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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재근 대한상의 본부장 "코로나발 경제질서 재편, 한국엔 기회"


입력 2020.05.18 06:00 수정 2020.05.17 20:16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코로나19 경제·산업적 영향 깊이와 넓이 가늠 힘들어…최악의 상황에 대비

기업 경영난 속 고용 유지하려면 정부 지원, 노동계 고통분담 병행돼야

박재근 대한상공회의소 산업조사본부장이 14일 서울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 산업계가 불황에 빠졌지만 역으로 ‘일복’이 터진 곳도 있다. 주요 산업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고 우리 기업들에게 대응 방안을 제시해야 하는 대한상공회의소 산업조사본부다.


코로나19 사태가 우리 기업들에게 미친 영향과 극복 방안을 조사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예측해 대응책을 준비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박재근 대한상의 산업조사본부장을 지난 14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만나봤다.


“우리로서는 최악의 상황에 대응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박 본부장은 우리 기업들에게 가장 부정적인 시나리오를 전제로 놓고 코로나19에 대비할 것을 당부했다. 코로나19는 백신이나 치료제도 개발되지 않은 만큼 언제 어떻게 통제할 수 있는지 불투명하고, 그만큼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산업적 깊이와 넓이를 가늠하기 힘든 만큼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향후 경기행태를 두고 V자 반등부터 보다 느린 U자형 회복, 재악화 후 반등하는 W자 움직임, 침체가 계속 이어지는 L자 등 여러 얘기가 나오는데 결국은 확산추세, 재확산여부, 백신·치료제 개발시기가 핵심 열쇠가 되겠지만, 가장 나쁜 상황을 전제로 놓고 대비해야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코로나 이전 상태 회귀 어려워…'비포 코로나'와 '애프터 코로나'로 재편"


박 본부장은 코로나19 사태가 완전 해결된 이후, 즉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우리 사회와 경제가 이전과 같이 정상화되긴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해외분석기관과 석학들은 앞으로 세계가 기존의 세기 구분과 같이 코로나19 이전인 ‘BC(Before Corona)’와 이후인 ‘AC(After Corona)’로 구분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이번에 촉발된 변화는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진행돼 봉쇄가 끝나고 일상으로 복귀하더라도 이전상태로 회귀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공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재근 대한상공회의소 산업조사본부장이 14일 서울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주요 키워드로는 ‘분절된 세상’과 ‘비대면·디지털 기반의 소비·투자행태’를 꼽았다.


박 본부장은 “글로벌 공급망 배치는 지난 30년간 비용절감과 효율을 우선시해 왔으나,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세계화의 취약성이 노출돼 자국 내 가치사슬 비중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정부의 포스트 코로나 대책에 ‘리쇼어링 기업에 대한 지원 강화’가 포함된 것도 이같은 점을 감안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 본부장은 또 “재택근무, 원격진료·교육 등으로 온라인 활동의 범위가 확대되면서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빨라지게 되고, 그 결과 주요국들 간 디지털 결제 및 통상 주도권 다툼도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바일 기기 등을 이용한 소비 투자행태가 쇼핑에서 문화콘텐츠 향유 등으로 확대되고 이용계층도 노년층 등으로 보다 넓어진 만큼 이제 비대면 산업, 원격서비스는 견실한 수요를 바탕으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 "한국, 최첨단 제조기지로서 브랜딩할 호기 맞아"


박 본부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우리 기업들의 자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변화에 적응하는 데 그치지 말고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해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언택트에 맞춰 빅데이터, IT기술의 활용저변을 넓혀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나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재고확충·생산기지 다변화로 파생될 비용 상승 압력을 상쇄할 고부가가치화 전략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세계 경제 질서 재편이 역으로 우리나라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견해도 내놓았다.


박 본부장은 “맥킨지 등이 서구에 치우친 세계경제의 중심축이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아시아로 이동할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도 아시아가 역동성과 민첩성을 바탕으로 빠르게 회복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진단키트와 성공적 방역으로 기술력과 신뢰를 갖춘 나라로 인식되며 최첨단 제조기지로서 브랜딩할 호기를 맞고 있다”면서 “국제분업 약화, 글로벌 공급망 변화도 우리는 지난해 일본 수출규제를 계기로 다른 나라보다 먼저 대응할 수 있었고, 결실도 거두고 있는 만큼 좀더 자신감을 갖고 대비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재근 대한상공회의소 산업조사본부장이 14일 서울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 "정부 코로나 19 대응 적절…기업들 한국판 뉴딜 적극 활용해야"


박 본부장은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는 정부 정책에 대해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회의, 총리 주재 위기관리대책회의, 경제부총리 주재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등 현황을 점검하고 대책을 수립하는 기구를 운영하며 민생·금융 안정패키지, 고용유지지원금, 소상공인 긴급경영자금, 기간산업안정자금을 비롯한 총 260조원에 달하는 대책을 내놓은 게 시의적절했다는 것이다.


박 본부장은 “비상시국에 정부대책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시장예상을 넘어서는 과감하고 신속한 조치가 중요한데, 어느 정도 부합됐다고 본다”며 “시중불안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세계적 신용평가사인 S&P와 무디스가 코로나 사태에도 한국의 경제적 피해를 ‘제한적’이라고 분석하고, 강한 거버넌스와 위기관리 능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우리 국가신용등급을 종전과 같이 유지한 것도, 정부의 적극적이고 면밀한 대응에 힘입은 바 크다는 게 박 본부장의 입장이다.


다만 “정책 사각지대에 놓인 기업들이 없도록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한 촘촘한 대책마련도 계속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그는 내달 구제적인 방안이 나올 ‘한국판 뉴딜’ 사업에 대해서도 “얼어붙은 투자 수요를 살릴 수 있는 정책으로, 효과적으로 시행되면 경제 활력을 다소 제고할 것”이라며 “디지털경제 전환과 대규모 프로젝트로 주목받고 있는 만큼 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재근 대한상공회의소 산업조사본부장이 14일 서울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고용 유지 필요하지만 '총고용 보장'은 무리…불가피한 구조조정 이해해야"


박 본부장은 코로나19 사태로 기업들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고용 유지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만 그 전제조건으로 기업의 생존을 위한 정부의 지원과, 노동계의 고통분담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환위기, 금융위기 경험으로 위기상황에서 최대한 고용을 유지하자는 일종의 사회적 컨센서스가 형성되어 있다고 본다”면서도 “기업들 역시 근로시간 단축, 순환휴직 등 고용유지를 위해 각방면으로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그러나 민주노총이 주장하는 ‘총고용 보장’이나 '무조건적인 해고 금지'는 오히려 기업 생존력을 약화시켜 더 큰 고용위기를 불러오는 무리한 요구라고 경고했다.


그는 “버틸 여력이 없는 소상공인 사업체가 많은 숙박업, 요식업, 도·소매업 등의 업종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사태가 더 길어지면 한계에 직면한 기업들이 많아져 산업 전반에 일자리 위기가 확산될 것”이라며 “현재 많은 기업들은 빚을 내서 버티고 있는 상황으로, 지난 3·4월 두 달간 기업대출이 46조6000억원 증가했는데, 이는 작년 한해 대출규모에 맞먹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용유지를 위해 획기적이고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기업들의 불가피한 구조조정을 이해하고 대신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노동계를 향해서도 “고용을 최대한 유지하려면 노동계의 고통분담도 필요하다”면서 “임금이나 복지 측면에서의 양보를 통해 확보한 재원을 고용 유지에 투입할 수 있도록 기업에 여력을 만들어주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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