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거듭될수록 반복된 내용에 시청률 하락
누적 적자와 경영 문제가 프로그램 폐지에 영향
아무리 ‘복고’가 유행이라지만 트렌드가 반영되지 않으면 그저 옛 것에 불과하다. 한 자릿수 초반대 시청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KBS의 장수 프로그램들이 속속 문을 닫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빠르게 달라지는 트렌드에 맞는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2001년부터 현재까지 약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KBS2의 목요일 밤을 책임지던 예능프로그램 ‘해피투게더’도 결국 네 번째 시즌의 문을 닫게 됐다. 이달 28일 마지막 녹화를 진행하고, 방송은 다음 달 2일이 마지막이다.
‘해피투게더4’ 관계자는 지난 17일 “잠시 시즌을 멈추고 재정비에 들어가기 위해 휴지기를 갖는다. 추후 어떤 모습으로 다시 돌아올지 기대해 달라”고 귀띔했다. 명목상 ‘재정비’라고 했지만, 사실상 시청률 고전으로 인한 시즌 종료인 셈이다.
‘해피투게더’는 국민MC 유재석의 편안하고 위트 있는 진행을 바탕으로 안정감 있는 토크쇼 형태로 자리 잡았다. 초창기 유재석을 중심에 두고 이효리, 김제동, 유진, 탁재훈, 김아중, 박명수, 김풍, 박미선, 이수근, 엄현경, 지석진, 김수용, 김용만, 박수홍, 허경환, 조윤희 등 수많은 스타들이 MC 자리를 거쳐 갔다. 쟁반노래방, 책가방 토크, 사우나 토크, 해피투게더 프렌즈, 야간 매점 등은 ‘해피투게더’의 대표적인 간판 코너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시즌이 거듭되면서 반복되는 내용에 시청자들은 싫증을 느끼기 시작했고, 이 같은 평가는 5% 이하의 한 자릿수 시청률로 고스란히 나타났다. 지난달부터 ‘아무튼, 한달’ 특집으로 토크쇼가 아닌 다이어트와 공부 습관 형성 관찰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이마저도 동시간대 프로그램인 TV조선의 ‘미스터트롯’에 밀려 반등을 꾀하진 못했다.
이번 ‘해피투게더4’의 시즌 종료는 앞서 KBS가 다수의 장수 프로그램을 종영했던 것과 맞물리면서 더욱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2018년 ‘콘서트 7080’ ‘VJ특동대’ ‘1대 100’을 시작으로 지난해 ‘안녕하세요’ ‘추적 60분’이 문을 닫았고, 올해 1월에도 ‘섹션TV’가 마지막 방송됐다. 모두 짧게는 9년부터 길게는 36년까지 방송을 이어오던 장수 프로그램들이다.
이 프로그램들이 폐지된 건 전반적으로 누적된 적자와 경영 문제가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한 장수 프로그램들의 낮은 시청률이 폐지로 이어진 셈이다.
수신료를 받는 KBS마저 공익성을 기반으로 하거나, 명맥을 이어오던 장수프로그램을 수익성 때문에 폐지한다는 것은 여전히 씁쓸함을 남긴다. 유서 깊은 프로그램들의 폐지에 비판 여론이 일기도 했지만, 시청자들의 빠른 욕구 변화를 반영해 당연히 프로그램도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이번 ‘해피투게더4’는 시즌 마지막을 알리면서 두 가지의 선택에 놓이게 됐다. 유재석이라는 카드를 들고 있기 때문에 요즘 트렌드에 맞는 포맷으로 재정비를 해서 돌아올 수도, 혹은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론칭할 수도 있다. 대중은 그간 시즌제로 운영되면서 수차례 포맷을 바꾸는 등의 변화를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청률 고전을 면치 못한 ‘해피투게더’에 큰 이변이 있지 않은 이상 더 이상의 성공을 기대하진 않는 눈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