초반에는 잘 나갈 수도 있다. 그러나 더 이상의 전력 보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지난 시즌 이상의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콘테 감독이 여러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그와 첼시의 동행이 지속될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
리버풀과 아스널 등에 허무하게 무너지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음에도 반전을 꾀하며 EPL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던 첼시. 리그 2연패와 UCL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고 있는 새 시즌, 첼시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는 것이 축구지만, 올여름 첼시의 행보는 너무나도 불안하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