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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19] "IT에 못 내줘"…미래차 주도권 지키려는 자동차 업계


입력 2019.01.10 06:00 수정 2019.01.10 06:08        라스베이거스(미국)=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업종 경계 허물어지며 주도권 싸움

원하청 뒤바뀔 수도…자동차 업계 위기감

업종 경계 허물어지며 주도권 싸움
원하청 뒤바뀔 수도…자동차 업계 위기감


홀로그램 전문기업 웨이레이가 'CES 2019'에서 운영하는 전시장에 전시된 제네시스 G80. 이 차에는 웨이레이가 개발한 홀로그램 증강현실 내비게이션이 장착돼 있다.ⓒ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일부 회사에서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해 자율주행 파일럿 모델들을 만들어서 좋은 기삿거리를 만들어 내는 데, 그런 건 큰 의미가 없다. 마음만 먹으면 우리도 쉽게 만들 수 있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자동차 연구개발본부장(사장)은 ‘2019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CES)’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 센터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구글 등과의 자율주행 기술 격차가 어느 정도냐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답변으로, 다소 ‘발끈’한 기색까지 느껴졌다.

그는 “우리는 과시성보다는 실질적으로 고객이 우리가 만든 자동차를 통해 자율주행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부담 없는 가격으로 최고의 안전을 제공하는 자율주행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일부 메이커들처럼 ‘우리가 먼저 할 거다’라고 과시하는 것보다 실질적으로 양산차에 적용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도 했다.

자동차 기업에 있어 자동차 분야에서 비(非)자동차 기업과 비교당하는 것은 상당히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아니, 자존심을 넘어 위기를 느낄 만한 일이다. 자칫 잘못하면 자신의 영역에서 ‘원하청’ 관계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 자동차 시장의 주요 트렌드가 전동화, 커넥티드, 자율주행이 될 것이 확실시 되면서 관련 분야에 경쟁력을 가진 IT 기업과 기존 자동차 기업들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상황이다.

지금은 자동차 기업이 IT 기업으로부터 전장관련 부품을 구매하는 ‘원청’의 입장이지만 배터리와 반도체, 통신 네트워크가 자동차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온다면 IT기업이 원청이 되고 자동처 기업은 ‘껍데기’만 공급하는 하청이 될 수도 있다.

전자제품 박람회인 CES에 자동차 기업들이 대거 참여하는 상황이 일상화된 것도 이같은 위기감의 발로다.

자동차 업계는 이종(異種)기업들이 섣불리 자동자 제조에 뛰어드는 것은 ‘선 무당이 사람 잡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전자제품은 고장나 봐야 조금 불편하고 말 일이지만 자동차는 고장나면 사람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체들은 오랜 기간 시행착오를 거쳐 가며 제품 개발 노하우를 쌓아왔고,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도 여러 변수를 고려하느라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 스마트폰은 1년도 되지 않아 모델 변경이 이뤄지지만 자동차는 구형차가 신차(풀체인지 기준)로 바뀌는 데 6~7년씩 걸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비어만 사장의 인터뷰가 끝난 직후 기자와 만나 “IT 기업들이 자율주행차나 커넥티드카를 만들어 봐야 그걸 장착해 대중에게 판매할 안전하고 검증 가능한 플랫폼이 없으니 상용화시킬 수는 없다”면서 “새로운 트렌드나 기술을 상용화시키는 것은 결국 전통적인 자동차 기업들의 몫”이라고 부연했다.

결국 자동차 기업 입장에서 IT기업은 부품이나 서비스, 기술을 공급받는 파트너일 뿐 주도권을 양보할 상대는 아니다.

비어만 사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IT기업들과의 협력에 대해 “우리는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명확한 로드맵이 있다”면서 “협업도 지속해서 진행 중이기는 하지만 자체적으로 기술개발도 하고 있다. 우리만의 방식인 ‘현대 웨이’를 통해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협력은 하더라도 주도권을 놓진 않겠다는 의미다.

실제 이번 CES에서는 자동차 기업이 IT 대기업과 손잡고 새로운 것을 발표하기보다는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소규모 전문기업이나 스타트업 기업을 파트너로 택한 사례가 눈에 띄었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해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 스위스의 홀로그램 전문기업 웨이레이와 손잡고 이번 CES에서 증강현실(AR : Augmented Reality) 내비게이션 탑재 차량을 공개했으며, 아우디는 자동차 내에서 즐길 수 있는 가상 콘텐츠 개발을 위해 계열사인 아우디 일렉트로닉스를 통해 스타트업 기업인 ‘홀로라이드(holoride)’를 공동 창업했다고 발표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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