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지 못한 이강인, 본격 시작될 생존 경쟁
구단주 입김에 의해 이적 대신 잔류 결정
발렌시아 중원 포화 상태, 경쟁 이겨내야
이강인의 올 시즌 행보가 결국 발렌시아 잔류로 기우는 분위기다.
이강인은 지난 시즌 발렌시아 1군에 입성해 라리가 3경기, 코파델레이 6경기, 유로파리그 2경기 등 총 11경기를 소화했다. 18살의 어린 나이인 것을 감안하면 비교적 많은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마르셀리노 가르시아 토랄 감독은 주전 선수들의 복귀 후 이강인을 주로 벤치에 대기시켰다. 이후 이강인은 지난 6월 열린 2019 FIFA U-20 월드컵에서 한국을 준우승으로 이끌며, 골든볼(MVP)을 차지하는 등 주가를 올렸다.
그러자 많은 팀들이 이강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이강인 역시 출전 시간에 불만을 품고, 발렌시아 잔류보다 더 많이 뛸 수 있는 팀으로의 이적을 원했다.
그러나 싱가포르 출신인 피터 림 발렌시아 구단주가 이강인을 붙잡았다. 발렌시아 최고 유망주로 성장한 이강인의 잠재성과 아시아 마케팅에 대한 가치를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림 구단주가 마르셀리노 감독에게 이강인의 활용방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발렌시아 현지팬들도 이강인을 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마르셀리노 감독은 난처한 입장이 됐다. 마르셀리노 감독은 4명의 미드필더를 한 줄로 늘어선 형태의 4-4-2 포메이션을 선호하기 때문에 공격형 미드필더가 주 포지션인 이강인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지난 시즌에도 이강인은 주로 왼쪽 윙어로 출전 기회를 부여 받으며 뛰어난 재능을 입증했지만 제한적인 움직임으로 인해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시키지 못했다.
마르셀리노 감독은 이번 여름 프리 시즌 동안 이강인을 주로 오른쪽 윙어로 실험했다. 프리시즌 5경기에서 모두 뛰었고, 이 가운데 두 차례는 선발이었다.
그럼에도 마르셀리노 감독은 지난 9일 인터밀란전 이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강인은 왼쪽보다 오른쪽을 선호한다고 말했다"라며 "이강인이 2선 공격수를 더 좋아한다는 것을 알지만 우리와 함께 2선 공격수로 뛰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좌우에는 곤살로 게데스, 카를레스 솔레르라는 주전이 버티고 있다. 왼쪽 윙어 게데스의 백업은 데니스 체리셰프가 차지할 공산이 크다.
이강인이 경쟁해야 할 오른쪽 윙어 백업에는 페란 토레스, 제이손이 있다. 솔레르는 지난 시즌 4골 11도움을 올렸고, 이강인보다 1살 많은 유망주 토레스는 34경기(3골 2도움)에 출전할 만큼 감독의 신뢰가 높다.
올 여름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된 제이손은 지난 시즌 레반테에서 2골 5도움을 기록했다. 또 오른쪽 풀백과 오른쪽 윙어를 겸할 수 있는 다니엘 바스(2골 7도움)까지 가세하면 사실상 포화상태나 다름없다.
이강인은 이번 프리 시즌 기간 동안 특유의 탈압박과 볼 간수, 넓은 시야를 활용한 패싱력을 뽐냈으나 U-20 월드컵에서 보여준 2선 중앙 공격수의 활약을 재현하지 못했다. 빠른 주력과 오른발 크로스가 동반되지 못한다면 오른쪽에서도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한편, 발렌시아는 오는 18일(한국시간) 스페인 발렌시아에 위치한 에스타디오 메스타야에서 레알 소시에다드를 상대로 2019-20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개막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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