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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의 연장전, 승부는 '커튼콜'이 좌우한다


입력 2020.06.09 08:10 수정 2020.06.09 08:10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암전 후 다시 시작되는 커튼콜, 다양한 형태로 진화

관객의 '만족감' 크게 좌우, 마케팅 수단으로 진화

뮤지컬 '헤드윅'의 커튼콜 장면. 유튜브 영상 캡처.

공연의 마지막 넘버로 피날레를 장식하면 무대가 서서히 암전된다. 이어 다시 오케스트라 연주와 함께 배우들이 차례로 등장하고, 관객들은 박수와 환호로 그들을 맞이한다. 그리고 다시 배우들이 퇴장하고 오케스트라 연주 소리가 떠나는 관객들을 환송한다.


최근 뮤지컬 공연에서 교과서처럼 자리 잡은 커튼콜 모습이다. 2시간 이상 긴장하고 집중한 만큼, 마무리는 긴장을 풀고 관객들과 소통하며 마무리 짓는다. 배우들은 공연을 무사히 마치고 홀가분한 기분을, 관객들은 공연에 대한 만족감을 표출하는 시간이다.


하지만 최근 커튼콜은 '공연의 일부'로 정형화된 느낌을 주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미 제작 단계부터 배우들이 어떤 순서로, 어떤 동선으로 무대에 다시 등장하고 퇴장할지 미리 정해놓기 때문이다. 배우들에겐 커튼콜 무대조차 연기의 연장선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커튼콜의 원래 의미는 연극이나 음악회 등에서 막이 내린 뒤 관객이 찬사의 표현으로 박수와 환호를 보내 퇴장한 출연자들을 다시 무대 위로 불러내는 것을 말한다. 흔히 콘서트에서 사용하는 '앙코르'란 말과 비슷하지만, 커튼콜은 노래를 부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박수와 환호에 화답하기 위해 나온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그만큼 과거의 커튼콜은 해당 공연에 대한 관객들의 만족도를 가늠하는 잣대로 여겨지기도 했다. 어떤 공연은 야유와 외면 속에 커튼콜 없이 마무리할 수도 있고, 어떤 공연은 끊이지 않는 커튼콜에 배우들이 등장과 퇴장을 반복하기도 한다.


전설처럼 전해지는 인물은 마리아 칼라스(Maria Callas)다. 1956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컴백 무대에서 '토스카(Tosca)' 공연을 마치고 무려 16회나 커튼콜과 기립박수를 받은 사실은 전설처럼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근래 들어 커튼콜은 '공연의 일부'에서 더 나아가 관객들의 끌어들이는 '필살기'로 여겨지기도 한다. 갈수록 커튼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데, 마지막 넘버에 모든 감정을 쏟아낸 관객들을 어떻게 쥐락펴락하느냐에 따라 공연에 대한 평가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그만큼 공연 제작사들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도 커튼콜이다. 공연과 관객들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펼쳐지곤 하는데, 이는 공연을 본 관객들이 공연을 추억하는데 가장 강렬하게 남는 이미지가 될 수 있다.


먼저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공연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건 '헤드윅'이다. 가발과 망토를 벗어 던진 헤드윅과 이츠학이 무대 위에서 펼치는 커튼콜 무대는 전설적인 록밴드 공연만큼이나 열광적이다. 배우들의 멋진 헤드뱅잉과 물병의 물을 관객을 향해 뿌리는 장면은 이미 '헤드윅'의 전매특허가 됐다.


최근 공연 중인 '6시 퇴근'도 마찬가지다. 공연을 마치면 실제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노래와 연주가 무려 20분간이나 지속된다.


이와 대조적으로 차분하고 격조 있는 '음악회'가 되기도 한다. 뮤지컬 '라흐마니노프'가 대표적인다. 배우들은 박수와 환호에 화답하고 인사를 하고 나면, 다시 장내를 정리한 뒤 웅장한 연주곡이 공연장을 휘어잡는다. 라흐마니노프의 음악과 열정에 감동한 관객들은 다시 한번 음악의 위대함과 감동을 되새김할 수 있다.


킬링 넘버로 한 번 더 강렬하게 관객들을 휘어잡는 작품도 있는데, 뮤지컬 '맨오브라만차'가 대표적이다. 전 배우들이 함께 합창하는 '이룰 수 없는 꿈'은 공연의 피날레만큼이나 배우들의 에너지가 응축돼 있고, 객석에서는 소름 끼치는 감동에 절로 박수가 터져 나온다. 노래가 끝나면 경쾌한 '새야 새야 작은 새야' 연주곡으로 배우들은 무대 뒤로 사라진다.


뮤지컬 '알렉산더' 커튼콜을 일부 관객들이 촬영하고 있다. ⓒ 데일리안

커튼콜은 '마케팅의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그 형태도 다양해져 때로는 스페셜 게스트가 출연한 가운데 '작음 음악회'가 열리기도 하고, 때로는 관객들과 함께 하는 포토타임이 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공연은 공연 내 촬영을 엄격히 금하고 있다. 이는 커튼콜 시간에도 유지되는데, 이로 인한 아쉬움을 이벤트를 통해 풀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최근 공연 중인 뮤지컬 '알렉산더'와 '차미' 등은 커튼콜 시간에 관객들의 촬영을 허용하는 '스페셜데이'를 지정해 눈길을 끌고 있다.


관객들에겐 현장의 감동을 자신의 카메라에 직접 담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제작사로선 관객들을 공연장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으로서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뮤지컬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공연의 막이 내리고 암전된 후 또 다른 무대가 펼쳐진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 특히 객석이 완전히 비워지는 순간까지 오케스트라는 연주하고 있다는 사실, 가장 늦게 나갈수록 더 많은 감동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꼭 가슴에 새기길 바란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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