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외에는 중국·일본에 뒤처져…경쟁력 하락 우려
신 시장 진출 위한 인수합병 대다수…기존 사업 강화
“코로나로 기회 올 것…인수합병 우호적 환경 조성 필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글로벌 IT 인수합병(M&A) 시장 활성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은 미국과 중국 등 주요 국가 대비 M&A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23일 ‘글로벌 IT산업 M&A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지난 2015년과 최근 5년간의 M&A 시장 점유율이 모두 12위에 그쳤다며 수년 째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세부산업별로 살펴보면 한국은 반도체를 제외하고는 모든 분야에서 M&A 활용이 중국과 일본에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6년~2020년 글로벌 반도체 M&A건수는 미국이 103건으로 가장 많았고 한국이 92건으로 뒤를 이었다. 중국과 일본은 각각 74건, 44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반도체 시장점유율 순위가 미국(47%), 한국(19%), 일본(10%), 대만(6%), 중국(5%)순인 점을 감안하면 중국이 활발한 반도체 M&A를 통해 미국과 한국을 바짝 추격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등은 전통적 강자인 영미·EU 국가들이 장악하여 한중일의 M&A 활용은 미흡했다. 국가 간 M&A 현황을 살펴보면 미국은 주로 영국, 캐나다, 호주 등 영연방 국가들과 M&A를 진행했고, 한국은 베트남, 일본은 싱가포르, 중국은 홍콩 기업들을 많이 인수하는 특징을 보였다.
한국의 IT기업은 주로 아시아권 신시장 진출 또는 기존 비즈니스 모델의 강화 차원에서의 이루어진 M&A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IT산업 발전의 핵심이 되는 소프트웨어와 통신 서비스에 대한 M&A 활용도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전경련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사례를 감안하면 코로나로 크게 위축됐던 M&A시장이 하반기 회복세를 보이면서 알짜 기업을 합리적인 가격에 인수하려는 기업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상반기 글로벌 M&A 시장규모는 6938건으로 전년(1만155건) 대비 32% 감소했지만 3분기 들어 조금씩 회복 추세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Ernst&Young에서 46개국 글로벌기업 CEO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6%가 ‘향후 1년 내 M&A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38%는 코로나19 M&A 전략으로 ‘인수대상 기업의 가치하락을 노린다’고 응답해 기회를 선점하기 위한 포스트-코로나 M&A 시장 활성화가 예상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M&A 시장 현황을 살펴보면, 2009년 M&A 시장 규모는 전년대비 27% 축소되었으나 M&A 대상기업의 가치평가도 40% 가량 하락하여 우량기업을 낮은 가격에 인수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전경련은 코로나 이후 M&A의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많은 기업이 정리된 반면, 새로운 기회의 발생으로 신산업 관련 기업이 크게 성장했다”며 “현재 코로나 위기 뒤에도 산업계의 글로벌 지각변동에 따른 황금기회가 곧 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 이후 글로벌 경쟁에서 우리 경제가 크게 성장하기 위한 발판으로 M&A 활성화를 적극 고려해 볼만 하다”며 “M&A를 기업의 성장전략으로 인정하는 문화와 함께 지주회사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허용을 하루 빨리 제도화하는 등 최대한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