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의석 앞세운 민주당 독주에…합법적 견제 방법 無
"깨지고 부서지는 데도 한계…침묵을 지킬 때가 아니다"
과거와는 달라진 방식 구상…삭발·단식·대규모 집회 없다
김종인 "대중 속 소통 중요…어떻게든 민주당 폭정 알릴 방법 강구해보자"
더불어민주당이 임대차 3법·공수처 후속 3법 등의 상임위 단독 통과를 비롯해 '야당 패싱'을 노골화하자, 이를 저지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미래통합당이 '장외 투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장외 투쟁을 통해 민주당의 국회 독주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확산하고 여론의 호응을 끌어내겠다는 복안이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회가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되면 자연적으로 원 밖에 야당이 생기기 마련이다. 상식적인 것"이라며 "원내에서 민주당이 이런 식으로 다수의 횡포를 통해 법안 심의도 제대로 안 한다면 다른 방법이 없다"고 언급했다.
21대 국회가 시작한 이래 통합당은 계속해서 '원내 투쟁'을 강조해왔다. 국회 밖으로 나가 투쟁한다는 데 대한 국민적 반감이 적지 않다는 시선 때문이다. 특히 4·15 총선 패배의 원인 중 하나로 지난 국회서 통합당이 반복했던 장외 투쟁이 거론되면서 더욱 신중을 거듭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독주 움직임이 노골화됨과 동시에 원내 투쟁 방식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관측이 나오며 이 같은 기류에 변화가 감지된다.
4선의 홍문표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우리가 깨지고 부서지고 수모를 당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이대로 침묵을 지킬 때가 아닌 것"이라며 "밖으로 나가면 국민들이 싫어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참고 기다리기도 했지만, 두려워만 하면 야당으로서 존재가치가 없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다만 구체적인 장외 투쟁 방식에 있어서는 과거와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 될 전망이다. 삭발·단식·광화문 집회 등 다소 강경했던 방식에 국민의 반감과 피로도를 불러왔다는 지적이 나오는 탓이다.
김종인 위원장도 이날 중진 의원들과 가진 비공개 연석회의에서 "과거 방식처럼 광화문 집회나 서울광장 집회 이런 것은 하지 말자, 대중 속으로 들어가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며 "어떻게든 국민에 여당의 폭정·폭거를 알릴 방법을 강구해보자"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 통합당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서울 한복판에 대규모로 사람을 모아 놓고 큰 소리를 내거나 하지 않아도 국민에 다가가는 방법은 여려 가지가 있을 수 있다"며 "전국 각지의 시도당에서 지역주민들과 소규모로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고, 각종 출판물 홍보·전국적인 현수막 게첩 등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단 한명의 국민이라도 더 지금의 국회 현실을 직시할 수 있도록 효율적인 방안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당은 과거처럼 원내·외 중 어느 한 쪽에 치우친 투쟁이 아닌, 균형을 갖춘 이원화 방식의 투쟁으로 방향을 잡았다. 장외 투쟁에만 치중할 경우 국회를 등한시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장내·외 투쟁을 병행하되 장외 투쟁 방법은 구체적으로 더 고민하기로 했다"며 "30일 다시 의원총회를 열어 투쟁 방향을 점검할 것"이라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