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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해?] 낯설지만 끌린다…묘한 매력 '사라진 시간'


입력 2020.06.14 00:00 수정 2020.06.16 08:29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배우 정진영, 감독 데뷔…"관객 다양한 해석 기다려"

'사라진 시간' 조진웅.ⓒ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도통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더라. 근데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영화 '사라진 시간'의 주연 배우 조진웅이 시나리오를 처음 접하고 느낀 감정이다. 조진웅의 말처럼 '사라진 시간'은 보고 나면 물음표가 남는 영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선을 뗄 수 없고, 영화가 끝난 후 자꾸 곱씹게 된다.


'사라진 시간'은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발생한 의문의 화재 사건을 수사하던 형사가 자신이 믿었던 모든 것이 사라지는 충격적인 상황과 마주하면서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스토리는 이렇다. 한적한 소도시의 시골마을, 외지인 부부가 의문의 화재 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건 수사를 담당하게 된 형구(조진웅 분)는 마을 사람들이 무언가 숨기는 듯한 움직임을 눈치챈다. 이후 주민들을 만나러 간 자리에서 술을 마시던 중 정신을 잃고 충격적인 상황을 맞이한다. 불이 난 집에서 눈을 뜬 형구는 집도, 가족도, 직업도 완전히 뒤바뀐 다른 사람이었다. 주위 사람들도 그를 경찰이 아닌 '선생님'으로 부른다. 형구는 자신의 삶을 되찾을 수 있을까.


'사라진 시간'은 장·단점이 분명한 영화다. 예측할 수 없는 전개와 신선한 스토리는 장점이다. 미스터리 스릴러와 형사 조진웅이 만났으니 '뻔한 영화'가 될 것 같았던 편견은 영화 시작과 함께 보기 좋게 깨진다. 외지인 부부의 단란한 모습으로 시작해 여러 사건을 거쳐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 '모두가 주인공을 속였겠지'라는 예상은 극 중반을 넘어서 흐트러진다.


'사라진 시간' 조진웅.ⓒ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홍보 문구로 내세웠던 미스터리 스릴러도 아니다. 드라마로 시작해 형사물, 코믹, 멜로로 흐르다가 마지막엔 형구의 입을 통해 '참 좋다'라는 알 수 없는 대사를 던지며 관객을 혼란에 빠지게 한다.


영화의 난해한 이야기는 약점이다. 하루아침에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태어난 형구에 집중하다 본 관객들은 결말에 다다르면 다소 허탈해진다. 형구의 마지막 대사도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겠고, 형구의 뒤바뀐 인생에 대한 설명도 없어 이해하기 힘들다. 신선한 이야기를 추구하다 보니 길을 잃은 듯한 느낌도 든다. 하지만 자신의 정체를 찾으려 이리 뛰고 저리뛰는 형구의 시선을 따라가고, 형구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궁금해하다 보면 104분이라는 상영시간이 후딱 지나간다. 이해하기 힘들지만 묘한 매력이 있다.


배우들도 이를 인정했다. 조진웅은 "시나리오를 읽고 도통 무슨 이야기인지 몰랐는데, 촬영하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를 느꼈다. 또 보고 싶은 영화는 '사라진 시간'이 처음이었다"고 했다. 정해균 역을 맡은 정해균은 "연기하기 힘들 정도로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였다"고 털어놨다.


예고편, 포스터에서 나온 그 흔한 형사 같았던 조진웅의 모습은 이번엔 없다. 자신의 정체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는 인물을 매끄럽게 연기했다.


연출 데뷔라는 꿈을 이룬 정 감독은 "타인의 규정하는 삶과 자신이 바라보는 삶, 그 부조리한 간극 속에 한 사람의 고독과 외로움을 담고 싶었다"며 "처음부터 답을 던지려고 만든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관객들이 자유롭게 해석하셨으면 한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정 감독의 말마따나 '사라진 시간'은 관객들의 해석과 반응이 다양하게 나올 만한 영화다. 신선하지만, 불친절하고 어려운 이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관객들의 몫에 달렸다.


6월 18일 개봉. 105분. 15세 관람가.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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