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조현민 지지로 사면초가서 전세 단번에 역전
배당확대-전자투표 도입으로 국민연금·소액주주 잡기 나설듯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지지를 얻으면서 경영권 전쟁의 판세를 단번에 역전시켰다. 아직 반대 진영과 지분율 격차가 1% 남짓으로 안심할 상황은 아니지만 일단 경영권 수성에 청신호가 켜졌다.
조 회장은 그룹의 미래 비전 제시와 함께 배당 확대와 주주총회 전자투표 도입 등 주주친화 정책을 내 놓으면서 국민연금과 소액주주 잡기에 나서 내달 한진칼 주주총회에서의 승기를 굳혀 나갈 것으로 보인다.
4일 한진그룹에 따르면 이 고문과 조 전무는 이날 한진그룹에 조 회장을 지지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혀왔다.
이 고문과 조 전무는 입장문에서 "한진그룹 대주주로서 선대 회장의 유훈을 받들어 그룹의 안정과 발전을 염원한다"며 "조 회장을 중심으로 한 현 한진그룹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23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동생인 조원태 회장의 그룹 경영을 문제 삼으며 시작된 ‘남매의 난’에서 어머니와 여동생인 이들이 입장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경영권 분쟁에 있어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주목됐던 이들이 특정인 지지와 함께 외부세력과 손 잡은 조 전 부사장과는 분명히 선을 그은 것이다.
앞서 조 전 부사장은 지난달 31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 등과 반 조원태 회장 공동전선을 구축했다.
이들은 한진그룹의 전문경영인체제 도입과 이사회 중심 경영 강화를 제안하며 “어느 특정 주주 개인의 이익에 좌우되지 않고 그동안 소외됐던 일반주주들의 이익을 증진하며 주주 공동이익을 구현할 수 있는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정립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고문과 조 전무는 이에 대해 “조현아 전 부사장이 외부 세력과 연대했다는 발표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으며 다시 가족의 일원으로서 한진그룹의 안정과 발전에 힘을 합칠 것을 기원한다”며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조 전 부사장의 기습적인 3자 연합 결성으로 자칫 사면초가에 빠질뻔 했던 조 회장으로서는 이 고문과 조 전무의 지지를 얻으면서 경영권 수성에 청신호가 켜졌다.
내달 한진칼 주총에서는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이 상정될 예정이다. 한진칼은 이사 선임·해임 안건을 일반 결의사항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에 출석 주주 과반의 찬성을 얻으면 안건이 통과된다.
이번 이 고문과 조 전무의 선택으로 조 회장측은 33.45%(델타항공 10%, 조원태 6.52%, 조현민 6.47%, 이명희 5.31%, 재단 등 특수관계인 4.15%, 카카오 1%)를 확보하면서 3자연합으로 결성된 반대 진영의 31.98%(의결권 유효지분 기준)를 단숨에 넘어섰다.
의결권 지분율만 놓고 보면 1.47% 격차에 불과해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지만 이미 승기를 잡은 만큼 주총 전까지 그룹 경영 비전 제시와 함께 배당성향 확대와 주총 전자투표 도입 등 주주친화경영 강화를 통해 국민연금(4.11%)과 외국인·소액주주 등 기타 주주(30.38%) 등 나머지 표심을 잡아 나아갈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그룹 안팎 여론도 땅콩 회항 사건과 해외 밀수와 가사도우미 불법고용 등의 혐의로 그룹 이미지를 실추시킨 조 전 부사장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점도 주총에서 표 대결에서 조 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내막은 잘 알수 없지만 조 회장이 가족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면서 지난달 조 전 부사장의 3자 연합 공세를 잘 막아낸 형국”이라며 “향후 제시할 경영 비전과 정책들이 주주들의 표심 향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