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펫보험 활성화 시동에 보험업계 '난색'
특화 보험사 출현 지원 사격 나선 금융위
"예전 그대로인데"…떠오르는 실패의 기억
금융당국이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한 이른바 펫보험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하지만 반려동물과 관련한 정보는 물론 진료비 등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은 영역이 산재해 있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보험업계로서도 이미 펫보험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가 쓴잔을 들이킨 기억을 가지고 있는 탓에 난색을 표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올해 보험사 인가 단위를 세분화해 펫보험 등을 파는 특화 보험사 출현을 유도할 계획이다.
문제는 펫보험 활성화를 위해 넘어야 할 현실적인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는 점이다. 일단 보험사와 소비자 간 정보 격차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반려동물의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마이크로칩 등이 갖춰지지 않은 경우 육안 식별과 연령 판별이 어려워 정보 비대칭성을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들쑥날쑥한 진료비도 펫보험 확대의 걸림돌이다. 반려동물 진료비가 표준화돼 있지 않아 부담해야 할 금액을 추정하기 어려운 입장에 있는 보험사로서는 펫보험 판매에 위험을 안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펫보험을 둘러싼 장애 요소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관련 제도 개선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우선 반려동물이 처음 인계될 때 등록과 건강검진, 보험 가입으로 이어지는 인계관리가 강화돼야 한다는 조언이다. 또 보험사가 반려동물 의료비를 예측할 수 있도록 동물 의료수가제도가 정비돼야 하고, 펫보험을 처음 내놓은 보험사가 상품 개발에 용이하도록 이를 뒷받침할 보험요율도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환경 탓에 과거 몇몇 보험사들이 펫보험을 내놨었지만 현재 관련 시장은 사실상 사장돼 있는 형편이다. 2007년 말 첫 출시 이후 이듬해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펫보험도 일시적으로 성장했지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요율 탓에 대부분 보험사들이 시장에서 철수했다. 2014년에 동물 등록제가 의무화되면서 일부 손해보험사들이 펫보험을 재출시 했지만 실적은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실제로 현재 국내에서 펫보험을 취급하는 보험사는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롯데손해보험 등 세 곳뿐이다. 그리고 이들 3개 손보사가 보유한 펫보험 계약은 지난해 3월 기준으로 2000여건에 불과하다. 이는 개와 고양이 등 우리나라 전체 반려동물 규모가 800만마리 이상인 것과 비교하면 극히 적은 숫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10여년 전 펫보험을 내놓을 당시 손보사들은 경험 통계를 바탕으로 보험료를 산출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에 재보험사로부터 협의요율을 받아 사용했지만 이 요율이 우리나라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손해율이 100%를 상회했고, 결국 상품 판매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며 "지금도 별반 달라진 것이 없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의지만으로 펫보험 시장을 키우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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