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中 시안 2공장서 낸드플래시 출하…시황 따라 캐파 확대
하이닉스, 이천 M16공장 완공 차질 없어…클린룸까지 구축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상황에서도 신공장 가동을 차질 없이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가 시작된 중국에 위치한 메모리반도체 신공장 가동을 계획대로 진행했고 SK하이닉스도 올해 완공을 목표로 경기 이천 M16 사업장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달 초 반도체 사업장인 중국 시안 2공장 가동을 시작하고 제품을 처음 출하했다. 삼성전자는 시안 2공장에서 PC·서버 등에서 데이터 저장장치로 사용되는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생산한다. 특히 수직 구조로 회로를 쌓아 올려 저장 용량을 확대한 3차원(3D) 낸드플래시를 양산한다.
시안공장은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 생산기지다. 1공장과 2공장으로 구성돼 있는데 1공장은 2012년에 착공해 2014년 상반기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2공장은 2017년 8월부터 1단계 투자가 진행됐고 이번에 일부 라인이 완성되며 생산에 들어간 것이다.
반도체 공장의 캐파(생산능력)는 건물을 완공한 후 시장상황에 맞춰 필요한 장비를 들여놓으며 조절한다. 따라서 램프업(생산량 증대)은 단계별로 투자를 단행하며 진행된다. 시안 2공장은 1단계 투자로 100% 가동 시 웨이퍼 투입량 기준 월 6만5000장의 낸드플래시 생산이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시안 2공장 2단계에 80억달러를 투자했다. 2단계 투자는 2021년 하반기에 완료될 것으로 관측되며 월 13만장 규모의 낸드플래시 생산 능력을 갖출 전망이다.
D램을 생산하는 평택사업장 2공장도 공장 설립과 장비 투입의 중간 단계인 클린룸을 구축하고 있다. 멸균상태를 유지하는 클린룸은 미세공정으로 이뤄진 반도체 공장에서 필수 요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시안 2공장을 올해 초 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코로나19라는 악재가 터지며 생산 준비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번 시안 2공장 낸드플래시 출하는 코로나19 파고를 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이미 가동 중인 공장들도 코로나19의 피해를 크게 입지 않았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시안 1공장은 지난 1~2월에 100% 수준으로 가동했다. 삼성전자가 철저한 방역조치로 코로나19 리스크를 관리한 것으로 올해 계획한 제품 생산 일정을 진행해 반도체 실적을 개선하겠다는 회사의 의지가 읽힌다. 지난해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연간 영업이익은 14조200억원으로 전년도(44조5700억원) 대비 68.5% 감소했다.
낸드플래시는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원격·재택근무와 데이터센터 등 수요가 늘며 가격이 오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낸드플래시(128기가비트 기준)는 1월에 가격이 3.17% 상승한 데 이어 2월에도 동일한 가격을 유지하며 안정세를 보였다. 트렌드포스는 가격 상승이 2분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SK하이닉스도 경기 이천 M16 신공장 건설을 예정대로 진행하고 있다. M16공장은 차세대 D램과 극자외선(EUV) 공정 전용 공간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EUV를 사용하면 회로 기판에 미세한 선을 정확하게 그릴 수 있어서 미세화 공정에 유리하다.
SK하이닉스는 올해까지 공장을 완공하고 클린룸까지 구축할 계획이다. 이후 시장 상황에 맞춰 일부 생산라인을 완성해 내년 상반기부터 제품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3일 SK하이닉스 경기 이천 사업장에 근무하는 한 직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직원은 가족으로부터 전염됐는데 가족을 만난 후 해당 가족이 의심 증상을 보이자 함께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해당 직원이 보건지침을 준수해 추가 감염을 막은 것이다.
반도체 업계의 경우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 클린룸을 관리할 수 없어 막대한 손실을 입는다. 이 직원의 초동 대처로 반도체 공장 폐쇄와 신공장 구축 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았다. SK하이닉스가 사업장 입구 열화상카메라 설치, 전직원 체온체크 등 선제적 방역작업을 계속해 온 것도 아직까지 코로나19 피해소식이 들리지 않는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경영 불확실성이 지속하고 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신공장을 차질 없이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가 전혀 없진 않겠지만 리스크 관리와 지속적인 투자로 실적개선을 달성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