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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ARM 인수전 참여 주목...업계 “경쟁력 차원 필요”


입력 2020.08.13 06:00 수정 2020.08.12 20:52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반도체 경쟁력 제고 외 모바일에 긍정적...활용도 높아

높은 가격에도 현금동원력 충분...컨소시엄 참여 가능

업계 "경쟁력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라도 적극 나서야"

삼성전자 직원들이 클린룸 반도체 생산라인 사이를 걸어가고 있다.ⓒ삼성전자

일본 소프트뱅크가 영국 팹리스(Fabless·반도체 설계 전문)업체 ARM 매각에 나서면서 삼성전자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반도체 초격차 기술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설계에 강점이 있는 ARM 인수로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13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ARM 지분 인수가 단독보다는 컨소시엄 형태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삼성전자와 이재용 부회장의 결정이 주목되고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지난 2016년 320억달러(약 35조원)에 인수한 ARM의 지분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이번 매각으로 400억달러(약 47조원) 안팎의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이다.


생산설비 없이 반도체 칩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ARM은 스마트폰 등 IT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모바일AP 시장 물량의 95%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 47조 ARM, 단독 인수보다 컨소시엄 가능성


현재 미국 그래픽처리장치(GPU) 설계 업체인 엔비디아가 지분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여러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 인수를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단일 기업이 인수할 경우,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 공정거래 당국의 독과점 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미국업체가 인수할 경우, 중국이 독과점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는 등 서로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입장에서는 ARM 인수가 반도체뿐만 아니라 모바일 사업 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는 등 여러모로 활용도가 높다.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를 목표로 메모리반도체뿐만 아니라 비메모리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팹리스업체 ARM을 인수하면 설계와 생산을 연결시키며 파운드리 수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또 삼성전자가 이미 ARM, 미국 AMD 등과 손잡고 고성능AP 개발에 나서고 있는 만큼 AP 경쟁력 강화를 통해 모바일 사업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기준 사상 최대인 약 113조원의 현금과 현금성 자산을 보유 중으로 자금 동원력에서도 다른 업체들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다. 보유 자금의 절반을 써야 하는 단독인수는 힘들더라도 일정한도 내에서 지분 투자는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로 보는 이유다.


이에대해 삼성전자는 “현재 인수나 지분투자 관련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생산라인 전경.ⓒ삼성전자

◆ 반도체업계 “컨소시엄이라도 인수전에 꼭 참여해야”


하지만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ARM 인수전에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단독인수가 아닌 컨소시엄 형태로 인수가 이뤄지게 되면 꼭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ARM의 기술력은 인정하면서도 지나치게 높은 인수 금액으로 소위 가성비(가격대비 만족도)에 대한 이견이 있는데 컨소시엄은 이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소할 수 있다.


현재 단독 인수는 단일 업체가 홀로 막대한 자금을 마련하는데 어려움이 있을뿐더러 어느 한쪽으로 힘이 쏠리는 것을 다른 업체들이 원치 않아 여러업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가 이뤄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게 업계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컨소시엄 형태가 되면 막대한 자금 부담을 나눠서 질 수 있는 만큼 충분히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의 삼성전자 위상을 감안하면 컨소시엄 참여를 원하는 수요가 분명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주요 반도체 기업들로 구성될 것으로 보이는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않으면 나홀로 왕따가 될 수 있다”며 “경쟁력 확보보다도 약화 방지를 위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라도 참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인수전 참여 결정을 위해서는 오너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증대된 불확실성 속에서 대규모 자금이 투입돼야 해 리스크가 있는 만큼 이재용 부회장이 최종 결정할 수 밖에 없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결국 중요한 것은 오너인 이 부회장의 의지가 아니겠느냐”며 “다만 재판과 수사 등으로 사법리스크가 장기화되고 있는 현 상황이 리스크가 있는 결정을 내리는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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