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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청출어람in가요] 이소라 ‘바람이 부네요’, 나지막한 목소리서 퍼지는 울림


입력 2020.05.18 10:16 수정 2020.05.21 10:06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리메이크곡 인기에 원곡 보컬 박성연도 관심

소편성 악기 구성으로 편곡, 드라마의 담백함 표현

<제자가 스승보다 나은 것을 비유하는 ‘청출어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가수들은 선배 가수의 명곡을 자신의 색깔로 재해석하거나, 빛을 보지 못했던 노래를 다시 부르면서 그 가치를 재평가 되도록 만들기도 합니다. 편곡과 가수의 목소리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과 감성을 주는 ‘청출어람 리메이크’곡을 살펴봄으로써 원곡들도 다시금 조명합니다.>


ⓒ앨범커버

가수 이소라가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아홉 번째 가창자로 나섰다. 앞서 부활의 ‘론리 나잇’(Lonely Night), 베이시스의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쿨의 ‘아로하’, 이승환의 ‘화려하지 않은 고백’, 이정열의 ‘그대 고운 내사랑’, 동물원의 ‘시청 앞 지하철 역에서’, 모노의 ‘넌 언제나’ 등을 재해석한데 이어 이번엔 재즈 보컬 박성연의 ‘바람이 부네요’를 리메이크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인생의 축소판이라 불리는 병원에서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20년지기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극중 여러 인물들의 스토리에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가 덧입혀지면서 위로와 감동을 배가시키고 있다.


◆원곡: 박성연 ‘바람이 부네요’ (임인건 ‘야누스, 그 기억의 현재’ 타이틀곡)


박성연은 ‘한국 재즈 보컬의 대모’ ‘한국의 빌리 홀리데이’ ‘영원한 재즈 디바’로 불리는 1세대 재즈 보컬이다. 1978년 국내 첫 재즈 클럽인 ‘야누스’를 열고 수많은 재즈 음악가들의 성장을 뒷받침 했다. 현재는 운영난과 신부전증 등이 겹치면서 박성연이 운영에서 손을 떼고, 후배 보컬 말로가 ‘디바 야누스’라는 이름으로 클럽을 이어받았다.


‘바람이 부네요’는 야누스에서 함께 활동했던 피아니스트 임인건의 ‘야누스, 그 기억의 현재’ 앨범의 타이틀곡이다. 앨범에는 임인건이 야누스 시절의 기억과 함께 야누스의 선배 뮤지션들을 위해 만든 곡들로 채워져 있다.


‘바람이 부네요’는 마음을 울리는 가사도 좋지만, 깊고 풍성한 허스키 보이스를 가진 박성연의 담담한 목소리 때문에 더욱 울림이 크다. 파워와 기교는 사라졌지만, 힘을 빼고 툭툭 던지는 스윙의 여운이 길게 남는다.


◆리메이크곡: 이소라 ‘바람이 부네요’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OST)


‘바람이 부네요’는 가수 이소라의 이미지와도 매우 잘 어울리는 곡이다. 바람 소리가 섞인 보컬을 가진 그는 이번 곡에서도 특유의 보컬색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평소 목소리를 통해 곡을 해석하는 수준급 실력을 보여온 것처럼 이번에도 임일건이 가사를 통해 표현하고자 한 여운을 고스란히 살려냈다. 잔 기교 없이 나지막이 부르는 노래에서도 상당히 큰 울림을 안긴다.


가장 큰 변화는 악기 구성이다.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 정승환의 ‘너를 사랑한 시간’, 다비치의 ‘우리의 시간은 다르다’ 등을 작곡한 이승환이 편곡을 맡았다. 초반에는 어쿠스틱 피아노 반주에 이소라의 목소리를 얹어 최대한 소소하고 담백한 드라마의 분위기를 살렸고, 브릿지부터 첼로와 콘트라 베이스를 합류시키면서 울림을 더했다.


◆비하인드 스토리


‘바람이 부네요’는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는 박효신과 박성연의 듀엣곡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박효신의 데뷔 20주년 기념 프로젝트 ‘러버스 2019’(LOVERS 2019) 캠페인의 첫 음원으로 공개된 바 있다. 편곡은 박효신의 음악적 파트너인 정재일이 맡았다. 화려한 기술을 배제하고 피아노와 오케스트라 등의 악기 구성만으로 비교적 소박한 소리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듀엣곡은 한 자동차 CF에 삽입되면서 또 한 번 인기를 끌기도 했는데, 여담이지만 “박효신과 박성현의 노래 때문에 정작 차가 하나도 안 보인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그만큼 노래의 가사가 주는 울림과 가수들의 목소리가 워낙 흡인력이 상당해서 CF의 주인공이 되어야 할 차가 시선을 뺏겼다는 것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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