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이후 글로벌 분업 지형도 변화
제조업 회귀, 보호무역 부활 등 글로벌 경제 흐름 파악해야
미국, 일본, 독일, 중국 등 공격적인 소부장 정책 추진
일본 수출규제로 촉발된 소재·부품·장비(이하 소부장) 분야 육성은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에서 생존하기 위한 국가 전략으로 발돋움했다. 지난해 8월 소부장 대책을 내놓을 당시만해도 일본에서 수입하는 부품을 대체하겠다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소부장 분야는 미국, 중국, 독일 등에서 핵심 산업으로 분류되며 새로운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세계적 팬데믹(대유행)이 발생하면서 첨단산업 육성은 불가피한 선택이 되는 추세다.
◆기업 유턴을 위해서라면…당근책 쏟아내는 선진국들
정부도 소부장 2.0 전략을 내놓은 배경으로 ‘글로벌 외부충격’을 가장 먼저 꼽고 있다. 일본 수출규제 이후 코로나19, 미·중 무역분쟁 재점화 등 외부 충격이 상당하다는 방증이다.
소부장 수급 우려와 글로벌 생산시스템 균열 현상은 심각한 수준에 봉착했다. 실제로 코로나19 영향으로 GM은 10.5%, 벤츠는 11.1% 각각 하락하는 등 글로벌 자동차 생산가동률이 29%로 추락했다.
넥스트 노멀에 대한 우려도 소부장 육성 필요성을 부각시켰다. 포스트 코로나는 글로벌 분업지형도의 새로운 재편(Next normal)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는 각국 제조업 회귀정책(Reshoring) 강화, 비접촉 경제(Untact Economy) 확산, 보호무역 부활, 방역 신시장 부상 등 글로벌 경쟁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과정을 만들었다.
주요 국가들도 이 같은 넥스트 노멀을 준비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특히 제조업 자국 유치는 향후 재편된 GVC에서 결정적 우위를 선점할 수 있는 평가지표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리쇼어링 관련 정책은 번인세를 15%로 인하하고 이전비용 등 맞춤형 보조금을 지급하는 파격적인 당근책을 담고 있다. 화웨이 등 반도체수출규제, 수입제한조치 등 보호무역 강화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은 지난 4월 코로나19 긴급경제 대책에서 국내 복귀 기업에게 건물구축, 설비투자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독일 역시 제약·보건 산업 리쇼어링 지원을 담은 ‘EU 제약산업 전략’을 올해 하반기에 발표할 예정이다.
이밖에 중국은 금융시장 개방, 516조 국채발행, 인프라 투자 등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인터넷 안전법’을 도입해 반도체 등 자국시장 보호에 돌입했다.
◆GVC 의존도 55%…소부장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
우리나라의 무역구조는 GVC 참여를 통해 성장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우리나라 GVC 참여는 규모와 속도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교역규모는 2001년 2915억 달러에서 지난해 1조456억 달러로 3배이상 성장했다. GVC 의존도도 다른 선진국보다 높은 55% 수준이다. 이 과정에서 소부장 산업 등 중간재 수출비중은 2018년 71.4%로 괄목할 성장을 이뤄냈다.
그러나 철강, 반도체 등을 둘러싼 美·中 무역분쟁,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으로 우리나라의 GVC에 직·간접적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여기에 일본 수출규제 불확실성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일본이 수출규제 사유로 제시한 3가지 사안(한일 정책대화 중단, 재래식 무기 캐치올 통제 미흡, 수출관리 조직・인력 불충분) 해결에도 불구하고 태도 변화가 없어 공급망 리스크로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
주력산업 위험 요소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대일본 전체 무역적자 192억 달러 중 소재·부품·장비 적자가 182억 달러였다. 약 95%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첨단 소부장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 지속된 것이 정부가 소부장 대책을 강화한 이유다.
중국 의존도도 위험 수위다. 대중국 소부장 수입은 117억 달러로 주로 범용형이다. 하지만 이차전지 소재, 와이어링 하네스 등 수입의존도는 80%를 상회하고 있다. 싱글소싱 리스크도 존재한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작년 8월, 정부는 소부장 경쟁력강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가마우지 경제’를 ‘펠리컨 경제’로 바꾸겠다고 말씀드린 바 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지난 1년간 우리는 소부장 산업이 펠리컨 경제로 충분히 갈수 있다는 가능성과 잠재력을 확인했다”며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충격 또한 우리에게 분명히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