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부천 이어 고양 물류센터도 문 닫아
사태 장기화 시 사업 차질 불가피
자체 물류망 없는 기업들은 택배 의존도 높아
물류사 뚫리면 전국구 확산으로 이어져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장보기가 생활화되면서 반사이익을 누려온 이커머스 업계마저 코로나발 후폭풍에 휘말렸다.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배송대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커머스 사업의 핵심 경쟁력인 물류 차질과 더불어 높아져 가는 소비자 불안감도 업계로서는 부담이다. 코로나발 배송 대란 우려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업계의 노력을 두 편에 걸쳐 살펴본다.[편집자주]
지난 28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79명으로, 일일 신규 확진자가 70명을 넘은 것은 53일 만이다. 부천 물류센터 관련 확진자는 28일 오후 6시 기준 133명에 달한다.
부천 쿠팡 물류센터발 확진자가 빠르게 늘면서 이커머스 업계 전반이 초비상 상태다. 27일에는 서울 송파구 장지동 마켓컬리 상온1센터에서, 이어 28일에는 쿠팡 고양 물류센터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 이어 서울까지 감염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또 부천 물류센터에서 일했던 직원이 인근 콜센터에서도 근무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다른 업종으로 전파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는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많은 수혜를 입은 업종으로 꼽힌다. 대형마트에 치중됐던 장보기 고객들이 모바일 등 온라인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주문량이 급증했고, 이는 유통업계의 당초 예상보다 2~3년 빠른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번 물류센터 사태를 계기로 이커머스도 코로나19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커머스 핵심 경쟁력은 ‘물류망’…사태 장기화 시 배송지연 등 불가피
당장 급한 것은 배송문제다.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신선식품의 경우 상품을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에 받아볼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됐지만. 사태가 길어질 경우 이 같은 차별화 정책이 중단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폐쇄된 쿠팡의 부천, 고양 물류센터는 전국 160여개 물류센터 중에서도 규모가 큰 편에 속한다. 서울과 경기 서부 지역에 신선식품을 주로 배송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부천에 이어 28일 고양 물류센터까지 문을 닫으면서 현재는 인근 인천 물류센터에서 배송물량을 분담하고 있다.
쿠팡의 경우 전국 주요 거점에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취급 품목에 따라 각 센터가 배송을 담당하는 구조여서 당장 로켓 프레시 배송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배송 지연 등 물류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센터에서 확진자와 접촉했던 근무자가 수백명에 달하는 만큼 2주 간의 자가 격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 전에 물류센터 운영이 재개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근무자가 부족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쿠팡 부천센터에 앞서 지난 20일 BGF로지스 김포상온센터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BGF리테일도 인근 인천, 부천 상온센터에서 작업을 분담했지만 하루 정도 서울 강서지역에 물품 공급이 지연된 바 있다. 편의점의 경우 상온제품 재고가 점포 마다 2~3일치 정도 준비돼 있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보관기간이 짧고 각 가정으로 배송되는 신선식품의 경우에는 배송지연 사태가 발생할 경우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점이 이커머스 업계의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현재 이커머스 업계는 물류센터 방역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고 있다. 때문에 외부 인력 출입을 강화하고 있고, 일부 업체는 쿠팡 부천 센터에서 근무 이력이 있거나 확진자 밀집 지역 근무자는 출입을 제외하고 있다.
전국적인 물류망을 구축하고 있는 쿠팡과 달리 주요 거점에 몇 개의 물류센터 만을 운영하고 있는 쓱닷컴이나 마켓컬리 등은 물류센터가 한 곳만 문을 닫아도 당장 배송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서다.
◇물류센터발 코로나 불씨 택배산업까지 위협, 최악의 경우 전국구 물류대란 가능성도
이커머스 물류센터에서 시작된 이번 사태가 택배 등 물류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같은 우려에 경기도는 28일 쿠팡 부천 물류센터에 대해 2주 간의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또 해당 센터 배송요원 2500여명의 전수 검사에도 돌입했다. 전국으로 물류를 실어 나르는 배송요원을 통한 감염 우려를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쿠팡의 경우 자체 배송요원을 운영하고 있지만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은 대부분 CJ대한통운이나 한진 같은 택배 전문회사에 배송을 의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택배사에서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전국적인 배송 지연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배송 효율을 높이기 위해 허브터미널에서 모든 택배를 분류해 전국 대리점으로 다시 분배하는 구조로 이뤄져 있어 전국 확산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이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쿠팡처럼 전국에 물류센터를 갖고 있지 못할 경우 한 곳에서 확진자가 나와 폐쇄되면 아예 사업을 중단할 수 밖에 없어 초비상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쿠팡 사태를 계기로 자체 물류센터는 물론 외부 택배기사에 대한 위생, 방역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정부 기본 방역지침에 더해 자체적인 물류센터 가이드라인도 만들어 현장에 배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류센터 특성 반영한 방역지침 필요성 커져…보건당국, 29일 배포 예정
한편 업계에서는 이번 부천 물류센터 사태를 계기로 새로운 방역 지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보건당국이 제시한 방역지침에는 콜센터나 은행 등 감염 위험도가 높은 일부 직종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있지만 물류센터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대부분 물류센터에서는 정부가 제시한 방역지침에 자체적인 위생, 방역 활동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밀폐 공간이 많고, 장시간 마스크를 착용하기 어려운 물류센터 같은 사업장에 대한 맞춤형 가이드라인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있다.
보건당국도 이같은 업계의 요청에 대해 수긍하고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산업통상자원부, 질병관리본부와의 논의를 거쳐 사업장 특성을 반영한 '물류시설 방역지침'을 마련해 이날(29일) 배포할 예정이다.
물류시설 방역지침은 생활 속 거리두기 방역지침을 기반으로 ▲작업 중 마스크 착용 ▲발열·호흡기 증상이 있는 근로자 출근 자제 ▲실내에서 대인간 2미터 이상 거리두기 ▲작업장 환기 ▲손 소독제 비치 ▲방역관리자 지정 등의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다.
아울러 보건당국은 택배 터미널, 물류창고 등 전국 영업용 물류창고 1321곳과 택배 터미널 84곳을 대상으로 현장 점검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