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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솔루션스, 춤추지 않는 당신을 움직이게 할 음악들


입력 2020.06.03 00:01 수정 2020.06.02 22:09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혼란스러웠던 시기, 회복의 시간 거쳐 더 견고해졌다"

"솔루션스의 음악, 듣는 순간 좋은 바이브 주는 것이 목표"

ⓒ해피로봇레코드

보컬, 기타, 베이스, 드럼 등 각 분야의 뛰어난 멤버들을 한 곳에 모아놓는다고 ‘좋은 밴드’가 되는 건 아니다. 개인의 음악적 테크닉과 실력도 중요하지만, 이것이 밴드의 전부는 아니란 말이다. 음악뿐 아니라 음악을 대하는 태도나 감정을 공유하지 못한다면 제 아무리 뛰어난 음악도 그 생명력이 오래 가긴 힘들다. 세계적인 밴드들이 한 지역에서 어린 시절부터 함께 음악을 해온 멤버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만 봐도 그렇다. 밴드 솔루션스는 조금 늦게 뭉쳤지만, 그 과정을 만들어내면서 견고한 ‘팀’이 됐다.


솔루션스는 2012년 데뷔 이후 한 차례 팀의 변화를 겪었다. 2015년 박한솔(드럼)과 권오경(베이스)을 정식 멤버로 맞아 4인조로 활동하게 됐다. 멤버 변화에 따라 대중이 느끼는 이질감은 크지 않았다. 기존 박솔(보컬)과 나루(기타) 2인조였지만 곡이나 밴드의 특성상 세션과 함께 공연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주로 박한솔과 권오경이 함께 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속사정은 조금 달랐다.


“기존엔 당시에 떠오르는 영감을 토대로 곡을 만드는 식이었어요. 더구나 기존 2명에서 4명으로 멤버가 늘어나니까 갈등이 많아질 수밖에 없더라고요. 음악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지친 시기가 왔던 거죠” (나루)


“혼란스러웠던 것 같아요. 각자가 하고 싶은 음악이 있고, 밴드 안에서도 적극적인 멤버가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멤버도 있기 마련이잖아요. 그 와중에 일은 계속 해나가고, 주변에서는 많은 피드백이 왔고요. 안팎으로 혼란스러웠던 시기죠. 그래서 휴식기간이 필요했고, 그 기간이 서로 화해하고, 이해하고, 인정할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박솔)


3일 발매될 새 앨범 ‘로드’(LOAD)는 회복의 시기를 거친 멤버들의 자신감을 담고 있다. 지난해 발매한 ‘시그니처’(SIGNATUR)에 이은 4부작 시리즈의 두 번째 앨범이다. 멤버들은 ‘시그니처’가 솔루션스의 ‘자존감’을 주제로 했다면, 이번 ‘로드’는 정체성을 찾은 멤버들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쉬는 기간 동안 팀 분위기 자체가 달라졌어요. 외부(해피로봇 식구들, 팬들, 기자들)에서 보는 시선이 달라진 게 느껴져요. ‘이 팀은 단단하고 결속력이 있다’고 바라봐 주시더라고요. 좋은 에너지를 토대로 목표를 명확히 하고 그걸 극대화 해 보여주자는 의지가 담겼어요. 주로 솔루션스를 보면 ‘댄서블’ ‘청량’ ‘에너제틱’이라는 말을 많이 하시잖아요. ‘로드’의 사전적 의미가 ‘짐’ ‘무게감’인데 이전엔 외부의 시선을 부담과 짐으로 느겼다면 지금은 오히려 그 ‘짐’을 우리가 가장 잘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정면으로 맞섰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거겠죠(웃음)” (박솔)


ⓒ해피로봇레코드

타이틀곡 ‘댄스 위드 미’(Dance With Me)를 비롯해 ‘로딩’(Loading) ‘나이트 스윔’(Night Swim) ‘까만 밤’ ‘오세아니아’(Oceania) ‘런’(RIN) 그리고 ‘댄스 위드 미’ 확장판까지 총 일곱 개의 트랙으로 만들어진 이번 앨범은 놀랍게도 솔루션스의 초창기 앨범의 분위기와 이어진다.


솔루션스는 데뷔 당시부터 일렉트로닉을 기반으로 세련된 사운드, 미래지향적 사운드라고 표현될 정도로 진취적이고 도시적인 스타일로 평가됐다. 여기에 신나고 자유분방한 느낌을 내면서도 지나치게 소란스럽지 않은 차별화된 밴드로 불렸다. 하지만 멤버 변화 이후 발매된 앨범의 몇몇 곡에서 ‘기존의 솔루션스 음악과는 다른 것 같다’는 팬들의 의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다시 솔루션스의 정체성을 잡아가는 데에는 이번에 리더가 된 권오경의 역할이 컸다.


