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올해 성장률 -1.3%·최악 땐 -2.2%까지 추락
내수·수출 회복 지연 불가피…거리두기 3단계도 변수
우리나라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충격으로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역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성장엔진인 수출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한 데다 내수까지 위축되면서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지속적 저물가) 공포까지 엄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3%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 5월 내놓은 전망치(-0.2%)에 비해 1.1%포인트 하향된 수치다. 코로나19 재확산이 겨울까지 이어진다는 비관적 시나리오 하에서는 -2.2%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전망대로라면 우리나라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역성장을 경험하게 된다. 우리나라가 실제로 역성장을 경험한 해는 1980년 석유파동(-1.6%),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5.1%) 단 두 차례밖에 없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한 배경에 대해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글로벌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데다 최근 국내에서 재확산이 발생했다”며 “우리 수출과 소비 개선 흐름도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예년보다 길었던 장마와 집중호우도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사실 한은의 올해 성장률 하향 조정은 이미 지난 7월 2분기 GDP성장률(속보치) 발표 당시 예고됐다.
올 2분기 성장률은 직전분기 대비 -3.3%로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분기(-6.8%) 이후 22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특히 1분기(1.3%)에 이어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다.
당시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간담회에서 “5월 전망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하반기 들어 진정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오히려 확산세가 가속화하고 있다”며 “6월까지 좋지 않았던 우리나라 수출의 개선도 지연될 수 있고 이 경우 성장률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한은 뿐 아니라 국내외 연구기관들도 우리경제가 올해 역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코로나19 2차 확산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한국 경제가 올해 0.8% 역성장하겠지만 2차 대유행이 된다면 성장률이 -2%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LG경제연구원은 -1.0%, 국제통화기금(IMF)은 -2.1%로 전망했다.
올해 성장률이 -1% 선이라도 지켜내려면 3분기와 4분기의 전분기 대비 성장률이 최소 각각 1.8% 정도는 나와야 된다.
문제는 코로나19 2차 재유행으로 소비가 다시 얼어붙은 데다 수출 상황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코로나19가 빠르게 퍼지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될 경우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되면서 소비 회복이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한은에서도 향후 민간소비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가계 소득여건 및 소비심리 개선 지연 등으로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딜 것으로 보고 있다.
부문별로는 코로나19에 따른 대면서비스 회피, 해외여행 위축 등이 민간소비 회복을 상당기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8월 1~20일 통관 기준 잠정 수출액은 231억 달러로 지난해 동기(248억 달러) 대비 7.0%(17억4000만 달러) 감소했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기간과 범위에 따라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추가 하향할 가능성이 있다”며 “서비스업 전반에 대한 운영 제한, 재택근무 확대에 따른 생산 감소 등 전방위적 경제활동 제재는 시행기간 동안 전체 생산과 소비의 10% 내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전국에서 장기 시행된다면 연간 성장률이 -2%대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거리두기를 통해 코로나19 확산을 막는다면 4분기 이후에는 경기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