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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부가 사법부 판단에 개입?…법조계·재계 “삼권분립 위배” 비판


입력 2020.01.22 12:38 수정 2020.01.22 13:32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국회의원-시민단체, 이재용 항소심 재판부 압박

법조계 "사법부 영역 침해...입법권 지위 남용"

재계 "기업-기업인 과도한 비난...이중적 시선"


국회의원과 시민단체들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부를 향해 압력을 행사하는 듯한 성명을 발표한데 대해 재계와 법조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연합뉴스 국회의원과 시민단체들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부를 향해 압력을 행사하는 듯한 성명을 발표한데 대해 재계와 법조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연합뉴스

국회의원과 시민단체들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부를 향해 압력을 행사하는 듯한 성명을 발표한데 대해 재계와 법조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만큼 재판부의 판단에 맡겨야 하는 사안임에도 정치권에서 판결이 나기도 전에 단죄와 처벌을 요구하는 행위는 또 다른 사법농단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다.


22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일부 국회의원과 시민·노동단체들이 이재용 부회장 재판 관련해 발표한 공동성명은 재판개입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행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날 오후 발표된 ‘이재용 파기환송심 관련 사법정의 실현을 희망하는 국회의원, 노동단체, 시민단체 공동성명’이라는 공동성명은 현재 진행 중인 국정농단 사태 관련 뇌물공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부회장의 단죄를 요구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성명에는 박용진 의원 등 민주당 의원 34명, 심상정 추혜선 의원 등 정의당 의원 6명,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김종훈 민중당 의원 등 국회의원 43명이 이름을 올렸다. 시민단체에서는 민주노총, 한국노총, 참여연대, 경실련, 민변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재판부는 이재용 부회장이 범한 죄의 실체를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을 묻는 판결로 사법정의를 세워야 한다”며 “이재용 부회장의 범죄에 대한 양형심리에 준법감시위원회가 결코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재판부가 이재용 부회장의 범죄의 실체를 철저히 규명할 증거 채택들은 거부하면서 준법감시위원회 설치를 명분으로 재벌총수의 구명에 나선다면 또 다른 사법거래, 사법농단, 법경유착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조계는 정치인과 시민단체의 이러한 성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으로 재판부가 아직 아무런 결론을 내지 않은 상황에서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또 성명서라는 형태를 취했지만 ‘사법정의’, ‘사법거래’, ‘사법농단’, ‘법경유착’ 등의 용어를 써가며 사실상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는 점에 더욱 우려하고 있다. 도가 지나친 것으로 사실상 재판부를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재판부가 재판을 진행하면서 나오는 모든 행위는 사법부 내의 영역”이라며 “판결이 내려지기도 전에 제 3자인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재판부에 경고 메시지를 던지며 압박하는 행위는 매우 이례적으로 부절적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특히 입법부 소속인 국회의원들이 사법부 소속인 판사들을 압박하는 행위는 삼권분립의 원칙에서도 벗어난다는 지적이다.


전날 성명에 참여한 국회의원들은 성명서에서 “국회는 국민이 부여한 입법권을 통해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라며 “성명에 참여하는 의원들은 이번 성명에 담겨 있는 사법정의 실현을 위한 주장이 실현될 수 있도록 앞으로 법적 제도적 변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국회의원이 보유한 입법권의 지위를 인정해야 하지만 특정 재판에 입법권을 무기로 재판부를 압박하는 행위는 온당치 못하다”며 “판사의 지위 남용을 언급하기 전에 자신들의 지위 남용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일갈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재계에서는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행위가 도를 넘어섰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재계와 기업들의 잘못에 대해서 지적하고 이를 비판할 수는 있지만 법의 잣대로 판단되는 사법적 영역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면 기업인들을 더욱 위축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성명서 중 ‘법경유착’이나 ‘재판부와 삼성의 아귀가 척척 맞아 돌아가는’과 같은 자극적인 문구를 써가며 재계와 기업들을 비난하는 행위는 국가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기업에 대한 부정적 여론만 확산시킬 것이라는 지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부나 정치권에서 기업과 기업인들을 바라보는 태도가 이중적”이라며 “경제살리기에 나설때는 기업들을 한껏 치켜세우다가도 이럴때는 과도하게 공격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잘못에 대한 비판은 이해하지만 과도하고 감정적인 언사로 비난하는 것은 기업과 기업인들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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