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위험·중수익'으로 인기몰이 하던 ELS, 해외부동산펀드 손실 전환
금융당국 "코로나19 안전지대 없다"…점검·실사로 리스크 점검 나서
금융투자회사가 저성장·저금리 시대를 맞아 판매한 중위험·중수익 상품이 고위험으로 변모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금융시장과 실물경제가 급락하자 순식간에 손실 구간에 접어든 것이다. 이에 금융당국까지 금융상품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에 돌입한 가운데 새로운 시대를 맞아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중심으로 한 투자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증권사 56곳의 당기순이익은 전 분기 대비 50.1%(5303억원) 급감한 5274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권사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친 것은 코로나19다. 증시가 불안정하게 흘러가며 주식관련 이익이 55.7% 감소한 1085억원에 그쳤고, 파생상품 관련 손익도 253.1% 급감하며 6741억원 적자를 나타냈다.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입힌 건 주가연계증권(ELS)이었다. ELS는 특정 지수나 주가를 추종해 수익을 내는 상품이다. 저성장·저금리 시대에 중위험·중수익이란 기치 아래 '국민 재테크 상품'으로까지 불렸다.
하지만 ELS는 지난 1분기 주가 급락으로 인한 대규모 마진콜 사태를 겪으면서 쪼그라들었다. 마진콜은 금융상품의 투자원금에 손실이 발생할 경우 이를 보전하기 위해 투입해야 하는 돈이다. ELS가 손실이 나면서 이를 판매·운용한 증권사가 5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메워야 했던 것이다. 중위험 상품이 순식간에 고위험 상품으로 둔갑해버린 것이다. 이에 지난 3월 23일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고객에게 6247억원 규모의 ELS 503개가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다고 공지했다.
이처럼 ELS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자 투자자도 등을 돌렸다. 이에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고객 발걸음이 뜸해졌다. 9~10%대 수익률을 약속한 ELS 상품이 줄줄이 쏟아졌지만 투자자들을 모으는 청약 과정에서 대거 미달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증권사들은 ELS 발행액을 줄였다. 올해 1~2월까지 6조원대 발행액을 기록했던 ELS는 코로나19로 폭락장이 시작된 3월 3조8674억원으로 급감했다. 4월에는 2조950억원까지 내려앉았다. 5월 말 발행된 ELS는 1조3746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9조730억원보다 84.8% 감소했다. 코로나19의 유탄을 제대로 맞고 시장 자체가 위축된 것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이 마진콜로 인한 외환시장 혼란 재발 방지를 위해 ELS에 대한 고강도 규제를 예고한 측면도 있다. 금융당국은 ELS 상품의 발행량을 증권사의 자기자본에 대비해 제한하는 초강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해외부동산펀드도 마찬가지다. 해외부동산펀드는 국내 증권사들이 저성장·저금리 시대가 도래한 2017년 이후 '중위험·중수익' 타이틀을 걸고 앞 다퉈 판매한 상품이다. 실제로 지난 달 해외부동산펀드 설정액은 58조원으로 2017년 5월의 26조원보다 125% 가량 급증했다. 이 펀드는 실제 해외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5~6% 수준의 배당수익을 약속한 상품이다. 투자자들은 해외부동산이 리스크가 적다고 생각하고 펀드 가입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언택트가 현실화되자 해외부동산의 공실률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연이어 기초자산인 부동산 가격이 휘청 이기 시작했다. 이에 해외부동산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지난 5월 -5.58%까지 떨어지는 등 지속 악화되는 추세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저성장·저금리 환경에서 고위험자산으로의 투자 쏠림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비대면 거래 확대, 탈세계화 등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만큼 금융부문도 이에 대비한 새로운 전략을 세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이 점검에 나선 것은 당연했다. 금감원은 이달 말까지 국내 20개 증권사의 최고경영자(CEO)에게 해외 부동산 투자 및 재매각과 관련한 자체 점검을 실시한 뒤 그 자료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증시변동성에 민감한 상품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주의와 업계의 리스크 관리 재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로 인한 실물경기 악화 가능성이 여전한데다 주가지수가 폭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해외부동산펀드나 ELS 등 고위험상품 투자는 조심해야 한다"라며 "코로나의 2차 확산 우려가 존재하는 만큼 추후 철저한 하방리스크에 대한 준비와 고려를 통한 보수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