“앨범 커버도 초창기 앨범에 있던 ‘솔루션스’ 로고를 살짝 변형한 느낌으로 만들었어요. 그때의 연장선에 있으면서도 조금 더 다채로운 느낌이랄까? 4부작 앨범 계획을 세우게 된 것도 우리 색채를 확실히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래서 나온 것이 지난해 ‘시그니처’ 앨범이었고요. 우리의 색깔은 누가 뭐라고 해도 ‘댄서블’이잖아요. ‘시그니처’에 이어 이번 ‘로드’ 그리고 앞으로 나올 세 번째, 네 번째 시리즈를 통해 완성형이 되어 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권오경)


평소 “책임감 없이 살았다”던 권오경은 ‘리더’ 역할을 맡게 되면서 책임감과 부담감을 느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을 할 정도로 그는 스스로의 역할에 충실했다. 이번 앨범의 크레딧의 지분만 봐도 그의 부담감과 책임감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이 간다. 그리고 무엇보다 권오경은 멤버들 사이의 조화를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다. 덕분에 멤버들은 “내 것을 내려놓음으로써 오는 만족을 느꼈다”고 입을 모은다.


“욕심을 부리면서도 양보를 한다고 해야 할까요? 각자의 영역에서는 욕심을 부리고, 그 외적인 부분은 과감히 내려놓을 줄 알게 된 것 같아요. 상대방이 하는 걸 지켜보면서 의외적인 요소들이 많이 나온다고 느꼈어요. 그러면서 곡이 더 캐주얼하게 나올 수 있었던 것 같고요” (솔루션스)


ⓒ해피로봇레코드

내려놓음의 미학을 알게 된 솔루션스의 결과물은 이번 앨범 곳곳에서 보여진다. 각 노래바다 멤버 개인의 특색이 강하게 묻어나고, 뒤이어 다른 멤버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한 예로 ‘오세아니아’는 베이스 리프에서 시작된 곡이다. 전체적인 곡의 흐름을 베이스와 드럼이 이끌고, 그 위에 기타와 보컬이 덧입혀졌다. 또 모든 멤버가 코러스에 참여한 것도 인상적이다.


“화룡점정이죠! 하하. 곡이 한층 다채롭고 풍성해졌달까요? 너무 풍성해서 솔이가 볼륨이 줄였다고 하는데, 줄여도 들릴 수밖에 없을 정도로 풍성해요(웃음). ‘나이트 스윔’에서는 떼창하는 부분이 있는데, 저희의 목소리를 찾아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아요” (권오경·박한솔)


각자의 개성 넘치는 색깔이 곳곳에 스며든 만큼 만족도도 높았다. 한솔은 “(1,2집을 논외로 한다면)솔루션스 앨범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앨범”이라고 말할 정도다. 평소 스스로 만든 트랙에 편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하던 나루도 이번 앨범만큼은 “들을 때마다 좋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듣는 이들에게도 솔루션스의 ‘로드’는 캐주얼하게 다가온다. 특히 곡속에 있는 ‘메시지’를 굳이 강요하지 않는 것이 그들의 매력 포인트다.


“솔루션스 음악에도 물론 메시지가 있고, 생각할 수 있는 화두를 던져주는 것들이 있지만 그것이 주가 되는 건 아니에요. 듣는 순간, 좋은 바이브를 주는 것이 메인이죠” (박한솔)


“진짜 중요한 말이에요. 이미지화 되는 밴드들이 많지 않은데, 솔루션스는 그런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다른 개성을 가진 네 명의 멤버가 모였는데 하나의 이미지로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점이 진짜 중요해요. 그 이미지로 대중에게 순간의 에너지를 줄 수 있는 밴드가 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권오경)


공연으로 팬들과 주로 소통하던 솔루션스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색다른 방식의 만남을 예고했다. ‘솔루션스 위크’를 통해 오프라인 및 온라인으로 소소한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 코로나19로 인해 공연 시장이 위축됐지만, 정부 지침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춤추지 않는 이들을 움직이게 할 이벤트들을 마련했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인생이라면, 과정이라도 즐거워야 덜 억울하지 않겠냐”는 박솔의 말처럼 솔루션스는 또 다음 행보를 위한 준비에도 돌입했다. 그들은 4부작 프로젝트의 세 번째 앨범에 대해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부분을 강조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정체성을 다진 솔루션스가 팀의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그 안에서 어떤 변주를 보여줄지 기대된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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