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감 담긴 노골적 표현·국민 겨냥 욕설
견제 세력 상실 與, 지지층 입맛에 맞는 말만
국민 분열시켜 갈등 조장한다는 지적 나와
'슈퍼 여당'이 탄생한 4·15 총선 이후 여권 인사들이 '도 넘은' 발언을 잇따라 쏟아내고 있다. '두목건달', '똘마니', '갚아주겠다' 등 적대감이 담긴 노골적인 표현을 내뱉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국민을 겨냥한 욕설 수준의 막말도 나왔다. 이를 놓고 정치권 안팎에서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갈등을 해결해야 할 정치인들이 오히려 국민을 분열시켜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총선 직후 여권 인사들의 '막말' 조짐의 시작은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였다. 최 대표는 당선인 신분이었던 지난 4월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을 약속드렸다.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을 확실히 느끼도록 갚아주겠다"며 "최소한 저 사악한 것들보다 더럽게 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지난 1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인턴 확인서를 허위로 발급해준 혐의로 기소된 인물이다.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월 20일 유권자에게 문자로 "당신이 대통령하시죠", "X자식이네. 유권자가 유권자 다워야지" 등의 욕설과 막말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김두관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은 최근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 1902명을 '청원경찰' 신분으로 직접 고용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된 '인국공 사태'를 보수 언론과 가짜뉴스 탓으로 돌려 도마 위에 올랐다.
준사법기관인 검찰의 수장을 향한 경고성 발언도 서슴없이 쏟아내고 있다.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윤석열 검찰총장이) 문재인 정부에 항거하는 모습으로 수구세력의 대권주자가 되고픈 마음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래 봤자 '측근 비호', '제 식구 감싸기'에 '물불 안 가린 건달두목'이란 평에서 벗어나긴 힘들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설훈 최고위원도 지난달 19일 YTN라디오 방송 '노영희의 출발 새 아침'에 출연해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이 서로 견해가 달라서 싸우는 모습을 보인 적은 없었다"며 "내가 윤석열이라면 벌써 그만뒀다"고 노골적으로 사퇴를 압박했다.
설 최고위원은 지난 3일 같은 라디오 방송에선 '지난번에 내가 윤석열이라면 그만둔다는 발언 때문에 이슈가 됐는데, 괜찮으셨나'라는 진행자의 질문을 받고 "마땅히 해야 할 말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설 최고위원의 대답에 같은 방송에 출연한 홍문표 미래통합당 의원은 "저분이 불을 질렀다. 이제 조금 진정시켜야 한다"며 당혹스런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으로 기소된 경찰 출신 황운하 의원은 지난 2일 "무솔리니의 파시즘과 유사한 검찰파쇼"라고 했고, 홍익표 의원은 "'검언유착' 몸통이 윤석열 검찰총장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정도"라고 했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윤 총장이 검언유착 의혹 사건 관련 전국 검사장 회의를 소집하는 것에 대해 이날 "일부 '똘마니들'을 규합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성토할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황희석 최고위원도 "할 테면 해보라. 고작 사법시험 붙어 공무원이 된 마당에 '우리가 곧 법'이고 싶은 것"이라며 "후지고 또 후진 집단이 이 세상에 또 어디 있는가"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여권 인사들의 이 같은 태도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선 여당 압승·야당 참패로 견제 세력을 상실한 여당이 지지층 입맛에 맞는 발언만 쏟아내며 '갈등 해결'이라는 정치인 본연의 역할은 망각한 채 분열과 갈등을 오히려 조장하고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프리스턴대 교수도 자신의 저서 '누가 포퓰리스트인가'에서 "집권한 포퓰리스트는 일종의 종말론적 대립 상태를 꾸며내 국민을 계속 분열하고 동요시킨다"며 "포퓰리스트는 그저 엘리트를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로지 자기들만 진짜 국민을 대표한다고 주장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4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21대 총선에서 여당이 전대미문의 압승을 거두고 야당이 참패하면서 야당의 기능이 상실된 상태"라며 "사실상 여당을 제대로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이 없다보니 여권 인사들은 상대 진영에 대해 전혀 눈치를 보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지지층만 겨냥해서 말을 내뱉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의 역할은 갈등 해결인데, 지금 여당은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며 "'도 넘은 발언'은 말에서 끝나지 않고 국민을 편 갈라서 갈등·대결의 국면을 조성하는 역효과를 촉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도 이날 통화에서 "조국·윤미향 사태 등이 터져도 여당과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하지 않으니, 민심이 자기들한테 있다는 자신감에 차서 최근에 무리한 말들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소장은 그러면서 민주당이 18곳의 상임위원장 중 17곳을 독식한 것에 대해 부정 평가가 50%를 넘었다는 점을 거론하며 "'오만한 여당이 해도해도 너무하네'라는 평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