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발끈한 北…비핵화 협상 복병 될까
"공화국체제 전복하려 한다" 경계…한미 싸잡아 비난
협상 압박용 카드 vs 북핵 다음 과제…美 역할 주목
"공화국체제 전복하려 한다" 경계…한미 싸잡아 비난
협상 압박용 카드 vs 북핵 다음 과제…美 역할 주목
최근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이 최종 채택되면서 북한 인권 문제가 수면위로 부상했다. 북미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둘러싼 신경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북 인권 문제가 또 다른 복병으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북한은 자국의 인권 문제가 거론되는 것을 두고 "공화국 체제를 전복하려 한다"며 한·미를 싸잡아 비난하고 나섰다.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인권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자 경계심을 높이는 모습이다. 향후 비핵화 협상에서 인권 문제가 제기될 것을 의심하는 한편, 그 파급력을 약화하기 위한 대비 차원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동신문은 최근 발표된 휴먼라이츠워치(HRW)의 북한 인권보고서와 미국 내 지속적인 인권문제 제기를 거론하며 "미국이 조미협상에서 우리의 양보를 받아내며 나아가 반공화국 체제 전복 흉계를 실현해 보려는데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 정부의 동참도 타깃이 됐다. 북한 대남 라디오방송 '통일의 메아리'는 우리 정부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에 참여한 것은 명백한 배신행위라고 비난했다. 방송은 "남조선 당국이 우리의 거듭되는 경고에도 유엔 인권결의안 채택 놀음에 가담했다"며 "우리의 아량과 성의에 대한 명백한 배신행위이며 북남관계 개선에 역행하는 용납 못 할 망동"이라고 지적했다.
유엔 총회 제3위원회는 지난 15일(현지시각) 뉴욕 유엔본부에서 북한의 인권침해 중단과 개선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회원국의 표결 없이 합의로 통과시켰으며, 한국도 61개 공동제안국의 일원으로 결의안 채택에 동의했다. 미 국무부는 앞서 HRW가 발표한 '북한 성폭력 실상 보고서'와 관련 "여성에 대한 폭력과 인권침해가 만연한 데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북한의 인권 유린 실태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인권 문제는 북한이 가장 민감해하는 이슈 중 하나다. 북한은 그동안 국제사회의 인권 지적에 "제국주의자들의 인권 소동을 짓부셔버려야 한다"며 "주권국가의 인권문제를 내세운 심각한 내정간섭"이라고 강하게 반발해왔다.
그만큼 북한의 인권 침해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감금과 강제노역, 구타와 성추행 등 북한 정권에 의해 자행되는 인권 유린에 대한 탈북민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고, 북한이 억류됐다가 지난해 의식불명 상태로 풀려난 뒤 엿새 만에 사망한 미국인 고(故) 오토 웜비어의 경우도 이를 증명한다.
이 같은 상황 속 북한의 비핵화 문제 뿐 아니라, 인권 문제도 시급한 현안으로 함께 다뤄져야 한다고 유엔과 국제사회는 지적하고 있다. 미국이 북핵 문제와 북한 인권 문제를 함께 제기하면서 두가지 이슈를 함께 끌고 갈 만한 동기부여가 확실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인권이 무시되고 인권 유린의 가해자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는 장기적인 평화와 안보는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고, 로베르타 코헨 전 미국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도 "북핵 문제와 인권 문제는 하나로 연결된 문제"라며 "인권 문제도 핵 문제와 함께 동등하게 제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외 전문가들도 북한 인권 문제를 안보 문제 만큼이나 시급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 국내 북한인권 활동가는 "정부가 남북 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동력을 얻겠다는 입장이지만, 인권문제를 외면하고는 아무런 동력도 얻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는 이번 북미협상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 뿐 아니라 인권 문제도 주요 의제로 함께 다뤄지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북한 인권 문제가 이번 북미 협상 판을 뒤흔들 정도의 파급력은 갖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 인권 문제가 협상의 압박용 카드가 될지, 북핵 다음의 과제가 될지 미국의 역할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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