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집어삼킨 방송가는 이전과 다른 풍경들이 연출되고 있다. 음악 방송과 개그프로그램, 경연 프로그램 등의 무대 앞을 가득 채운 관중들이 사라지고, 시민들과의 소통에 힘을 주던 예능프로그램들도 스튜디오로 자리를 옮겨 한정된 공간에서 특정 인물들을 만나는 식으로 규모를 줄였다. 혹시 모를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선제 조치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한 틈을 타 일부 방송에서 다소 방역에 소홀한 듯한 모습을 내비치면서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미디어가 가진 영향력을 생각하면 과하다 싶을 정도의 방역 수준을 보여줘도 모자랄 판에 제작진의 헤이해진 태도가 시청자들의 비판을 산 것이다.
특히 최근 무서운 기세로 팬덤의 규모를 키우고 있는 TV조선 ‘미스터트롯’ 출신 가수들이 출연진으로 나선 프로그램들에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지난 19일 방송된 TV조선 ‘뽕숭아학당’ 2부 울산 여행 편에서는 영탁과 이찬원, 장민호는 대왕암공원에 방문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 가운데 세 사람을 향해 몰려든 인파가 방송을 통해 고스란히 보여지면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날 촬영은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진적으로 증가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격상되기 전 진행됐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일정 거리를 유지하지 않고, 심지어 일부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있었다. 최근 방송가에서 일반인들과의 만남을 통제하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오히려 제작진은 이를 통제하기는커녕, 방송을 통해 세 사람의 뜨거운 인기를 강조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무지함을 자랑했다.
이에 앞서 코로나19가 극심했던 3월, TV조선은 ‘미스터트롯의 맛’에서 금의환향한 임영웅의 모습을 담았다. 그러면서 임영웅 어머니가 운영하고 있는 좁은 미용실에 수많은 팬들이 몰려들었다. 이때도 많은 사람들이 밀집되어 있는 가운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일부 시민들의 모습이 포착됐다. 심지어 임영웅 역시 이 좁은 공간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몰려든 팬들을 위해 노래를 부르면서 다소 위험한 상황을 연출했다.
지난달 MBN ‘보이스트롯’도 한정된 공간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청중평가단의 모습이 비춰졌다. 마스크를 한 청중평가단은 매우 밀착되어 있는 상태로 가수들의 노래가 끝날 때마다 일어나 환호성을 내질렀다. 청중평가단에게 심사받는 방송 콘셉트로 진행되고 있다지만, 코로나19 이후 무관객 녹화로 대체하고 있는 다른 음악 프로그램과 비교해 방역 수칙을 더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트로트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들 프로그램들도 큰 화제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프로그램의 제작진이라면 다른 프로그램들보다 더 촬영장 관리와 방역에 철저했어야 하지 않을까. 특히 문제가 될 것이 분명한 이런 장면을 편집 없이 고스란히 내보낸 것은 애초에 코로나19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더구나 최근 수도권 교회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되고 있고, 방송가에도 다수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연예인을 비롯해 그들의 매니저·스타일리스트, 그리고 방송 스태프들 등 수십명이 모일 수밖에 없는 촬영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만큼 누구보다 방역에 더욱 힘을 써야할 제작진의 코로나19 위험성 인식에 대한 부재는 자칫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시청자들의 비판이 더 거세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