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진영 국민연금과 기관·소액주주 잡기 나서
전문경영인, 배당 확대...주주친화 어필 관건
의결권 자문기관-전자투표제 도입 변수 부상
한진그룹 경영권을 놓고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간 남매의 소액주주 확보 경쟁이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여동생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조 회장 지지를 선언하면서 양측이 다시 팽팽한 균형을 이룬 상태다. 결국 내달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의 표심에 따라 승부가 갈릴 수 있는 상황으로 어떤 주주친화 정책으로 이들을 잡을지 주목된다.
여기에 기관 투자자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의결권 자문기관과 주총 출석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전자투표 도입도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5일 재계와 한진그룹 등에 따르면 조원태 회장 측은 회사 경영 비전을 비롯, 주주가치 제고 정책과 지배구조 개선 방안 등을 고심하고 있다.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은 오는 7일 이사회를 개최할 예정으로 이번 이사회는 내달 24일로 예정된 주주총회 안건을 심의하고 확정하기 위한 것이다.
이사회에서는 전자투표제 도입과 배당 확대 등 주주가치 제고 방안과 함께 거버넌스위원회와 이사회 독립성 강화 등 지배구조 개선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에서 논의된 내용은 이후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조 전 부사장측도 오는 13일 전에 전문경영인 선임 제안을 중심으로 주주들의 표심을 잡을 경영과 정책을 제안,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한진칼 주총이 열리는 내달 24일을 기준으로 6주 전인 13일이 주주제안 마감 시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전에는 뭔가를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KCGI는 이미 공식 홈페이지에 한진칼 이사후보 주주추천 공고를 낸 상태다. 소액주주로부터 추전 받은 이사 후보를 검토해 적합한 인물이라고 판단될 시 주주제안 안건으로 포함시키며 주주들의 표심을 잡겠다는 포석이다.
양측이 내놓을 주총 전에 내놓을 정책과 제안에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현재 표 대결 양상에서는 소액주주들에서 승부가 판가름 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공시 의무가 없는 지분율 5% 미만으로 보유한 기관·개인 투자자들의 비율은 전체의 약 30%에 이른다.
현재 조 회장측이 확보한 한진칼 지분은 33.45%, 조 전 부사장측이 확보한 지분은 31.98%(이상 의결권 유효기준)로 양측의 격차는 1.47%포인트에 불과하다. 남은 주주들 중 국민연금이 4.11% 지분율로 단일주주로는 가장 많지만 국민연금 지분 확보만으로는 승부를 매조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준다고 해도 확보할 수 있는 최대 지분이 조 회장측은 37.56%, 조 전 부사장측은 36.09%다. 한진칼은 이사 선임·해임 안건을 일반 결의사항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에 출석 주주 과반의 찬성을 얻으면 안건이 통과된다.
지난해 3월 한진칼 주총 참석율이 77.18%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느 쪽도 출석 주주의 과반에는 이르지는 못한다. 특히 남매간 경영권 분쟁이 이슈화가 되면서 주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다 전자투표제까지 도입될 경우 참석율이 최소 10% 이상 높아질 수 있는 상황이어서 양측 모두 약 45% 가량의 찬성표를 확보해야 안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측 모두 10% 이상 지분율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30%를 차지하고 있는 기관·개인투자자들의 표심 잡기가 한층 치열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아직 주주명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지만 일단 주주들의 표심을 잡을 수 있는 정책과 방안이 절실하다.
의결권 자문기관과 전자투표제 도입 여부도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은 일종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는 외부 자문기관들의 보고서를 토대로 의결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주주가 직접 주총장에 참석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전자투표제가 이번 주총에 도입되면 참석률이 크게 높아질 수 있고 그만큼 양측의 확보해야하는 지분율도 높아져 주주친화 정책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 밖에 없다.
재계 한 관계자는 “양측 모두 기관·개인투자자들이 호응할만한 제안과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고민이 있을 것”이라며 “기존과 비슷하거나 식상한 제안은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만큼 획기적인 것들을 내놓아야 한다는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