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G·LTE 시대 ‘음악·동영상’…5G는 ‘게임 플랫폼’
‘독점작’ 없인 텅 빈 깡통…결합상품 신세 될 수도
이동통신 3사가 이번엔 ‘클라우드 게임’으로 맞붙는다. 5세대 이동통신(5G)의 빠른 속도와 초저지연 특성을 활용해 고용량 게임을 모바일로 옮겨온 서비스를 나란히 출시하면서 가입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기존 3사가 점유율 경쟁을 벌이던 이동통신 시장과 다르게 클라우드 게임은 한정된 파이의 가입자를 서로 빼앗아오는 시장이 아닌, 신규 가입자를 더 많이 확보해야 하는 시장이다.
경쟁의 핵심은 ‘독점 콘텐츠’다. 기존 콘솔게임 이용자들을 만족시키는 동시에 가볍게 모바일게임만 즐기던 이용자들까지 포섭할만한 콘텐츠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1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전날 마이크로소프트(MS)와 ‘5GX 클라우드 게임’을 출시했다. 앞서 LG유플러스가 지난해 9월 엔비디아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지포스나우(GeForce NOW)’ 출시로 가장 먼저 시장에 출격했고, KT도 올해 8월 자체 개발한 ‘게임박스’를 선보였다.
단순 비교하면 가격은 KT 9900원, LG유플러스 1만2900원, SK텔레콤 1만6700원으로 KT가 가장 저렴하다. 게임 수는 SK텔레콤과 KT가 100여개, LG유플러스가 300여개를 지원한다.
이통사들이 내세우는 클라우드 게임 최대 장점은 콘솔 없이도 언제 어디서나 고화질 그래픽 게임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기존처럼 고용량 게임을 내려받거나 별도 팩을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도 있다.
앞서 다운로드 위주로 소비되던 콘텐츠가 스트리밍 방식으로 변화한 대표적인 사례는 ‘음악’과 ‘동영상’이다. 과거 3세대 이동통신(3G) 시대 ‘벅스’, ‘멜론’ 등 서비스가 등장했고, 롱텀에볼루션(LTE) 시대 동영상을 스트리밍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등장한 것처럼 5G 시대에는 게임이 스트리밍 방식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음악, 동영상과 달리 게임은 이용자층이 한정적인 시장이다. 구독형 OTT 서비스가 성공하려면 그만큼 많은 가입자를 확보해야 하나, 현실적으로 평소 게임에 큰 관심 없던 사람에게 월 1만원씩을 지불하도록 유도하긴 쉽지 않다.
또 이미 콘솔 게임을 즐기고 있는 마니아층은 콘솔과 게임팩을 ‘소장’하는 행위 자체를 즐기는 경우가 많다. 이통사 클라우드 게임이 성공하기 위해선 이들을 사로잡을만한 ‘독점작’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넷플릭스가 독점 콘텐츠 생산에 수조원을 쏟아붓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클라우드 게임은 온전히 게임 개발사에 콘텐츠 수급을 기대야 하는 상황이다.
이통사와 개발사 간 콘텐츠 계약 조건에 대해 세부적인 내용은 알 수 없지만, 개발사 입장에서는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월정액 요금의 일정 비율을 가져오는 것과, ‘대박’난 게임을 자체적으로 판매하는 것 중 수익이 높은게 어떤건지 계산기를 두드릴 수밖에 없다.
SK텔레콤과 KT는 각각 2023년, 2022년까지 가입자 100만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철 지난 구작뿐인 텅 빈 플랫폼’에 그친다면 또다시 통신 요금제나 가입 조건에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결합해 ‘끼워팔기’ 식으로 가입자를 늘리는 방법에 기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아직 게임 시장에서 클라우드 게임 성공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더 많다”며 “특히 국내 게임 이용자들은 돈을 지불해 이기는 방식인 ‘페이 투 윈’이 주는 재미에 익숙해진 상태여서 스트리밍으로 개별 콘텐츠를 즐기는 방식인 클라우드 게임에 흥미를 느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